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1513일차ㅡ 사범님 지도 하에!
오랜만에 사범님께 지도받는 날이었다. 단체 일, 도장 일만으로도 바쁘신 우리 사범님, 육아에 각종 업무까지 눈코뜰새없이 바쁘시어 사범님 급한 용무 있으실때는 오전반은 주로 내가, 오후반은 주로 열혈 부사범님이 맡아서 진행한다. 수제자 격인 열혈 부사범님은 몰라도, 나는 본업이 따로 있는 사람이니 실력이나 지도력에 솔직히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저 단이 높다는 이유와 여러 경험만으로, 단지 하루의 훈련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함께 노력할 뿐이다.
우백호는 이삿짐을 싸서 작별을 고했고, 나의 처가이기도 한 포항으로 내려가서 취업에 필요한 기술을 열심히 공부하고 다시 배워서 올라온다고 했다. 농담기 빼고 말하자면, 나는 책 읽고 말하는 재주밖에 없는 사람인지라, 내가 전혀 헤아리지 못한 기계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라거나, 그 프로그램이 문제가 있을때 어떻게 고쳐야 되는지 들어도 낯이 설었다. 다만 회사에서 하는 일이 그와 비슷하여, 단지 논리의 연장선상으로써, 마땅히 되어야할 기능과 그렇지 않은 상황이 서로 상충할때, 어떤 요인이 서로 맞지 않아 기기나 프로그램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겠구나 대략적으로 유추는 해볼 수 있게 되었다. 요컨대 사람은 정말 신기한 생물이다. 팔 하나 부러져서 몇 달간 깁스 한다 해도, 갑자기 팔 쓰는 법을 잊어버리거나, 팔을 못쓴다고 걷지도 못하는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은 없다. 이른바 팬텀 페인phantom pain - 환통幼痛 이 그 중 비슷하긴 하겠으나, 인간은 그조차도 결국은 극복해낸다. 있어야할 아주 작은 것조차 없다고 바로 못쓰게 되거나 실행되지 않는건, 기계나 프로그램한테나 있는 일이다. 기기는 정해진 일만 하고, 정해진대로만 움직일 수 있다. 그 외의 응용을 하지 못한다. 다만 인공지능의 극단적인 발달로 어찌 달라질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나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이 시대에, 복잡한 직장을 선택하게 된 그가, 성실하고 유순한 성정 변치 않고 연습해서 연말에 다시 만날수 있길 바랐다.
점잖으신 김 선생님과 사범님이 맞서기 기본 훈련을 하시는 동안, 나는 오랜만에 밀려있던 보 맞서기 30개와 2단의 의암, 충장 틀까지 해서, 여하튼 모든 틀 연습은 한번 다 마쳤다. 한동안 병원 다니느라 몸 사리기도 했고, 또한 움직이면서 치고 차는 연습에 더 많은 할애를 하느라 틀 연습을 잠시 내려둔 까닭도 있었다. 사범님께 한번씩 동작을 보여드렸는데, 그래도 예전보다는 좋아졌다 하시었다. 특히 김 선생님과의 맞서기 연습에서, 비록 흰 띠와 3단의 맞서기이긴 했지만(^^;;) 좌우 찌르고, 뒷발로 돌려찬 다음, 바로 뒤돌려옆차찌르기가 요즘에 가장 많이 쓰는 기술인데, 막힘없이 부드럽게 잘 나가게 되었다고 칭찬해주셨다. 하지만 내가 봐도 아직도 혼자 연습한 기술들을 다 쓰지 못하고, 그나마 연계되는 기술은 이 하나인데다 나머지는 여전히 단타로 투박하게 끊어진다. 그러나 사범님은 늘 예전을 생각하라고 하셨다. 지금 이 기술도 옛날에는 못 썼잖아, 지금은 이거 하나라도 부드럽게 되잖아, 그걸 생각해야지?
물론 늘 그렇듯 칭찬만 하신 건 아니었는데, 돌개차기 연습의 기초로써 여러번 빠르게 돌며 중심 잡고 차는 연습을 하고 있는 꼴을 물끄러미 보시더니 말씀하시었다. 그거...실전에 쓰게? 어...안되나요? 사실 국가대표이자 살아 있는 전설, 올림픽 금메달 따신 , 국기원 태권도의 이대훈 선수 동영상을 보고, 멀리서도 단번에 파라라락 돌면서 돌개차기를 아주 먼 거리에서도 빠르게 몇 회전씩 돌면서 이동해서 맞히시기에, 아무리 ITF, WT 서로 달라도, 나처럼 팔다리 짧은 사람한테는 꼭 필요하겠다 싶어 은근히 연습하던 움직임이기도 했다. 사범님은 픽 웃으시더니, 해봐, 하시었다. 으음..휙 돌자마자 엉덩이가 따끔하면서 앞으로 자빠졌다. 또 일어나서 돌았더니 이번에는 허리가 뜨끔하면서 또 쓰러졌다. 점잖으신 김 선생님은 힘든 와중에 웃겨 죽을 지경이신 표정이었다. 세 번째 얻어맞을때 는 고개를 빼꼼 내밀고 뒤를 보았더니 내가 돌아서 가까이 올때 내 엉덩이나 등허리에 앞차부수기를 맞히고 계셨다는 사실을 그 때 알았다. 아뿔싸, 거리, 속도! 멍청하게도 나도 상대방이 큰 기술 쓰기 전에 치고 들어가는 주제에, 내가 멀리서 이렇게 돌아서 올 동안 상대가 놀지 않고 있다는 걸 생각했어야 했다. 이렇게 먼 거리에서 그렇게 돌면서 와주는데, 누가 그걸 기다리고 있냐? 그냥 걷어차버리지;;; 차라리 사범님은 한쪽 다리로 찬 다음, 그 다리 떨어찌기 전에 허리를 크게 틀어서 반대발로 돌려차는 연습을 하라고 하셨다. 즉, 돌개차기의 마지막 동작만 연습하라고 하신 것인데, 좌우로 한 다섯번만 차도 힘들어 죽는줄..^^;;; 그래도 온 몸을 세심하게 써가면서 보 맞서기와 남은 틀 연습, 맞서기 연습을 마쳤다.
ㅡ 오늘의 훈련
유연성
보 맞서기 30개 완
2단 의암, 충장 완
돌개차기 연습
맞서기 2회전
체력단련 4종 모음 반복
유연성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