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갑자기 든 생각
아무리 먹어도 허기진 날은 알고보면 배가 고팠던 날이 아니다. 배가 고팠던 게 아니라 마음이 쓸쓸하게 비었던 날이다. 마음에 뚫린 구멍을 배의 허전함으로 착각했던 날이다. 뱃가죽 늘어지도록 게걸스레 퍼먹으면 외롭지 않겠다고 어리석게 착각했던 날이다. 내가 내 몸과 마음조차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던 날이다. 그러므로 젊었을때 나는 끝간데없는 허기의 뿌리를 몰라 하염없이 술을 마셨다. 몸과 마음을 섞어 절여버리고는 방향없는 말을 지껄이다 혼이 나고, 잊어버릴 독서를 하다 잠들었다.
이제야 겨우 나는 그 설명하기 힘든 허기가, 진정 무엇이 고팠는지 알았다. 그러나 아직도 이유나 원인은 모른다. 아무리 지치고 힘들고 바빠도, 혹은 행복에 겨워도 외로울 겨를은 있었다. 나는 일주일에 이틀 보는 아내의 곁에서 마음을 녹인다. 아이의 꾸밈없는 웃음에 마음을 맡긴다. 아직은 그렇게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