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빙글빙글 우주군 감평
배명훈, 빙글빙글 우주군, 자이언트북스, 2020.
아이폰에 대해 배우기 전에 아이폰은 그저 내게 쓸데없이 복잡하고 어려우며 까탈스러운, 이방의 기기였을 뿐이다. 비록 어렵고 난해한 오류에 대한 가능성은 늘 있지만, 아이폰을 만든 이들과 파는 이들과 사용하는 이들에 대해 배우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아이폰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 바다 건너 이들이 홍어의 역사에 대해 들은 뒤에야 비로소 그 쿰쿰하고 지릿한 맛을 이해할 수 있듯이, 아이폰 역시 생활에 밀착된 기기인지라 그 문화를 이해하지 않으면 구동 원리와 논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요리도, 문학도, 무공도 다 그렇다. 왜 그런 맛을, 왜 그런 내용을, 왜 그런 움직임을.
그러므로 이영도의 신작과 마찬가지로 배명훈의 신작 역시 배경과 설정 설명에 공을 들인다. 배명훈 스스로도 이러한 서사에 어울리는 문체를 연마하는데 2년이 걸렸다 했고,SF 작가로서 늘 독자에게 어느 정도의 내용을 얼마나 전달해야할지 그 지점을 고민하는 일이 즐거우면서도 괴로운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고민과 노력으로 탄생된 배명훈의 신작은 비록 타워 혹은 안녕, 인공존재! 또는 총통 각하 나 청혼, 신의 궤도만큼 친숙하진 않지만 배명훈 특유의 낭만과 사랑과 따스함이 가득하다. 그가 풀어놓은 우주군의 군상들은 과연 빙글빙글 가끔 두서없지만, 어느 틈에 지구를 지켜낸 그들에게 빙글빙글 경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