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제 7장 :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여행
일찍이 이영도 소설가는, 처녀작 드래곤 라자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남겼다. ‘인간이 숲으로 가면 길이 생기고, 엘프가 숲으로 가면 그는 나무가 된다. 인간이 별을 바라보면 별자리가 생기고, 엘프가 별을 보면 그는 별빛이 된다.’ 삼라만상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엘프와 그 스스로도 변하지만, 접촉하는 모든 것들을 변화시키는 인간의 대조를 극명하게 드러낸 문장이다.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주변의 자연물을 경외하는 한편, 또한 이해하고 해석하고 이용하고 변화시키고 싶어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대상과의 거리를 조절한다. 나는 이십여년 이상 무공을 해오면서, 인간이 관계를 만들 때 제일 중요하게 고려될 요소 중 하나가 거리라는 점을 알았다. 관절기를 하는 사람에게 상대가 너무 멀면 지렛대를 걸수 없고, 타격을 하는 사람에게 상대가 너무 멀면 유효한 타격을 넣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가까우면 오히려 메치거나 던질수 없을수도 있고, 무턱대도 가까이 갔다가 내가 먼저 맞거나, 혹은 너무 가까워 올바른 타격을 입히지 못할수도 있다. 내 공격이 닿으면서, 상대의 공격이 닿지 않는 지점을 찾아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데 그래서 모든 무공을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제대로 서고 걷고 뛰는 보법이어야 한다.
미스타 세이건도, 별자리를 엮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빛과 같은 속도임을 중시한다. 우리가 보는 별들이, 막상 별자리를 이룰만큼 서로 가깝지도 않지만, 우리가 보는 별빛들조차도 사실은 빛의 속도로 쉼없이 달려온, 이미 과거의 빛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별을 볼 때, 실제 그 별들이 지금도 그 자리에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DC코믹스의 영웅 플래시는, 음속으로 달리는 마블의 영웅 퀵실버보다 한 술 더 떠서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데, 그 강력한 속도로 인해 어마어마한 고압전류를 일으키거나 몸을 구성하는 원자들을 빠르게 흔들어서 벽을 통과하기도 하고, 심지어 과거로 되돌아가기까지 한다. 일찍이 불세출의 천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학교에서 쫓겨나 들판을 거닐며, 빛의 속도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상황들을 상상하고 가설을 짜서 상대성 이론의 기초를 만들었는데, 이는 곧 뉴턴의 고전물리학을 뒤흔드는 일이기도 했으며,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진리로 알려져 있던 유클리드의 공리공준을 공박하는, 비유클리드 파의 맥락과도 같았다. 요컨대 우리는 사물에 반사되는 빛으로 현상을 파악하기 떄문에 만약 광속, 혹은 그 이상으로 움직이는 일이 가능해진다면, ‘미처 상대의 행동을 인식하기도 전에 먼저 행동하는’ 기묘한 모순도 가능해진다. 그래서 광속으로 움직이는 자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젊음을 유지하고, 심지어 평행우주와도 같은 신기한 세상까지도 넘나들수 있는 것이다.
일찍이 탈레스는, 날씨를 예측해서 올리브를 매점매석하였고, 철학과 과학처럼 순수학문으로도 돈을 벌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러나 그런 그도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다가 발 밑의 구덩이는 보지못해 미끄러졌고, 지나가는 할머니의 비웃음을 샀다. 김훈 선생의 남한산성에서, 만주에서 조선까지 쳐들어온 청나라의 군사들에게 에워싸인 조선 왕조는, 간단한 의식주조차 해결하지 못해, 의미없는 논쟁만을 계속하며, 결국 야무지게 삶을 이어온 대장장이 날쇠의 지혜를 빌리는데까지 이른다. 날쇠는 작은 바늘부터 큰 병장기까지 모두 만들줄 알았고, 사람의 대변을 삭혀 농작물을 기를 줄 알았으며, 성 안의 여러 사람을 부려 자신이 못하는 일을 부탁할 줄도 알았다. 순수학문이 허황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랜만에 다시 읽기 시작한 코스모스의 시간과 공간은, 한 가정을 꾸리기에도 벅찬 내가 완전히 이해하기엔 너무 어렵다. 나는 내 주변 사람들과의 심정적 거리, 그리고 도장 내에서 맞서기할때의 거리나 잘 재고, 내가 속한 공간이나 흔들리지 않도록 내 삶을 정돈하면 된다. 먼 우주의 이야기는, 아직 내게는 그저 흥미로운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