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와 빠스칼
강신주 선생은, 인문학적 정신이란, 모든 초월적 가치에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보되, 타자를 통해 내가 행복하고, 타자 또한 나를 통해 행복한 관계를 맺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태도라 했다. 스스로 상처받아 거리에서 모든 관계를 단절한 노숙자들에게 짐승과도 같다 표한하거나, 이른바 혼밥 ㅡ 혼자 먹는 밥을 상대와 소통이 없다며 먹이 라고 비판한 이유도, 비록 거칠망정, 그가.생각하는 맥락에 따르면 당연하다 여길수 있다. (물론 나는, 그가 훌륭한 저술가라는 사실과 별개로, 이 주장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심지어 종교를 가진 인문학자는, 사유를 그만두고 위안으로 도망간 비겁자라고까지 평했다. 이건 멸칭.아님? ㅜㅜ) 그러므로 종교로 점철된 중세를 지나 대도시 암스테르담에서 거대하고 보편적.이성을 낙관하게 된 데카르트와, 반면 그 거대한 이성 속에서도 여전히 허영을 유지하는, 갈대같은 심정의 인간을 본 빠스칼은, 각자 인간을 발견했으되 그 집중하는 면모가 달랐다.
자꾸 민주주의, 인본주의 하는데, 대체 누가 인간인가? 뭘해야 인간인가? 우리가 언제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왔고 무엇을 해야할지 돌아볼 시간이나 있었나? 나는 도장에서 항시 상대의 무기나 손, 발만 무턱대고 쳐다보지 말라고 사제사매들께 일러드린다. 상대와 거리를 두고 전체 움직임을 봐야 상대가 누구고 뭘할지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나는 내가 보든, 믿는 누가 봐주든 선택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