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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음식감평)

오늘의 면식수햏(10) ㅡ 신림 ㅅ. 안양.ㅅ

by Aner병문 Jan 17. 2025


1. 신림 ㅅ


늘 그렇지만, 쉬는.날이 더 바쁘다. 쉬지 않는 날 출근, 육아, 훈련, 독서 이외의 미뤄둔 일을 해야하며, 조금이라도 여유있을때, 훈련과 독서의 비중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맛있는 면을 먹으러 다니는 일은 확실히, 일상의 소소한 양념처럼 즐거운 일이고, 이 곳에 감평까지 올리게 되니 약간의 의무감(?)까지 생겨 아무래도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니 심기가 조금 소진된 어떤 날은, 아, 구관이 명관이라고 가던 데나 다시 한번 갈까 싶은 때도 있다. 이 날도 제법 바빴던 날이라 메뉴 바꿔 두번 갔었던 신도림 ㄱ 을 다시 가느냐, 아니면 신림의 새로운 곳을 가보느냐, 지하철을 타고 역을 지나면서까지 고민했던 날이었다. 



도장이 있는 대림역에서, 아차하다 신도림 방향으로 가지 않았고, 이럴바엔 역시 새로운 곳을 가보는게 나았고, 결과적으로 나은 선택이었다. 카와이 탄의 역작 '라멘서유기' (국내명 라면요리왕) 에서 폭식계 라멘의 대표격으로 나오는 이에케(家系) 라멘을 처음으로 먹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신도림 ㅅ이 이에케라멘을 한다는 건, 그야말로 일본 라멘집이다 싶은 가게 안에 들어가 메뉴를 보면서 알았다. 이런건 정말 안 먹어볼수가 없자너? 럭키비키자너? (후후, 나 젊어보이죠?! ㅋㅋ) 



결론 : 결코 맛이 없진 않은데, 박력이 지나치게 넘칩니다. 방향이 너무 확실해서 오히려 균형을 잃었어요. 

가게 내부는 생각보다 아주 그리 좁지 않고, 깔끔합니다. 보통 바BAR 형태만 있는 작은 라멘집 같은 경우에는, 특히 요즘처럼 겨울일때 가방이며 파카 등을 따로 놓을 자리가 없어 다소 아쉬운데, 이 집은 식탁도 서너 개 있었고, 바와 마주보는 자리에 가방과 파카 등을 놓을 수 있는 책장 같은 선반을 마련해두었어요. 최근 좁은 라멘집에서 은근히 성가셨던 터라 매우 고마웠습니다. 다만, 물 등은 모두 본인이 직접 갖다마셔야 합니다. 한 가지 좋은건 술도 밖에서 직접 가져와서 마셔도 된다는 점이네요.  



오이 장아찌 및 생강초, 말린 마늘 플레이크, 고춧가루, 두반장, 참깨, 심지어 마요네즈까지 상당히 다양한 양념들이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밥은 한번 무료로 주시는데, 적은양과 많은양을 각각 빨간 표와 파란 표로 구분하여 조리하시는 바 앞에 내밀 수 있습니다. 직원 분 한분, 조리사 한분 딱 두분만 일하시다보니 아마 최대한 대화로 붙잡히지 않고 요리 및 전달에 집중할 수 있게끔 한 환경이 아닌가 싶더군요. 일단 밥을 달라고 해서 오이장아찌, 두반장에 조금 먹어보았습니다. 밥은 무난하게 고슬고슬해요.  항상 느끼지만, 라멘집이나 국밥집에서는 찬밥을 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뜨겁고 구수한 라멘 국물에 찬밥을 말아먹으면, 진짜 환상적일텐데 말이죠.



라멘은 생각보다 금방 나왔는데, 아무 고명도 추가하지 않았는데도 기본 고명이 제법 양도 많고 박력이 넘쳤습니다. 사진에서는 실수로 조금 먹고 사진을 찍는 바람에(많이 배고팠어요.) 약간 흐트러지긴 했는데, 반숙 달걀에 차슈 3장, 청경채와, 바삭한 김이 3장 정도 있었습니다. 이 김도 이에케라멘의 대표적인 고명인지라, 따로 추가하는 주문도 있더군요. 그냥 먹으면 빳빳해서 바삭하고, 국물을 적시면 순식간에 숨이 죽어 부드럽습니다. 



라멘에 관한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개인적으로 진한 국물의 돈코츠를 가장 좋아하긴 하는데, 이건 좀 과하잖아, 싶을 정도였습니다. 일단 굉장히 짭니다. 혀가 약간 아릴 정도로 짜요. 그제서야 가게 밖 키오스크에서 면발 굵기뿐 아니라 염도와 점성, 기름기까지 적게, 보통, 많이 로 구분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국물은 짜고 기름기가 많아 묵직했고, 면발도 다른 곳 라멘에 비해 중면 이상으로 굵어서 이 강한 국물에 밀리지 않았어요. 결코 맛이 없진 않았지만, 짜고 기름진 맛이 수준 이상을 넘도록 박력이 넘치는지라, 맛의 방향은 명료하다 못해 압도적인데, 균형은 무너질 정도로 엉망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만화에서도 충분히 보았듯이, 맛의 어느 요소든 넘치도록 만든 이 자체가 이에케라멘의 특색이라면 어쩔 수 없겠죠. 그러나 첫 한두 입은 분명히 매력적이었지만, 먹을수록 과한 맛에 물리는 느낌도 이 라멘의 어쩔 수 없는 단점인듯 보입니다. 과유불급은 정말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봅니다. 


이 맛을 어떻게든 변형해볼 수 있을까 싶어 식탁에 있는 모든 양념들을 활용해봤습니다. 오이장아찌는 약간 씁쓸했지만 무난했구요, 참깨와 고춧가루를 뿌리니 훨씬 맛이 조금 개운해졌습니다. 마늘 플레이크는 한껏 뿌렸지만 큰 도움이 되진 못했구요, 대체 마요네즈는 왜 있는 것인가, 따로 찾아보니, 국물이 적어 비벼먹는 형태의 이에케라멘에 밥을 비빌때 쓴다고 하더군요.  마요네즈를 조금 뿌려보았으나 크게 상쇄되는 맛은 없었습니다.  고춧가루가 가장 나은 선택이었던 듯 합니다.


가게 내부는 청결하고 좋습니다. 근처가 서울대라 그런지 나라 최고의 명문대생들이 오는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안양 근처의 맛있다는 쌀국수집에서도 그랬는데, 여기에도 한국말 잘하는 금발 서양 여인이 직원으로 계셔서 조금 놀랐습니다. 웰컴 투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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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안양.ㅅ



소은이의 냉면 사랑은 아무래도 절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한테도 종종 국수해달라는 말을 해달라곤 하지만, 제 어미가 오면, 국수에 대한 사랑이 폭발해서 '엄마아, 꾹수해주세요오~' 하며 엉덩이 춤도 추고 눈웃음도 치고, 뽀뽀도 해주고, 딸내미 아니랄까봐 아주 애교란 것이 폭발한다. 세상에 어느 부모가 이토록 사랑스러운 딸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솔직히 소은이 피부 문제만 아니면 매일매일 여러 종류의 국수는 다 사다주었을 터이다. 소은이가 최근에 부모 없는 바깥에서 땅콩과자를 한번 잘못 먹고 피부가 온통 뒤집어진 적이 있어서, 나는 혹시나 아내도 없는 밤에 소은이가 숨 못 쉴까봐, 피부 약을 발라주고, 한 시간에 한번씩 일어나 소은이 코끝에 손가락을 대보고, 가슴이 움직이는지 그 따뜻하고 조그마한 가슴 위로 귀를 대보며 밤을 새웠던 적이 있다. 부모가 되니 시키지 않아도 당연히 그런 일을 한다. 아이는 다행히도 약을 많이 바르고 평안히 잠들었었는데 쌕쌕거리며 오르락내리락하는 작은 가슴이 어찌나 따뜻하고 귀여운지, 피곤한 와중에도 혼자 비적비적 웃었던 기억이 난다. 여하튼 아이가 아프지 않은 것이 제일 좋으니, 우리 부부는 소은이 국수를 먹일때도 가능한 냉면을 먹이도록 신경을 많이 쓴다. 피부에 영향을 주지 않는 면이 냉면이기에, 소은이가 냉면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 부부가 좋아하기도 하지만, 저도 자주 먹어 그럴수도 있다. 



새로운  냉면집을 찾아가보려고 관악역 근처, 먹자거리를 가보았다.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정작 중래향이나 다른 곳을 많이 가다보니 지척인 곳을 몰랐다. 다만 가게 앞이 바로 공사중이라, 다소 을씨년스럽고, 유독 혼자 외진 곳에 있어, 처음에는 정말 영업을 하는지 알 수 없어 차에서 내리는 직전까지도, 알쏭달쏭했었다. 다행히도 사장님은 친절하셨고, 사람도 제법 오는 맛집이었다. 


결론 : 냉면 무난하고 맛있습니다. 안주로도 좋아요. 다만 만두는...?!


한동안 대형 푸드코트 있는데서 냉면을 먹었어서 그런지, 일반적으로 냉면 나쁘지 않네- 정도에 속하는 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척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사장님이 무척 친절하시기도 했구요, 메뉴판엔 술이 없었는데, 알고보니 소주가 있었던 집이라 그렇게 느껴지기도 했네요. 다만 공사 때문에 윗층 까페도 한동안 영업을 안하고 해서, 다소 가게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라는 점은 좀 감안하셔야 될듯합니다. 화장실도 깨끗하지만, 식당보다 한 층 아래에 있어요. 난로가 있긴 한데, 겨울에 냉면 먹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내도 약간 추운 편입니다. 그동안 많이 줄였는데, 소주를 안 마실수가 없었어요...^^;;



나는 회냉면을, 아내와 소은이는 물냉면을 주문하고, 김치와 고기만두를 반씩 섞었습니다. 원래 그렇게는 안 주신다고 하는데 거의 장사 끝물이라고 감사히도 그렇게 주셨어요. 명절 당일 정도나 쉬고, 그 외에는 따로 쉬는 날이 없다고 하시니 참고하셔도 좋겠습니다. 물냉면은 과히 달지 않게, 무난하고 시원한 맛이었고, 회냉면은 참기름이 약간 많이 들어갔지만, 고소하고 적당히 매콤한데 면의 찰기가 좋아서 정말 안주 냉면으로는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기다린만큼 선주후면의 정수를 본 기분이었습니다. 식전의 따뜻한 육수도 나쁘지 않았어요. 



다만 만두에 대해서는 약간 말을 덧붙여야 하는데, 보통 아삭거리는 김치 때문에 김치만두가 좀더 맛있다고 느끼는데도 불구하고, 김치 만두의 김치에서 군내가 나고, 만두소와 따로 도는 기분이라 김치만두는 다소 아쉬웠습니다. 고기만두는 따뜻할때는 맛있었는데, 소은이 먹으라고 적당히 잘라 빼둔 만두가 식고, 소은이도 배부르다며 아빠 먹으라고 해서 먹었을때, 역시 김치만두 비슷한, 약간의 군내와, 재료의 거친 식감이 느껴져서 아쉬웠습니다. 만두는 따뜻할때 먹어야 하는 음식은 맞지만, 그를 감안해도 뭔가 재료에 고려할만한 구석이 있지 않았나 합니다. 혹시 너무 오래 쪄서였을까요? 그렇다 해도 솔직히 김치의 아쉬움은 설명이 안되겠지만요. 그러나 회냉면과, 사장님의 친절함으로 충분히 가볼만한 집입니다. 결코 나쁘지 않은 집이라는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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