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ITF 781일차 ㅡ 발차기 연습!

by Aner병문

ITF는 철권의 화랑이 그러하듯, 올림픽에서부터 동네 도장까지 볼 수 있는 WT처럼 극단적인 발차기만의 형태를 고수하지 않고 주먹 기술뿐 아니라 지역 대회에 따라서는 하단차기와 무릎, 팔꿈치까지(!!) 쓰기도 한다. 그러나 태권도의 태 가 뛸 태 자이니만큼 발차기가 기본으로 중요시될 수밖에 없다. 태권도의 발차기는 근간인 가라테와도 다르고, 중국 전통권이나 킥복싱, 무에타이와도 닮은듯 다르다. 혹자는 발만 맥없이 던지다 쓰러지거나 서로 껴안는 WT 경기에 강한 비판을 보내기도 하고, 나 역시 서른 이전에는 그러했으나, 코로나가 성행하기 전 작년 무주 태권도공원에서 날렵한 일본 ITF 선수를 더욱 빠르고 날렵한 WT 발차기로 맞상대하는 한 여고생을 보고 무척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규칙과 원리의 차이는 있다지만, 강한 이는 무엇을 배워도 강한 법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원래 천성이 둔하고 겁이 많은데다 무공 시작도 이미 스무살로 늦어 대성을 바라기 어려웠다. 하필 매하 최영년 선생조차 백기신통비각술이라 찬탄하는 택견으로 시작했으니 더욱 그랬다. 둔하고 짧은 내 다리로는 상대의 얼굴을 후릴 수 없어 나는 늘 마구잡이나 개부르기 같은 관절기로 승부보았다. 킥복싱이나 종합격투기에서도 내 발차기는 늘 늘지 않았고, 그예 주짓수 경기에서 발목을 다치면서 언감생심 왼발은 더욱 느려지고 쑤셨다. 내가 서른살 5월에, 조금씩 주워배우던 중국 무공의 본격적 훈련 대신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태권도(난 군대도 전투경찰 나와서 WT 태극 1장조차 해본 적 없다.), 그 것도 ITF에 입문하게 되었을때 부모님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비 오면 쑤시고 아파 절기까지 하는 다리로 무슨 태권도를 하냐고 걱정하고 비웃었다. 물론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내 성장 속도는 늘 느리다.



나는 학문과 무공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같고, 그 뿌리는 그가 곧 살아온 결에서부터 움튼다는 사실을, 오히려 학교를 나와서 알았다. 그러므로 공부자께서는 육례 중 활쏘기가 곧 공부와 같아 선비의 덕목으로 권장하시었다. 내 무공은 늘 천박하고 얕고 잡스럽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분명 이전보다는 조금이라도 좋아지고 있었다. 사실 무언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내가 안다는 사실에 천착하여 그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쓰기보다 내가 지금 무엇을 모르고 있으며, 그를 어찌 메울지 골몰해가는 과정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연휴 동안 출근길 시간을 쪼개어 단 한 시간이라도 도장에서 땀에 젖도록 WT식으로 뛰고 무릎을 올리고, 주먹과 발을 치는 연습을 했다. 다음 맞서기는 이보다 낫기를 늘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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