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er병문 Aug 13. 2024

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오늘의 면식수햏(2) - 인천 ㅂ 면옥, 의왕 ㄱ면옥


1. 인천 ㅂ 면옥


나중에 얘기할 일이 있겠지만, 총각시절, 무턱대고 사랑받고 싶었던 나는 요설과 난설, 술기운으로 여러 좋은 인연들의 넓은 아량을 빌미로 애정과 우정과 관심을 늘 구걸하고 다녔었는데. 강단 있는 남도 아가씨였던 동갑내기 꽃송이 양도 그 중.하나였다. 지금도 빠지지 않는 외모지만, 처녀 적에는 뚜렷한 이목구비에 풍만하고 늘씬한 몸매로 소싯적 여러 총각들 맘을 홀렸더랬다. 나? 나는… 음, 우리 어머니 영향따라 하여간 강렬한 여인들은 무섭다는 점만 말해두겠다. 병원에서 오래 있던 동안 너도 거의 하루 걸러 와줬지만, 꽃송이 양도 남도 아가씨답게 병원 밥이 얼마나 부실하겠냐며 반찬 챙겨 와준 날도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께서는 당시 변변한 직업도 없이 공부는 하다 그만둬, 무슨 격투기를 한다 그러다 발목, 무릎이나 날려먹어, 외모나 좋은가 그렇다고 돈이 많은가, 그런데 하여간 미모의 처녀들이 병문안이랍시고, 하루가 멀다하고 들락거리니 희한하시긴 모양이었다. 어쨌든 어머니는 꽃송이 양을 한번 보시곤, 역시 포구 여자답다, 보스 기질이 있다, 여장부다, 라고 평하셨고, 사람은 은혜를 알아야 쓴다며 결혼식에도 보내시어 봉투를 전하셨다.



세월은 흘러흘러, 꽃송이 양도 나도 모두 부모가 되었다. 그 동안 어찌나 열심히 살았는지, 아직 갓 마흔, 젊은 나이에 벌써 어깨에 석회가 쌓여 긁어내느라 입원했다 들었다. 내가 돈 한 푼 없던 총각시절에, 친구들은 성별을 떠나 오로지 나를 믿어주고 아껴주며, 밥 사주고 술 사주고 책 사주고 시간과 마음을 다 주었다. 말 못하는 짐승도 은혜는 잊지 않고 갚으며, 관중은 젊었을적 포숙아의 우정 아래 제 환공을 으뜸가는 제후로 키웠더랬다. 이제 와 내가 아내와 좋은 가정 꾸렸다고, 나 몰라라 나만 혼자 시시덕거릴수 없어 아내에게 허락받고 함께 병문안길에 올랐다. 이 냉면집은, 바로 꽃송이 양이 알려준 집이다.



결론 : 아주아주 맛있습니다.

거구의 희극인들이 나오는 방송에도 출연했던 식당입니다. 남녀노소 할것없이 진짜 무지하게 밀어닥치는 집입니다. 주말에만 점심 저녁 사이 휴식시간이 있긴한데, 사실상 주방만 잠깐 쉬는거고, 식당 내에서 휴식시간 바로 직전까지, 주문을 받고 먹을 수 있게 하니 사실 주문받는 입장에서는 다소 힘드리라 생각합니다. 물냉면 육수에나 비빔양념 위에 까나리액젓을 한 바퀴 두르면, 향이 강해지면서 간이 짭쪼름하게 오르는 육수도 육순데요, 이 집의 제일은 면입니다. 막국수가 떠오를 정도로 메밀이 많이 들어가 쫄깃함보다는 부드러우면서도 적당히 탱글탱글해서 입 안에 씹히는 식감이 정말 좋아요. 회냉면은 그야말로 안주에 제격이었고, 물냉면은 진주냉면 못지 않게 해장의 미덕에 충실합니다. 달지도 않았고요, 개인적으로는 굳이 까나리액젓이 없어도 좋았어요. 다만 까나리액젓을 부으면, 약간.비릿한 끝맛이 육수의 상쾌함을 더 선명히 끌어옵니다.


메밀을 잘 다루는 집답게 빈대떡 바삭하고 아주 맛있구요, 메밀전병 추가해보았는데, 살짝 기름지지만, 적당히 매콤한 속이 아주 조화로웠습니다. 만두를 주문한 탁자는 거의 없었지만, 빈대떡과 전병이 훌륭해서겠지요, 만두도 좋았으리라 예상합니다. 밀가루 떡 안에 김칫소를 넣고 겉에 참기름을 발라 쪄낸 짠지떡은 백령도 전통음식이라는데, 요즘은 안하신대요, 아내는 최근 온 냉면집 중 가장 맛있다는 평이었습니다. 우리집 냉면대장 전소은은 말해 뭐할까요 ㅋㅋ


다만, 주차 좀 불편합니다. 골목으로 좀 들어가야 안내하시는 분이 무심하게 안내해주십니다. 아내가 좀 애썼어요ㅜㅜ





2. 의왕 ㄱ 면옥.


세상 무던한 아내에게도 의외로 맛집을 찾는 몇 가지 기준이 있는데, 그건 다름아닌 점심시간 때 한가한 집은 절대 가지 않는다는거다. 맛집을 찾는다기보단 최악의 수를 피하자는 점에 더 가까운데 이러한 아내의 기준 아래, 내가 아직 낯선 영남지방에서 제법 찾아낸 맛집이 많다. 구미의 모 국수집도 그 중 한 곳이다.


반면 혹시나 가 역시나 였던 곳도 있는데, 의왕 철도박물관 .앞 ㅈ면옥…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모처럼 아내와 내가 다 쉬어 소은이를 데리고 철도박물관에서 놀고 나서, 애 먹인다고 바로 근처 면옥을 갔는데, 아무리 식사시간 지났다지만, 너무 한산해서 한산대첩… (…) 이라 불안하다 싶더니 아뿔싸, 적중했다. 못 먹겠다 싶을 정도 맛은 아니었지만, 이 맛에 이 가격이면 너무 비싸고 아깝다 싶을 정도였다. ( 물론 저는 전문미각훈련을 받은 사람이 아니니 다 개인차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어머니 아버지가 날도 덥고 짜증난다며 다같이 가자고 미리 찾아두신 곳이 그 곳이었다. 사랑의 하츄핑을 막 보고온 소은이는 다시 하츄핑 더 보고 싶다며 할아버지, 할머니도 싫고 냉면, 육회도 싫고(웬일이야, 역시 등골핑은 위대해 ㅋㅋ) 오로지 극장만 가자고 떼쓰는걸 겨우 진정시켜 태우던 끝에 보인 면옥이 .. 아, 설마 그 곳? 나는 얼른 아내에게 속닥거렸다. 소은엄마, 어찔까, 여그 철도박물관 앞 거근디.. 아내도.얼굴이 핼쓱, 어머이 아버이, 여기 좀… 그렇니더, 딴 데 가면 안되겠어예? 해서 급하게 방향을 튼 곳이 바로 이 호수 앞 ㄱ 면옥!



결론 : 기대치보다 맛있었습니다, 무난했어요.

가오리무침, 만두, 물냉면, 회냉면인데, 면은 웬만한 기존 면옥처럼 쫄깃할 정도로 가느다란 세면 細麵 이에요. 육수도 무난합니다. 새콤달콤한데 약간 과하게 단, 요즘 기준에서 맛있다 싶을 육수죠. 회냉면 양념이나 가오리무침도 비슷하게 달콤한건 유행이라 어쩔수 없을듯합니다. 다만 물냉면 빼고, 회냉면, 가오리무침, 만두에 후추가 많이 들어가서 뒷맛이 화하고, 먹고난뒤 끝맛을 누르듯 정리해주는 강세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태권도나 권투에서 항상 예비해두는 뒷손뒷발이 우연찮게 걸려들었달까요? (뭔소리야) 넓고 깔끔하구요, 직원분들도 친절합니다. 다만 만두속은 맛있었는데, 만두피는 제 미숙한 입맛에도 알수 있는 시판 껍질을 너무 쪄내서 충실한 만두속을 오히려 방해했던게 아쉽네요. 적당히 달고, 후추맛도 있어서 술안주로도 좋았을텐데, 부모님 모시고 가서 선주후면 못한게 아쉽 ㅜㅜㅜ





작가의 이전글 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