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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er병문 Jul 09. 2024

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ITF 1135일차 ㅡ 태권도는 모두 가족이다.

길고 지루한 우중에 잠시 그래도 비가 오지 않는 때가 있어서인지 오늘은 도장이 제법 좁을 정도로 많이 오셨다. 여름방학 철을 맞아 흰 띠 입문자들도 오시었다. 오늘도 그래서 내 연습을 많이 못 하고, 모래주머니 찬 채로 사주찌르기, 막기부터 도산 틀까지 연습하고 보 맞서기를 모두 연습했다. 새로 오신 젊은 두 분 ㅡ 김 선생님과 신 선생님의 찌르기를 봐드리고, 모모노 쨩의 도산 틀을 봐주고, 미소년 사매의 천지 틀을 봐드리고 나니 시간이 꼴딱 갔다.


일찍이 절권도, 혹은 진륭권으로 인기를 얻은 젊은 쾌남 영화배우는 절권도 무관에서 높아질수록 후배들의 연습을 봐주느라 본인 훈련 시간이 적어져 결국 권투 체육관으로 이적한 뒤 프로 자격까지 얻었다고 했다. 나보다 나이도 무력武歷도 월등할 그에게 내가 감히 뭐라 말을 얹을수 있으랴만 아마 완전한 진심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권투를 잠시 배웠었고, 가장 오래 썼으며, 권투체육관이 지니는 장점은 잘 안다. 일단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항시 열고, 관장님 예하 코치님들이 상주하여, 훈련시간을

따로 잡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 연습할 수 있으며, 각종 운동기구 및 목욕시설이 있고, 무엇보다 아직도 비교적 저렴하다. 사회체육으로써 비교적 큰 기교나, 신체 능력을 덜 탄다는 점도 좋다.



그러나 그 유명한 김승연 선수도 말했듯, 도복 입은 자는 도복 입지 않은 자와 달라야 한다. 어떤 흰 띠도 혼자서 검은 띠가 될수 없다. 사범님 예하 사형사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또한 때가 되면 본인이 사제사매들을 도와 끌어주기도 해야한다. 어떤 무공의 어떤 기술도 소홀히 할수 없듯, 옛 기술들을 다시 알려주고 복습하며 내게도 새로운 성장으로 다가오는 계기도 된다. 그러므로 아마 무공도 뛰어날 그 배우가 이러한 생리를 아주 모른채 말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아직도 수련인구가 비교적 적은 국내대회에서는 단체 맞서기 비중이 높지 않은 편이지만, 세계대회에서나, 혹은 타 무공의 단체 대련에서, 기꺼이 우리 도장의 승리를 위해 몸바쳐 강적을 싸워 꺾거나, 다른 이를 우승으로 올리기 위해 앞장서 토너먼트의 다른 상대들과 우선 싸우는 이들도 있다. 도장도 하나의 가족이자 사회라 그렇다. 모자란 개인 훈련량이야 어떻게든 나중에라도 채우면 되지만, 도장에서 함께 땀흘리며 치고 받고 배우는 일은 지금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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