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주말부부의.슬픔
그러므로 부르디외는.아비투스 를.말했는데, 단순히 습관이 아니라 계급에.속하거나.사회에.학습된 내용이 내 몸에 배어.있는 습속이라는 뜻에 더 어울린다. 요컨대 이솝.우화에서 사자 가죽을 뒤집어쓴.채.사자인 척 하려던 여우가 설치다 죽은 이유도, 영화 기생충의 주인공.가족들이 주인 가족이 비운.집을 대신 보며 명주들을 섞어먹는다거나 개 육포를 뜯어먹는 일 또한, 그 사회나 계급의 아비투스가 몸에 배지 않은채 무리하게 따라하려 했기 때문이다.
훗설과 하이데거는 내 몸이 직접.체험하고 인지하는 존재에 대한 철학에 대해 말했으며, 마투라나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내 감각기관으로 모두 인지하고 체험한 경험만이 주체 의식이 된다 못을 박았는데, 이미 오래 전 싯다르타는 이를 오온 이라.하여 이 오온이 만들어내는 내 모습이 영원하리라 집착하지.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므로.주말부부란 참으로 서글프고 허망하고 슬픈 관계다. 검은머리 파뿌리되도록 눈이 오나 비가.오나.함께 한다 했지만, 고작(?) 먹고 사는 문제와 육아 때문에 평생 함께 하기로 한 금석金石의 사이임에도 한 주에 이틀 보면 다행이다. 누군가 주말 근무까지 더한다면, 나머지 한 쪽이 훨씬 바빠진다,무엇보다 이제는 철들어, 손꼽아 제 어미 오는 날을.가늠해보는 딸의 모습도 사무치지만, 매 주말 견우직녀 보듯 만나도 서로 애틋한 마음이야 왜 없으랴만, 주말간 밀린 가정.일을.처리하느라 또 시간은.순식간에 녹는다. 안 그래도 부부가 되기 전 각자 삼십년 넘도록 다른.경험과 아비투스를 지녀왔는데, 부부로서 함께 공간과 경험과 언어를 공유할 시간이 너무 적으니, 타인같아 아직도 설레는 부분도 있으나 급할 때는.아직도 이걸 모르나 싶기도 하다.
그러므로 다시 한번 주말부부란, 참으로 사랑함에도 애틋하고 안쓰럽고 아프다. 만화나 영화처럼, 길어야 일주일에 이틀, 뽕네프 다리의 연인도.아니므로 만날때마다 서로 사랑한다 보듬으며 한몸.한마음으로 녹듯이.얽히워도 모자랄 판에 언제나 먼저 처리해야할 현실이 눈앞에 있다. 시간은 없고, 마음은 급해 발을 동동대는, 예민하고 성마른 남편을 늘 웃음으로 풀어주는 이는, 언제나 구름처럼 무던한 아내다. 아내는 지금 늦은 밤, 내 출근한.사이 아이와 놀아주고, 씻기고, 재워놓고 이제서야 서로 맞대고, 바쁜 연말 주말부부의 앞으로 주말 일정을 짠다. 그러고도 아내는 싸가지고 온 일을 또 해야 한다. 전화기며 컴퓨터가 한편으론 멀리 있는 우리 부부를.당겨주지만, 한편으론.바라지도 않는 일을 당겨오니 또 힘들고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