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ITF 1494일차 ㅡ 아이가 일깨워주는 무공의 본질

by Aner병문


무공을 하기 전과 한 후의 차이는 크다. 단순히 신체 기능의 향상이나 건강 증진뿐 아니라, 내 스스로가 좀더 담대해지고, 물리적으로 불합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약간이나마 대처 방안이 생겼다는 점에 대해 여유가 생긴다. 스무살 이전, 즉 무공을 하기 전의 나는, 어머니 아버지 밑에서 엄격하게 크느라, 물리적 폭압에 대해 대응할만한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스무살때부터 서른살 이전까지 이런저런 무공의 낱기술을 꿰어맞추면서, 잘못된 길에 들어섰고, 서른살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젊은 시절을 반추하며 올바로 ITF태권도를 사사하여 지금이나마 이르렀다. 인문학을 배운 노숙인들이, 밥 한 술, 돈 한 푼을 구걸하기보다 스스로의 난관을 설명할 수 있게 되어 자랑스러웠다는 사례처럼, 나는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가장 방치해두었던 몸에 대해 집중하면서 비로소 마음도 들여다 볼수 있는 틈새를 갖게 되었다. 이른바 지고 오는 것과, 져주고 오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바로 어제 있었던 일이다. 아내가 갑자기 비상 대기로 출근하게 되어 나는 아이와 남은 시간 함께 푸지게 놀고, 해가 져서 더 추워지기 전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그 당시 시각이 아직 오후 다섯 시 이전, 아이 표현대로 하자면, ‘와, 아빠, 아직도 낮이야!‘ 라고 말할 정도의 시간이었다. 일곱살에 접어든 아이도 겨울 해가 짧다는 사실은 인지할 무렵이 되었기에, 아이는 저녁먹을 무렵 주변이 어둑해지면, ’와, 아빠, 벌써 밤이야! 자야되는거야?‘ 라고 너스레를 떨곤 했다. 두시간 정도 키즈까페에 여념이 없게 뛰어논 아이를 서둘러 집에서 몸을 녹이고, 끼니를 챙겨서, 씻겨야 되고, 빨래 해야 된다는 생각에 나는 여념이 없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란 늘 그랬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 와 내 앞에 웬 중년 사내 하나가 휘청거리며 걸어왔다.



척 봐도 만취한 사내였다. 아직 해가 저물지도 않았는데, 허름한 옷차림일 망정, 큰 키를 가누지도 못하도록 취해서 얼굴이 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사람들이 전부 그를 쳐다볼 정도로 그는 이리 휘청, 저리 휘청 갈짓자 걸음이 심했다. 만약 아이가 없었다면 내가 먼저 가서 부축해야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걸음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 때 나는 아비랍시고 얼른 소은이부터 먼저 보았다. 난생 처음 심하게 취한 사람을 본 아이는 (그도 그럴것이, 나는 아이 앞에서 이 정도로 취해본 적이 없다^^;; 처자식 앞에서 부끄럽게 술 마실순 없지..ㅎ) 무척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만 보고 있었다. 멀리 돌아갈 길이라도 있으면 가겠는데, 하필 우리 집 으로 들어서는 골목길 앞에서 이러고 있으니 난감하게 되었다. 게다가 조만간 넘어지리라는 점도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는데, 그는, 얼마나 취했는지 제 머리를 가누지도 못하고 자꾸 앞뒤로 크게 휘청거려서 꼭 모가지 부러진 바람개비처럼 보였다. 안 그래도 큰 키에 허리 위쪽으로 중심을 못 잡고 있으니, 제대로 걸을 수 있으리라 만무하다. 저 사람 저거 낙법은 칠 줄 알려나, 저거 저러다 넘어지지 싶어 나는 소은이 쪽을 슬쩍 막아섰다. 혹시나 행여나 아이 쪽으로 쓰러지면 잡아 세우기라도 해야겠다 싶었던게다. 아니나다를까, 우리 부녀 대각선으로 마주보는 방향으로 서너 발자국 남겨두고 그는 결국 우당탕탕 넘어졌다. 그래도 성정이 착한 아이가, 아빠, 어떡해! 하고 부르짖었다. 전방 낙법치듯 그는 몸을 앞으로 굴러가며 넘어지더니, 하하하 웃고는 일어날 생각도 안했다. 무척 추운 날씨였다. 앞으로 갈 길은 뚫렸는데,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도와줄 생각을 안했다. 나도 그냥 아이 데리고 갈 길 갈까 했는데, 아이가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아무 말없이 나를 올려다보는 눈에서 웬지 많은 걸 물어보는 듯했다. 아니면 내 스스로 압박을 느꼈는지도 몰랐다.




결국 내가 소은이에게 말했다. 소은아, 아빠가 저 아저씨 도와줘야 헝게, 잠시 여기 있거라이. 어디 가면 안돼이. 나는 아이를 왼눈으로 곁눈질하면서, 나머지 오른눈과 오른손, 오른발이 앞으로 오게 해서 그에게로 다가갔다. 입성은 허름했고, 수염도 제멋대로 자랐지만, 노숙인은 아닌듯했고, 이목구비도 멀쩡하게 반듯한 중년 신사였다. 술이 웬수 아잉교, 아내가 귓가에 고시랑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어쨌든 아이가 쳐다보고 있으니 정돈된 서울말로 그를 일으켜세웠다. 선생님, 날씨 추워요, 애들도 봅니다, 기분 좋게 약주 자셨으면, 일어나 집에 들어가셔야지요. 그는 나를 올려다보니, 소은이를 한번 보았고, 아아, 아아, 오케이, 오케이 하더니 갑자기 손을 불쑥 내밀었다. 일으켜 세워달란 뜻이었다. 나는 그의 반대손이 어디 있는가 보고 ㄴ자서기로 중심을 뒤로 놓은 다음에 소은이에게 시선을 떼지 않으면서 손을 맞잡아 그를 일으켜 세웠다. 큰 키에 비해 가벼운 사내였다. 반대손에도 뭘 쥐고 있지 않아 안심했다. 그는 일어나 앉는가 싶더니 도로 앉아서 다시 하하하 웃었다. 술 좀 깨어야 집에 갈 모양이었다. 나는, 선생님, 집에 가셔 쉬셔요, 날 춥습니다. 어깨를 몇 번 두드려 주의를 주고, 다시 소은이에게 돌아왔다. 소은이는 제 아비가 하는 모습을 유심히 보다 물었다. 아빠, 저 아저씨도 술 많이 먹었어? 그래, 그런갑다. 왜? 글쎄, 힘든 일이 있으셨는가, 어른은 힘들면 저래 술 먹을때도 있는거여, 소은이도 나중에 크면, 힘든 사람 도와주고 그래야 뒤야, 너 혼자만 쏙 가고 글믄 못쓴다잉. 그 때 소은이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 사람은! 친구를! 도와줘야 돼! ^^;; 저 취객이 내 친구는 아닌데, 딸아...



아이 앞에서 도장 안에서 맞서기 하는 모습, 혹은 정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처자식을 지켜야 하거나 불의의 상황에 대응해야할때를 빼고는, 누군가와 대거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나는 처자식과 즐거운 자리만을 보내고 싶고, 애초에 처자식과 불쾌하거나, 불편할만한 자리에 아예 함께 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도 언제까지고 아이일수 없기에, 나는 아이가 적어도 제 손발을 올바로 가늠해가며, 자신의 언행에 자신감을 가지며 살아가길 바란다. 안타깝게도, 제아무리 인공지능과 로봇이 생활에 깊숙이 침투해가는 세상이라고 해도, 여전히 전쟁터에서는 세뇌당한 젊은이들이 명령 한번에 자폭을 하고, 술과 마약에 찌든 안타까운 이들이 때때로 짐승 이하의 짓을 한다. 제 몸은, 제가 알아서 지킬 일이다. 나는 어렸을떄부터 많은 책을 읽었지만, 팔굽혀펴기 한번을 제대로 할줄 몰라, 구태여 당하지 않아도 될 일도 많이 당했었다.



ㅡ 오늘의 훈련

유연성

사주찌르기, 막기부터 유급자.두번째 단군 틀까지

김 선생님과 낮은데바로막기 반복 이동

도장 공식.체력단련

헤비백 치고 차기

체력단련 6종 모음 반복

유연성 정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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