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김훈 선생은
인간이기 전에, 동물, 짐승, 생물로서 마땅히 생업을 통해 먹고 살아야만 하는, 밥벌이의 지겨움, 에 대해 유려한 명문으로 설파했다. 지루하고 비루한 노동을 통해 먹고, 어쩔수없이 다른 생명을 취해 살아가는 이 인생을, 교회에서는 원죄라 하고, 사찰에서는 업이라 한다. 무엇을 어찌 부르건, 인간이 놓여날수 없는 운명이라는 점에 같다.
회사가 바빠지면 그나마 한두시간 갖던 여유조차, 말라 바닥난다. 환절기에 소은이 잔기침이 길어지면 병원을 가야하고, 사범님 일 생기시면 가뜩이나 없는 시간 쪼개어 사제들을 도와야 하는데, 회사까지 정신없이 바쁘면 나는 퇴근 후 지쳐 머리가 멍하다. 책 한 줄 읽을수 없어 일찍 자면 좋은데, 가을맞이 아이 소풍이나 견학 준비물 챙기고, 괜시리 이래저래 책도 안 읽고 공부도 안하면서 전화기만 붙들다 잔다. 어제에서 오늘로 넘어오는 새벽엔, 아버지 부탁하신 택배 제 때 오나 확인하려다 새벽내내 세 번, 이른 아침 두 번 더 전화했다. 사내들은 전국팔도 흘러가는 물건들 이고 지고 싸서 나르느라, 여인들은 낮밤없이 24시간 오는 전화 대하느라 애쓰는.듯하여 편하면서도 불편한 기분이었다. 어쨌든 다들 친절하셨다. 그러나 나는 늘 지쳤는데 연일 못 잔다. 오늘은 진짜 조금이라도.일찍 자야겠다. 얄궂게도 가장 힘든 운동과 노동ㅡ 즉, 태권도와 회사 업무가 내 하루를 거의 다 차지하고 있다. 어린 시절 내가 생각한 삶과는 전혀 딴판이다. 밖은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 나는 쑤시고 저리는 팔다리를 겨우 던져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