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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er병문 Aug 22. 2024

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술에 대하여

그러므로 시장을 다녀온 예수님의 제자들이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으려 하자, 옳다구나 싶은 바리사이의 율법학자들이 꼬투리를 잡는다. 옛 조상의 전통에 따르면 손을 씻은 뒤에야 비로소 음식을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남명 조식이 퇴계의 제자들을 비판하듯, 바리사이의 학자들 또한 목수의 아들이 스스로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으면서 그 제자들은 율법조차 지키지 않는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던진다. 이에 예수님은, 어찌하여 너희들은 하나님의 율법을 지키기보다 사람의 율법에 매여사느냐, 모세의 십계나 제대로 지켜봤느냐, 세상에서 나서 사람에게 들어가는 지저분한 오물이나 음식은 뱃속을 거쳐 밖으로 나가니 마음 속에 스밀수 없어 지저분하지 않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음란, 탐욕, 고집, 폭력 등의 지저분한 죄악들이 사람의 마음을 다시 더럽힌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모든 음식이 깨끗하다 선언하셨다.



율법학자들은 혜성처럼 나타나 광야에서 시간을 보낸 뒤 안식일에서조차 거리낌없이 기적을 행하시는 젊은 목수의 아들을 인정할수 없었고, 이해할수 없었을 터이다. 그래서 그들은 율법을 내세워 왜 안식일에 일하느냐 몰아붙였고, 희한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여러 남편이 거듭 죽은 아내가 있는데, 당신이 말하는 부활의 날이 와서 모든 남편들이 살아난다면 아내는 어느 남편을 따르리이까?  수천년 후 그들은 모빠상이 비슷한 주제로 귀향歸鄉 이라는 단편을 쓴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을까? 어부인 전 남편이 이십년 동안 돌아오지 않자, 남은 부인 십년간 수절하다 남편의 친구와 재혼하지만 그로부터 십년 후 남편은 구사일생으로 돌아온다. 소설의 말미에도 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키 위해 마을의 신부님께 가듯, 예수님은 준엄하게 말씀하신다. 너희들이 도통 성경을 읽지 않으니 이따위 질문을 하는게 아니냐, 부활의 그 날에는 매임도 시비도 없다. 즉, 우리가 옳다고 중요하고 여기는 시시비비는 모두 속세의 것일뿐, 판단은 하늘에 계시는 분이 하시는 것이다. 욥기에서 주께서는 누가 세상을 만들었냐 강하게 말씀하시고, C. S 루이스는 천국과 지옥의 이혼 에서 이미 주께서 모든 판단을 하셨음에도 자신의 판단을 버리지 못해 천국행 버스를 타지 않고 스스로 떠도는 고명한 신학자를 풍자한다.



술은 위험해지기 쉬운 음식이다. 탈무드에서는 악마가 인간과 거래하여 술을 빚으려 심은 포도에 개, 원숭이, 양의 피를 뿌려 키웠기 때문에 취하면 양처럼 온순해지다, 원숭이처럼.신이 나다.마지막에 개처럼 추해져 두들겨맞아야 술이 깬다고 전했다. 아내는 교회 다니는 사람이 부끄럽지 않냐며 늘 내게 술에.대해 경고했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아내가 단호한 일은 좀처럼 자주 있지 아니하다. 아내는 총각시절 어머니 아버지 몰래 숨겨둔 술을 다 갖다버렸고, 내 코트 속 찔러둔 작은 술병도 버리게 했다. 나는 지금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술을 마신다. 바쁘고 힘들고 아내의 허락이 없으면 한 주 건너뛸때도.있다. 마실때는 주로 고량주나 위스키를 천천히, 여러번에 나눠마시는데, 한 병까지가 딱 좋다. 두 병부터는 취했다 느끼며 세 병부터는 두어번 기억이 없을때가 있었다. 오십도짜리 안동소주 세 병을 마셨을때 아내는 이 인간도

주량이란게 있긴 있구나 싶어 차라리 안심되었다 했다. 너와 아내 앞에서 두 번 기억을 잃고 잠든 뒤로, 나는 더이상 젊을적처럼 두주불사로 퍼마시지 아니하고, 평소엔 무엇이든 사오십도짜리로 한 병, 많아야 두 병을 넘기지 않는다. 그 이상.마시려하면 아내의 엎은손칼이 어느 각도로든 날아오므로 이미 취한 손발로 막거나 피하기가 쉽지 않다. 대신 어쩌다 아내 없는 자리에서 그나마 빨간색 공장소주 마셔봐야 밍밍하여 맛이 없는데 아내가 없어서인지 술이 갈수록 약해져서인지 알 수 없다. 이상하게 아내 곁에서 적당히 눈빛받으며 마셔야 오히려 편안하여 술맛이 좋다.


바울은 술 자체가 믿음을.흐트러뜨리지는 않지만, 결혼도 그렇거니와 괜히 딴 사람 구설수에 올라 믿음을 흔들리게 하거든 술도 끊고, 결혼도 빨리 해서 가정에 충실하라 했다. 남 먹는 음식에 왈가왈부하지 말고 자기 믿음이나 신경쓰라는 뜻일게다. 우리 동네는 갈수록 히잡을 쓰고 외간남자와 정육점을 멀리 피해가는 외국 부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세상에서 내 믿음을 지키기는 쉽지.않다. 교회는 그러므로 도장처럼 믿음을 가다듬는 중요한 공동체다. 술은 계속 줄이고.있다. 아니 끊지는 못하리라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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