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번외편 ㅡ 오랜만의 옥상도장 개장.
처자식이 없으니 적적해서였을까? 휴가 중간쯤에 출근 때문에 먼저 아쉽게 올라와서 빈 집에서 잠을 청했을때, 이상하게도 잠이 깊게 오지 않았다. 아이가 없으니 에어컨 맘껏 틀어놓아도 감기 걸릴 이가 없었고, 어머니 아버지가 안 계시니 불 켜고 책 읽어도 되었으며, 아내가 없으니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이도 없어서 푹 잤어야 맞을텐데도, 기껏해야 다섯 시간 정도 잠든 다음에 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였는지 퇴근길에 영 피곤하였다. 사실 마음만 같아서는 그냥 그대로 잠들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처자식이 없는 시간은, 당연하지만 드물다. 나는 휴가 때문에 체력 훈련만 그럭저럭 했을뿐, 이번주 한번도 제대로 태권도 연습을 하지 못했다. 언젠가 썼듯이, 만약 무공과 공부 둘 중 하나를 우선하라 한다면, 일단은 무공이라 말한 적이 있다. 몸의 젊음은 언제까지고 붙잡아둘수 없으며, 책 읽고 문장을 쓰는 일은, 나이를 먹어도 할 수 있다는 낙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공 중에서도 만약에 또 분야를 나눈다면, 당연히 소위 말하는 스트렝스Strength- 체력 훈련보다는 기술 훈련이다. 맨몸훈련이나 기구운동 등은 비교적 나이 먹어도 할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여러가지 무공의 낱기술은, 반복적인 훈련과 심도 있는 이해가 없다면 병행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태권도 기초 기술과 틀 연무는, 단순히 춤이나 동작의 흉내가 아닌, 진정으로 쓸 수 있는 기술의 이해여야 한다.
여하튼 어째야 되나 싶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어머니는 모처럼 고모의 교회 예배를 참석하고 온다셨다. 그토록 나와 아내가 말씀드렸어도 좀처럼 체면치레 하시며 쉽게 교회에 가지 못하시던 어머니시다. 장모님께서 살아 계실때에도 장모님을 좋아하시어 처가 교회에 선물은 하셨을망정 교회는 쉽사리 가지 못하시던 어머니시다. 그런 어머니가 교회를 들렀다 오신다는데, 혹시나 하여 내가 정결치 못하게 술이나 몇 잔 마시고 칠렐레 팔렐레 있을순 없었다. 모처럼 밝은 시간에 퇴근해서 나는 훈련을 하고 싶었지만, 자꾸 몸이 무너지고 피곤했다. 그렇다고 커피나 각성제를 함부로 더 먹어서 또 잠을 헝클어뜨리고 싶지 아니했다. 그래서 때마침 동네 양국의 대장 선생님이 나오셨길래 선생님과 상의해서 무기력증을 잠시 완화시킨다는 약만 얼른 먹었다. 약은 시고 써서 혹시 이 맛으로 정신들게 하나 싶어 웃음이 났다.
찬물로 땀 한 번 씻어냈더니 일단 정신이 좀 들었다. 주일 저녁부터 비가 온다더니, 날씨가 조금 서늘하게 느껴졌다. 근 4~5일만에 도복을 입고 틀 연습을 했고, 맞서기의 타격기술 연습을 했다. 체력이 완전히 돌아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헐겁던 정신은 어느 정도 바짝 조여졌다. 어제 처음으로 통화한 선생님께서는, 태권도에 지나치게 시간을 쏟는게 아니냐며 걱정하셧었다. 당연하다. 해야될 무공이 있는데, 내 수준은 아득하고, 지금의 실력이라도 유지하려면 남들보다 더 무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할 수 있는만큼 해야 한다. 그래도 어느 정도 훈련을 마쳐서 다행이었다. 체력 단련 5종 모음 중 주먹쥐고 팔굽혀펴기만 했더니 어느 정도 체력이 남아서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듯하다.
* 오늘의 훈련
- 유연성
- 사주찌르기, 막기부터 초단 계백 틀까지.
- 좌우 바로찌르기, 올려찌르기, 돌려찌르기 50개씩
- 앞차부수기, 뒷차찌르기, 옆차찌르기, 돌려차기, 내려찍기 좌우 20개씩
- 틀 및 훈련 끝날떄마다 주먹 쥐고 팔굽혀펴기
- 앉았다 일어나기 100개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