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1336일차.ㅡ 무지한 열심은.화다
어제 있었던 일이다. 어제 별일.없었다면 비록 대단치 않더라도 나의 훈련일지는 어제가 1336일차 였고 오늘 하루 더했을 터이다. 최근에는 고관절 문제가 많이 없어져서 안심하고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가끔 허리가 아픈 경우가 있었다. 좌우 골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건 알고 있어서 나는 최근 유연성 훈련을 최대한 꼼꼼히 하고 있는지라 그때문에 허리가 뻐근하겠거니 했다. 그런데 어제 발차기 연습전 유연성 훈련을 하다 사달이 났다. 바로 선 자세에서 허리를 구부려 땅바닥에 닿게 하고 엉덩이를 살짝 후방으로 올려 허리, 오금, 종아리 등을 펴주는 동작이었는데, 여기서 갑자기 허리가 우지끈, 진짜 터져나가는 줄 알았다. 억! 하면서 아무도 없는 도장 바닥에 몸을 던지게 되었고, 태껸하던 스무살 시절, 3박 4일간의 지리산 산행에서 단련된 낙법이 겨우 나를 구했다. 어이고 어이고 하며 일어나려다 또다시 허리가 우지끈, 머리에서 벼락이 치며 웜메, 도로 주저앉았다. 앉거나 서거나 걸을 때는 허리가 안정적인지 문제가 없었다. 동작을 바꾸려할때, 즉 앉으려고 하거나 일어서려 하거나 누우려고 허리를 중심으로 힘이 들어가는 그 순간에 허리 가운데가 터질듯 아파서 견딜수가 없었다. 다른 무공이 그렇듯, 태권도의 모든 기술도 허리를 끌어오고 던지는 힘으로 성립되는데, 허리를 움직이려고만 하면 아프니 야단났다.
시간이 아까워서 남은 보 맞서기를 해보려했지만, 옆차찌르기가 시작되는 3보 5번부터 아주 다리를 들어올리지도 못했다. 게다가 곧 회사에 가야하는데 앞이 캄캄했다. 다행히도 허리를 편 상태로 걷는건 문제 없어서 나는 일단 아내에게 연락해, 필요한 약을 사서 있는대로 삼킨 다음 회사에 갔다. 한 시간 정도는 의자에 앉고 설때 온몸이 후들거리고 매우 불편했는데, 약기운이 돌고 나서는 허리 가운데가 둔탁하게 아예 느낌이 없을뿐 아프지 않아 좋았다. 다만 너무 아파서 진통제를 두서없이 집어먹은 탓인지 몸이 뜨겁고, 머리가 어지러우면서도 졸리고 몽롱해서 꼭 취한듯 하였다. 동사서독 에서 젊은 구양봉은 형수와의 이룰수 없는 사랑으로 취생몽사를 마신다. 하루가 어찌 지났는지 나는 알기 어려웠고, 나는 겨우 집에 돌아와 녹듯이 잤다. 책이고 뭐고 생각나기 어려운 나날들이었다.
다음날, 즉 오늘 일어나니 허리의 둔탁한 무감각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허리를 조금 비틀어보니 훈련을 못할 정도는 아녔지만, 약간 비틀리는듯한 균열감이 있었다. 조금 쉬엄쉬엄해야 되나 싶었는데, 사범님도 못 나오시는 아침 도장에 반가운 얼굴이 늘 그렇듯 천연덕스레 앉아있었다. 우리 도장에서 초단까지 따고 일본으로 건너가 ITF를 계속하고 있는 최 상이었다. 어느틈에 2단까지 딴 그는, 원래도 훤칠하고 잘생겼으나 더욱 빛나고 해사하였다. 오오, 히사시부리.. 그는 잠시 쉬러 왔다했다. 사과까지 들고 먼 길 온 그에게 커피 한 잔 사주면서 큰 손님.오셨으니 오늘도 쉬긴 글렀다고 느꼈다. 나는 진통제 서너 알을 또 커피와 함께 몰래 꿀꺽 삼켰다. 그즈음 좌청룡, 우백호도 왔다. 너네 이번 수요일엔 안왔잖아? ㅜㅜ
쿠도하는 은근.형님 없는대신 날렵한 최 상이 오니 이제 막 노란 띠 8급으로 승급한 두 젊은이는 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여간 좌청룡 우백호는 복도 많제, 은근 형님 없응게 니뽄에서 최 상이 잇키마스 해부러, 좋지 않애? 너스레를 떨며 각자 한 명씩 맡아 연습했다. 최 상은 그토록 오매불망 기다리던 제육덮밥을 먹고온지라 다소 힘겨워했으나 훌륭한
실력은 어데 가지 않았다. 나는 좌청룡과, 최 상은 우백호와 서로 키 맞춰서 연습했다. 다행히도 진통제 기운이 빨리 돌았는지 큰 문제 없이 연습할수 있었는데, 버피 테스트 후 뛰어찌르기를 할때 허리가 약간 뜨끈하게 아팠다. 그리고 키가 큰 좌청룡과 맞서기 연습을 하는동안. 좌청룡은 배운대로 뒤로 빠지면서 앞손을 활용해서 계속 타격했는데 나는 상대의 공격을 걷어내고 빈 틈을 쑤시고 들어가려 할 때, 허리가 뜨끔거려 뒷발을 차고 앞으로 힘차게 파고들기 어려웠다. 아아, 나는 소싸움나간 늙은 소마냥 실컷 쫓아만 다니다 끝났다.
친애하는, 스고이하고 스바라시한 나의 최 상은, 기초를 우리 도장에서 닦고 그 후 유단자 훈련을 일본 도장에서 꾸준히 이어와 사실 내심 그 실력을 보고 싶었다. 그는 작년, 산본 사범님과의 맞서기에서 멋진 역량을 보여주었었다. 그 이후로 사십이 넘은 내가 한참 젊은 그와 승부를 겨룰수 있을지 알기 어려웠다. 결론만 말하자면, 그는 좌청룡과는 또다른 움직임을 보였는데, 그는 앞손을 활용해서 상대를 막아내며 동시에 왼쪽이나 오른쪽 대각선으로 훨씬 잘 빠져나갔고 거기서 뒷발뒷손으로 결정타를 날리거나 반대돌려차기, 뒤돌려옆차찌르기, 돌개차기 등의 회전기술을 썼다. 나도 기술을 쓸 준 알았지만 기술의 완성도, 속도, 힘 등이 뒤처져서 계속 밀렸다. 나는 계속 양옆으로 뛰면서 내 거리에서 유효할 타격을 날리느라 허리의 아픔도 잊었다. 최 상은 그래도 내가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공치사해주었다. 너무 무리하는것 아니냐고도 했다.
ㅡ 오늘의 훈련
유연성
젊은 것들과 끝없는 맞서기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