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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누가 감히 조선을 폄하하는가ㅡ 사칠논쟁, 인물성동이론

by Aner병문

고류故流 를 영어로는 올드스쿨 Old School 이라고 번역한다. 도장에서뿐 아니라 old school 이라고 검색하면, 꽤 다양한 영상들이 나온다. 강유류, 송도류처럼 옛날식 가라테뿐 아니라 이른바 제국유도라 불리는, 하체를 짓부수는 관절기며 머리부터 바닥에 떨궈서 낙법도 못치게 하는 초창기식 유도, 혹은 상대를 단번에 베고 찔러 쓰러뜨리는 고류 진검술도 많이 나온다. 이른바 종합의 시대가 되어, 식단을 관리받고 다양한 도구로 몸을 단련하며, 엄격한 규칙 안에서 싸우는 현대격투기가.있음에도 옛날식 무공은 늘 사나이들에게 각광받는다. 제자백가 시절처럼 가장 치열했던 시대에서도 명맥을 이어왔기 때문일까?



온고지신이라는 말조차도 곰팡내나는 시대가 되었다. 한때 조선과 유학을 깔보고 비난해야 똑똑하다 소리 듣던 시절도 있었다. 전공한 나부터도 그러고 다닌 시절이 있었으니 알만하다. 그러나 오항녕 선생의 조선의 힘, 에서 전해지듯 조선은 일찍부터 관료 중심의 체계를 갖춘 수준 높은 왕국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공무원들은 고학력자였으며 철학에 대한 식견을 갖추었고, 행정 절차 또한 세밀했다. 계층 논란이나 남녀차별에 관한 내용은 왜곡과 과장도 있겠으나 시대적 한계를 돌파하지 못한 책임을 조선 왕조에만 지우기에는 너무 과하다.



주자는 인간과 동물을 논하면서, 대학을 해석할때는, 부여받은 리가 같으나 나눠받은 기가 순수하고 탁하냐 에 따라 인간과 동물을 나눌수 있다 했고, 맹자를 해석할때는 바깥세상을 느끼고 운동하는데는 같은 기를 타고났다 하나 부여받은 리가 많고 적음에 따라 인간과 동물의 차이가 있다 했으니, 같은 리와 기의 논리를 서로 달리 해석하는데 있어 후학의 날선 비판을, 주자어류에서는 여과없이 싣고 있다.



퇴계께서는 사단과 칠정은 애초에 다른 것이라, 맹자께서 말씀하신 사단이 리로부터 나온다 했고, 칠정은 인간의 감정이니 기로부터 나온다 하셨다. 그러나 율곡께서는 칠정 중에서 리를 갖춰 정연한 감정만이 사단이 된다 하셨으니, 이는 곧 기에서부터 올바로 리를 품은 것만이 정연해질수 있단 뜻이었다.



둘다 우암 송시열의 문하였으나 외암 이간과 남당 한원진의 견해도 이와 관련하여 갈렸다. 외암께서 인간과 동물의 본성은 같으나 타고난 기가 순하고 탁함에 따라 그 차이가 있다고 한데 반해, 남당께서는 함께 타고난 기는 같으나 부여받은 리가 더하고 덜함에 따라 인간과 동물이 다르다 했다. 이는 당시 청나라와 명나라 사이에서 소중화 로서의 자존심 혹은 실리를 택해야했던 당대 선비들의 고민과도 닿아있다.



강신주 선생은 주자 이래로, 같은 이야기를 고풍스럽게 짜맞출뿐이라며 비판했으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동아시아, 특히 한중일 삼국은 산업혁명 이전까지 많은 문명의 중심 역할을 했고, 그 체계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다. 조선은 그 중에서도 훌륭한 학문의 나라였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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