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오늘의 면식수햏(25) ㅡ 서대문 ㄴ, 서초 ㅇ : 가족 특집

by Aner병문




1. 서대문 ㄴ


우리 부부는 주말부부다. 아내는 금요일 밤쯤 열차를 타고 올라와 월요일 새벽에 다시 내려간다. 아내가 오는 주말은, 아이도 당연히 손꼽아 기다리지만, 나 역시도 그러하다. 일단 아내가 올라오면 함께 아이를 보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하니, 실제로 그렇든, 그렇지 아니하든, 일상의 무게가 절반쯤 사라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내가 오지 아니하면, 더군다나 갑작스러운 당직이나 그 외의 변수로 못 올라온다 하면 나는 막막하다. 제 어미 오기를 기다리는 주말만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의 낙담을 바로 눈앞에서 보기에도 민망하지만(아, 그 작은 어깨가 축 처지고, 물기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힝, 아빠, 이번에 엄마 못 와?’ 라고 부르는 그 모습이라니!) 할아버지 할머니도 쉬셔야하는 주말, 이 아비와 단둘이 어떻게든 재밌고 즐겁고 의미있게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함께 무엇을 해야할까, 늘 골몰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늘상 키즈까페며 놀이공원만 갈수는 없으니, 기왕 놀더라도 뭐든 공부가 되도록, 박물관이나 예술 관련 장소를 가도록 노력하는데, 이 날은 경찰박물관을 갔던 날이었다.



결론 : 친절하고 음식이 맛있는데, 연중무휴, 심지어 소위 말하는 브레이크 타임조차 없어요!!! 최고ㅠㅠㅠㅠ


제 일기를 가장 꾸준히 읽어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은, 저 먼 해외의, 사람 속이는 악당들인 줄 압니다. 처음에는 문장이 하도 그럴듯해서, 응, 진짠가? 싶기도 했지만, 아니나다를까, 역시나 하는 말도 똑같고, 항시 카카오톡을 내놓으라 을러대는 사기꾼들뿐이더군요. 그래도 잊을만하면 누군가 내게 댓글을 달아주었다는 설레는 알림을 선물처럼 주기도 하고, 하필 이름도 또 ‘독자’ 라서 괜시리 진짜 작가가 된듯양 뿌듯함을 주기도 합니다. 여하튼 그런 못된 무리들이 아니라면, 소소한 제 일기 따위 읽어주시는 분들 별로 없지만, 혹시나 그런 분들 중에 육아를 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래서 서대문의 경찰박물관을 갈 마음이 있는 분이라면, 조금은 다시 생각해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깔끔하게 정돈된 부촌에 있는만큼, 경찰박물관 또한 꺠끗하고 좋긴 하지만요, 3층짜리 건물이긴 해도, 그 용적이 작고, 전시물도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경찰박물관의 전시 내용은 기껏해야 서너살 정도의 어린이들에게 어울릴 뿐입니다. 수사기법이나 교통 질서를 배우게끔 하는 몇가지 참여형의 게임이 있긴 한데, 오류가 많이 나서 그조차도 참여율이 많다고 볼수는 없었어요. 정갈하고 조용하긴 했지만, 즐길거리가 적어서 무척 아쉬운 곳입니다.



대통령 몇 분이 기거하셨던 곳이기도 하고, 진짜 부자들은 서대문에 있다는 서울 속어도 있는만큼, 서대문에서 압도당한 기분은 지금도 선연합니다. 아내 없이 소은이와 손잡고 갔던 더운 여름의 주말, 소은이와 비슷한 나이의 소년소녀들이, 중고등학생도 아닌데, 어린이집의 원복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어찌나 귀티가 잘잘 흐르는지, (그 전에, 왜 주말인데 어린이집의 원복을 입고 다니는지?!!) 또 지나다니는 사람들마다 어쩜 그렇게 품격이 넘치는지, 어미도 없이 서로 손 붙잡고 온 부녀는, 스스로 촌티가 느껴지는듯하여 위축되었지요. 아이는 경찰박물관에서 길어야 한 시간 남짓을 버텼을뿐, 결국은 견디지 못하고 배고프다고 칭얼대었습니다. 하기사 저 역시도 한 이십여분 둘러보곤, 에구, 이게 전부야?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서둘러 찾아간 곳입니다. 식객의 허영만 화백께서도 찾아갔던, ㄴ 입니다.


점심을 조금 넘긴 시간대라, 식당 안은 한산했습니다. 중후한 외모의 신사들께서 어복쟁반이며, 온반 등을 잔뜩 주문하여 먼저 드시고 계셔서, 과연 북녘 음식을 주로 하는 곳이구나 느낄 수 있었어요. 평양냉면을 찾아다니며 즐기는 축은 아니지만, 그 오묘한 슴슴함, 특히 해장에 절묘한 그 맛의 경계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 곳의 음식은 아주 깔끔하면서도 맛의 방점이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어중간한 맛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육수는 개운했고, 고기의 맛은 확실했는데, 양념은 결코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입 안에 확실한 무게를 남겼습니다. 아이도 이 집 냉면에 무척 놀라는 눈치였는데, 그도 그럴것이 가격이...한 그릇에 거의 2만원에 육박...^^;;; 맛없으면 이상하다 싶을 가격이지요.



하나 더 추가하자면, 친절함이 아주 돋보이는 집입니다. 딸내미가 실수로 물을 엎었는데, 내가 치우고 있자니, 얼른 뛰어와서 대신 치워주시기도 했고, 죄송하다고 용서를 비는 딸에게, 괜찮다고 놀라지 않았냐고, 잘생긴 주방 청년이 아이 주먹만한 약과를 하나 선물로 주기도 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결혼기념일때마다 민물장어를 먹는데, 생각할만한 기념일이 있다면 꼭 한번 다시 오려고 마음먹는, 굉장히 맛있고 좋은 집입니다.




2. 서초 ㅇ


그렇다면 아내가 오면 어떠한가? 아내가 오면 일단 마음이 놓인다. 나 대신 아이 곁에 있을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일단 마음이 놓인다. 늘상 당겨져 있는 마음의 활시위가 다소 풀리는 기분이다. 아내는 주중에 퇴근하고 나서, 나와 아이가 없는 동안, 어린이집의 앱을 보고 답신할 내용들을 회신하거나 미리 준비해야할 것들을 한번 더 내게 회신하고, 주말에 함께 할 계획들을 미리 짜두고 예약까지 마쳐놓는다. 우리 가족이 가장 많이 간 곳은 역시 국립국악원이다. 몇 번 이야기했듯이,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많은 공연들을 즐길수 있다. 강남 또한 서대문 못지 않게 부유한 동네인지라, 우리 가족은 공연을 보고 즐겁게 본 뒤에,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 맛있는 무언가를 먹기 위해 늘 고민한다.



결론 : 확실히... 맛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근거없는 지나친 자부심은 경계해야겠지요.


유명 연예인이 자주 간다는 평양냉면집은, 내 입맛에도 그닥 좋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한번 가고 또 가진 않았어요. 여러번 숙달해야할 맛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가격이...! ^^;; 그래서 경상도식 육전 냉면집 을 찾아온 곳입니다. 솔직히 상호도 맛도 기억나지 않는데, 대로변에 있는 곳치고는 지도를 보고 찾아가기가 쉽지 않아 다소 헤맸던 기억만이 선명합니다.



안타깝게도 그렇게 맛있지 않았어요. 시판육수에, 시판 면, 새콤을 넘어 시콤한 맛에 달달한 양념. 손님도 없어서 무슨 경호원마냥 우리 식탁 옆을 계속 지키고 섰는 사장님께 지나가는 말로 음식이 맛있다 말씀드리니,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그렇죠? 우리 집 김치도 어머니께서 담근거예요, 라고 하셨습니다. 제 혀가 그렇게 뛰어나지 못해서 그럴수도 있구요, 무엇보다 저는 김치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는데, 밑반찬으로 나온 김치부터 말씀하시는 품새가 다소 어려웠습니다. 여하튼 서대문 ㄴ 이나 과천 ㅅ 의 음식맛은 지금도 생각날정도로 선연한데, 이 곳의 음식은 좀처럼 기억나지 않습니다. 단지 음식 맛에 비해서 사장님께서 다소 지나치게 본인의 음식 맛을 자신하고 계신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진짜 맛잇는 면집은, 식사 시간 관계없이 언제나 사람이 바글거리는 법인데 말이죠.








작가의 이전글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