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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영화감평)

범죄도시 4 - 우람한 액쑌, 앙상한 서사

by Aner병문

감독 허명행, 주연 마동석, 김무열, 그리고 김지훈, 범죄도시 4. 한국, 2024.


38사기동대, 압꾸정, 챔피언, 범죄와의 전쟁, 그리고 야구영화 퍼펙트게임(난 사실 이 영화에서 마동석 배우를 더 인상깊게 봤다) 에서 보이듯이, 마동석 배우는 놀랍게도(?) 근육과 괴력만 가진 단편적인 연기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무로는 상당히 많은 영화에서 이 근육 트레이너 출신의 거구 배우를, 비슷한 서사에서 비슷한 배역으로 끊임없이 소비할수밖에 없었다. 배우 마동석이 출연한다는 자체만으로 관객들이 기대하는 방향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힘겨운 현실, 물가에 따라 비싸진 극장표, 여러 전작들을 챙겨보지 않으면 더이상 서사를 이해할수 없게 된 인기대작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범죄도시 1이 가장 확실한 효시가 되고, 인상적인 신호탄을 터뜨렸을 터이다. 처음 봤을 때는 이렇게까지 징그럽고 잔인할.필요가 있었을까 싶었지만, 연작이 거듭될수록 오히려 그 정도로 끔찍한.야수성을.지닌 악역이 서사의 한 축을 분명히 담당했다는 사실을.인정하지 않을수 없다. 범죄도시.1은 이른바 괴물형사 마석도 라는 배역을 통해 배우 마동석을 어떻게 써야할지 명확한 공식을 제기하는데 성공했다.



서사? 어쨌든 괴물 형사 마석도가 다 때려잡는다.

액쑌? 어쨌든 괴물 형사 마석도가 다 때려잡는다.

결말이 예상될수밖에 없는 서사에, 괴력의 마석도는 좀처럼 위험해뵈지도 않는다. 일대다수라도 맨주먹은 말할 것도 없고, 야구방망이, 각목, 짧은 칼, 장검, 마체테도 거리낌없이 상대하고, 심지어 권총까지도 순식간에 빼앗는다. 1편, 2편 이후 원래 권투 선수였었다는 설정이 3편부터 추가되면서, 노리고 치면 갈빗대 두세대는 그저 깨버리는 폭탄 같은 타격에, 무엇보다 아무리 찌르고 베고 맞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내구성까지, 진짜 괴물 형사라 불릴수밖에 없다. 그러니 연작을 거듭할수록, 당연히 주인공의 위기가 위기처럼 느껴지지 않게 되고, 반대측 악당에도 무게를 실어주려면 그만한 인상과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괴물 형사 마석도의 상대편, 다시 말해 이른바 범죄도시 “빌런”의 계보를 볼작시면, 국내(로 유입된 )깡패 ㅡ 해외 깡패.ㅡ 국내 경찰 ㅡ 해외 특수부대 순이다. 1편, 2편에서는 사회의 이방인들이었다가,3편부터 범법자라 해도 한때 사회 엘리뜨 계층으로 틀어버린 사실이 재밌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직까지는 가수 출신 배우.윤계상이 열연한 장첸만한 야수성과 잔인함을 갖춘 생동감 있는 악역은 드물었다. 발레교습소 때부터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이던 윤계상 배우의 장첸은 그야말로 장혁 배우의 대길이, 윤시윤 배우의 김탁구, 이연걸의 황비홍, 견자단의 엽문만큼이나 평생.배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섹시한 구씨ㅡ손석구 배우의 강해상은 장첸의 하위호환 느낌이고, 이준혁 배우의 주성철은 부패경찰로서는 인상적이었지만, 마석도에게 위협을 가할만한 맞수로는 다소 부족해보였다. 밀리고 쫓기다 사무실에서 발악하듯 내던지고 싸우는 모양새라니… ㅜㅜ 장첸도 강해상도 백창기도 각자 공항 화장실, 버스, 비행기 일등석에서 마석도 처리하고 떠날 곳이 있었지만, 주성철은 이미 본인이 범인인거 들통난데다 공무원인데.. 이긴다 해도 막다른 골목이라는 점이 더 크게 작용했던 듯하다.



그렇다면, 한국의 마크 월버그…(…진짜 볼때마다 닮으셨다. 별순검 드라마 시절부터 그 생각 많이 했음 ㅜ) 연극과 뮤지컬의 황태자였던 김무열 배우의 백창기는 어땠는가? 무려 특수부대를 거쳐 외인부대 출신 용병으로 지금까자 악명을 떨쳤던 국내외 조폭이나 경찰과는 경력부터가 다르다. 그 경력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 극 중 백창기는 마치 맷 데이먼이 열연한 제이슨 본처럼 극도로 계산된 기술들을 보여준다. 장첸이 징그럽고, 강해상이 거칠었으며, 주성철이 비겁하고 끈질겼다면, 백창기는 가장 냉정히 싸운다. 다른 맞수들에 비해 그는 일단 지나치게 흥분하지도 않고, 호흡이 흐트러지지도 않는다. 짧은 칼로 상대의 급소를 일격에 찌르거나 내리그어 단번에 상대를 제압하는데, 상대보다 빠른 상황에서는 칼을 앞세워 먼저 끝장내고, 그 외의 상황에서는 공격을 맨손으로 한 차례 받아넘겨 움직임을 묶어둔 뒤에 찌르고 벤다. 쟌 윅이 총을 쏠때 처음부터 머리나 심장을 노리지 않고, 먼저 다리를 쏘거나 혹은 오래 익힌 유도, 삼보의 기술로 상대가 애초에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두고 치명타를 입히는 기술과 결은 같다. 조 부장 역을 맡은 김지훈 배우는 본디 배우가 아니라, 아는 사람은 다 알듯 국가대표 권투선수로서, 프로 선수처럼 반드시 강하게 쳐서 이기는 일이 중요하지 않고, 올바른 자세로 정확히 타격하고, 피하고, 막아 점수를 올리는데 능한 분이라, 이미 나는 그 분의 유튜브로 숱하게 덕을 봤고, 영화에서의 그 자세도 비록 역할 때문에 과장이 있을지언정 훌륭하시었다. 레슬링과 더불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되었으며, 두 발로 걷는 인간이 어떻게든 강해지기 위해 노력한 권투의 기술은 어데서든 쓸모가 있다. 실제로 한 손에 칼을 쥔 채 열어둔 자세로 치는 잽이나 스트레이트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실제 그렇게 연습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국가대표쯤 되시는 분이 영화적 설정을 감안하게 움직이신 것이니 어련히 잘하지 않으셨을까 싶다.



그러나 더 정밀해지고, 통쾌해진 액션 대신 서사는 갈수록 더욱 앙상해져간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연작이 거듭되면서 지금까지 마석도는 위기를 겪지 못했다. 천하의 아이언맨도 수트를 모두 빼앗겨 급조한 장비로 싸우며, 캡틴 아메리카는 혈액에 흐르는 수퍼솔져 용액이 옅어져 늙어버리고, 외계의 신 토르조차 살찌고 약해지는데, 마석도는 아무리 싸워도 지치지 않고, 아무리 맞아도 물러나지 않는다. 이러니 기대를 했던 관객들도 심드렁해질수밖에 없다. 비록 보기에는 괴로웠으나 천방지축 유아독존으로 거만하게 날뛰던 1편의 장첸 일당이 그나마 위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을 뿐, 2편의 강해상은 백주대낮에 교통경찰 배에 칼을 꽂으며 겨우 근접한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3편의 부패경찰 주성철은 여러 야쿠자들을 이간질시키는 잔머리는 좋았으나 가장 절정에 치달아야할 결말 부분의 일대일 싸움에서는 안쓰럽기까지 했다. 차라리 4편의 백창기가 처음부터 칼을 잡고 자신의 장기대로 싸워서 마석도를 빈사 직전까지 몰고 갔다면 오히려 영화적 서사로서는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다. 1편에서는 독랄함과 경박함을 모두 갖춰서 적절한 '블랙코미디'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했던 박지환 배우의 장이수 또한 인생배역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연작을 거듭할수록 광대처럼 소비되는 모습을 보니 지치기까지 한다. 우리는 일찍이 '향숙이 이뻤다' 로 짧은 전성기를 누렸지만, 그 이후 올바른 배역을 찾지 못해 결국 빠르게 그 전성기를 소비해버린 박노식 배우의 사례도 잘 알고 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범죄도시는 벌써 8편까지 미리 계약이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4편까지가 절반이라고 할때, 지나치게 같은 경향으로 소비되는 듯하여 크게 기대도 되지 않고, 지칠 수밖에 없다. 보기 괴로울 정도로 잔인했어도 완성도의 면에서는 1편이 제일 낫지 않았는가 한다.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끌어오는 마동석 배우 역시 5편부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영화의 서사가 전개될 것이라고 답변한 적도 있다고 하니, 아직 기대는.. 완전히 접지 말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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