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스와 클라스트르
진시황이 철혈의 전쟁과 공포의 법가정치로 다시금 통일제국을 이뤘지만, 그 역사는.오래지.않았다. 허벅지에 칠십이개의 점이 있었고, 젊었을적 머리 둘 달린 뱀을 쳐죽인 적 있었다는 말단관리 유방이, 산을 뽑아 하늘에 던진다는 초나라 귀공자 항우를 쳐부수고 한 제국을 세울줄 뉘 알았을까. 진시황이 법으로 망했기에, 한나라는 법가 대신 유학을 받아들였고, 가정을 유지하는 논리로 국가 또한 존속코자 한다. 오행상극에서 오행상생으로 재해석되어, 불이 쇠를 이긴다는 뜻보다 나무가 불을 돕는다는 식으로 순환과 유지를 중시 여기게 되고, 동중서의 천인감응 왕도통삼론은 그 정점을 찍는다. 왕은 하늘을 감동시키는 이이며, 하늘과 땅과 사람, 3요소三를 이어주는 | 이이니, 곧 왕王 이란 것이다. (아니, 그럼 왕뚜껑은… )
홉스의 리바이어던처럼, 만인의 투쟁 상태에 있던 전근대인들이 스스로 계약을 맺어 국가에 힘을 실어줬다 생각치는 않지만, 국가는 가정과 마찬가지로 구성원이 선천적으로 선택할수 없는 사회라는 클라스트르의 지적에는 동의한다. 나와 아내는 사랑하여.가정을 꾸렸고, 이후 소은이가 태어났으며, 우리 가족을 중심으로 생판 남이었을 관계가 촌수로 엮이게 되었으니, 결국 모두는 공동체를 쉽게 선택할수 없으며, 설사 벗어나거나 바꾸고싶다 한들 녹록치 않다. 절연, 이혼, 이민, 귀화 등.. 자신의 소속을 바꾸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가정 또한 0촌의 혈연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그
귀속과 유지의 논리는 국가처럼 웅장하고 세밀해야한다. 또한 바꿔 말하면 모든 국가의 시스템적 정비와 정책은 가족의 논리처럼 사랑과 존중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설명없이 대충 넘겨버리면, 무례한 폭력이 된다. 제아무리 법과 정책이 엄정하다 한들 구성원들이 존중하거나 준수치 않으면 소용없다. 그래서 이미 이천년도 전에 공부자께서는 자로 잰듯한 법으로 제아무리 센 형벌을 주려한들, 백성들은 피할 궁리만 한다 지적하셨던 것이다. 사회구성원들 스스로가 한 가족이 된듯 스스로 공부를 통해 타인을 이해하는 심성을 기르는 편이 총체적 사회의 변용보다 비용도 시간도 적게 드는 일일 터이다.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거 모르지 않는데, 그러나 모든 가정이 같은 마음으로 애쓴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