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추운 날 출근.전 다녀온 문상

by Aner병문


내가 알고 있는 죽음이란, 젊었을적.어머니의 동생이시던 이모와, 그리고 비교적 최근인 어머님의 떠나심이다. 두 어른을 떠나보내며 내가 느낀 죽음이란,.의외로 긴 기다림이었다. 남겨진 유족의 바람과 의사의 선고 사이에서, 강심제는 오묘한 도구로 작용하였는데, 연명치료라는 이름 아래에 넋과 육신을 묶어두는 일이 과연 아집일지, 가슴아픈 그리움일지, 나는 아직까지도 알지 못한다. 하루만에 결정이 난 이모와는 달리, 어머님은 반 년 이상 의식없이 병원에 모셔야했는데, 코로나까지 기승을 부려 병원 한번 들어가기도 쉽지 않던 그때, 아직 말도 채 안 튼 아이를 매번 어머니 아버지께 맡기면서, 나와 아내는 주말마다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갔었다. 화사한 신촌 대학로와 달리 하염없이 조용하게 내려앉던 그 때 그 병원의 무채색 배경은, 오랫동안 내 마음에 자리잡았다.




오랜만에 뵙는 형님은, 부고를 보낼 때도 갑자기 라는 단어를 쓰셨었다. 만나뵈어 듣고보니 과연 그러했다. 망인께서는, 주말에 지인과 식사도 잘하고, 성당 미사도 잘 나가시고, 목욕탕 가셨다 잠시 휘청거리셔서 주변 어른들이 잡아주셨다는데, 거기서 갑자기 쓰러지셨다 했다. 주변에서 아무리 심폐소생을 해도 망인께서는 돌아오지 못하셨다는데, 평소 지병도 없이 건강하시던 분이 갑자기 그리 떠나셨기 때문에 형님의 집안에서는 아무 대처도 할수 없었고, 아직 실감도 나지 않는다 하셨다. 과연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대응하여 위안드릴 말씀이 생각나지 않아 그냥 있는 그대로의 마음만 전하려고 노력했다.



김훈 선생의 근작, 허송세월, 은 부쩍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 스스로도 이제 삶을 붙잡을만한 기력이 떨어졌다 느끼시는지 등산 도구를 비롯한 고가품들을 다 주변 후배에게 나눠주시고, 술도 줄였다 하셨다. 연세가 있으시다보니 선생께서도 혼수상태에까지 가신 적도 있는 모양인데, 스스로

겪으신 임사체험과 타인의 부고를 전하는 몇 마디 단어 사이의 깊은 간극을, 선생께서는 아직도 낯설어하시고, 이해하실수 없는듯 해보였다. 평생 엄정하게 단어와 문장을 써가며 살아오신 분을, 나 같은 반거들충이 사내가 어찌 헤아릴수 있겠냐만, 출근 전 어중간한 시간, 형님과 장례식장 밥으로 겸상하며 이미 식어빠진 수육과 육개장과 들척지근한 가오리 회, 뻣뻣하게 마른 부침개 사이에서, 나는 또 한 번 죽음에 닿으며 어른이 되어가고 있구나 생각하고 말았다. 날은 어제보다 덜하지만, 여전히 추웠다. 나는 마른 길을 오래 걸어 회사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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