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ITF 1515일차 ㅡ 지피지기知彼知己 면 백전불태百戰不殆!

by Aner병문


외부 사범님이신 최 사범님은 태권도와 태극권을 오래 하셨고, 그 외에도 필라테스나 발레처럼 몸을 정돈하는 운동도 많이 배우셔서 오전반에서 이래저래 도움을 주시는 분이다. 어느날 지나가는 말씀으로, 병문아, 너 연습하는 거보면 나 젊었을떄가 너무 많이 생각나... 너의 열정에 네 몸이 조금만 더 도와줬어도 넌 정말 태권도인다운 태권도인이 되었을텐데 말이야..하시었다. 으음, 물론 제가 많이 부족하긴 한데^^;; 별로 태권도인 답지 않게 보이셨던건가? ㅋㅋㅋ 물론 단에 비해 실력이 어정쩡하니 사실 별로 할 말은 없었다. 좌우간 최 사범님께서는, 우리 사범님 안 계실때 마치 비전 秘傳 을 전수하시듯, 빠르게 도는 움직임이라던가, 찌르기와 발차기 등을 알려주시다 문득 말씀하셨다. 넌 너의 장단점을 알고 있니? 저요? 글쎼요, 뭐 급하기도 하고, 체력도 근력도 부족하고, 기술도 단조롭고... (피식 웃으시면서) 거봐, 대부분 다 추상적이잖아, 넌 아직 너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모르는 거야, 영상을 많이 찍어봐, 많이 찍으면 뭐가 좋고 나쁜지 알게 될거야, 우리떈 그런게 없었다. 안그래도, 사범님도 유급자 떄부터 늘 하시던 말씀이고 해서, 나는 떄가 될떄마다 열혈 부사범님에게 특히 맞서기 중심으로 많이 좀 찍어달라고 했다.



모처럼 어린 소년 유단자 봉소년을 만난 날에, 아직 어려서, 자꾸 연습 덜하고 다른데로만 가려는 봉소년을 붙잡고, 유급자 처음의 천지 틀부터 초단 틀 마지막 계백 틀까지 붙잡아놓고 함께 연습했다. 몸이 많이 좋아지긴 햇는데, 오른팔뚝과 팔꿈치가 늘 저려서, 연습하기 전에 팔을 쭉쭉 늘려서 펴주고, 몸에 열을 많이 내지 않으면, 팔을 휘두를때마다 아픈 느낌이 아직 남아 있었다. 회사에서 키보드를 두드리지 않을때, 나는 딱딱한 안마용 공을 가져다놓고 팔뚝과 손목을 자주 눌러서 비벼주곤 했다. 그야말로 MZ중의 MZ인 어린 봉소년은, 그나마 유급자틀 초반부인 원효, 율곡까지는 어찌어찌 기억했으나, 중반부인 중근, 퇴계에서부터는 서서히 헷갈리기 시작했고, 화랑과 충무는 거의 다 잊어버렸으며, 초단 틀 3개 - 광개, 포은, 계백은 아예 이름조차도 제대로 기억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래, 그러나 다시 하면 된다. 모처럼 함께 한 장 선생님과 열혈 부사범님이 서로 물구나무서기와 맞서기 연습을 하는 동안, 나는 봉소년과 틀 연습을 열심히 햇다. 나도 그동안 맞서기 연습에 치중하느라 다소 헷갈리는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었다. 태권도 연습은 늘 그래서 아득하고 어렵다.



봉소년을 보내놓고, 유단자들끼리 남아 맞서기 연습을 했다. 요컨대 젊고 빠른 열혈 부사범님과는, 비록 성별이 다를망정 어느 정도 수싸움이 되었다. 왜냐하면 우리 둘다 팔다리가 길지 않아서 서로 늘 정면으로 나가는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이었다. 서로 잔재주없이 정면으로 나가서 치고 받으니 결국 같은 거리에서 누가 먼저 치고 차거나, 아니면 걷어내고 돌아서 치거나, 하는 상황이었기에 피차 거리 잡으려고 골머리를 앓을 필요가 없었다. 다만, 빠르고 가벼운 열혈 부사범님의 연속기를 막으려면 이미 거리는 좁혀져 있으므로, 발을 서로 바꾸거나, 아니면 앞손으로 공격을 흘리는 기술 등이 많이 필요했다.



문제는 장 선생님이셨다 .늘 겸손하시고 조용하시지만, 태권도에는 아주 적극적이신데다, 늘 말씀으로는 다른 무공을 전혀 안하고 오셨다지만, 그럴리가 없었다. 흰 띠 떄부터 이미 적응이 빠르셨고, 발차기나 움직임 등이 절대로 다른 무공을 하지 않으신 분이 아니었다. 숨길수 없는 능숙함은 특히 맞서기에서 드러낫는데, 선생님은 앞뒤좌우 거리를 아주 잘 재셨다. 물론 가끔 실수로 발을 밟으실때도 있고, 공식 대회 규격보다 훨씬 넓게 공간을 쓰시긴 하지만, 그건 솔직히 길거리 실전을 전제로 한다면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 선생님은 나나 열혈 부사범님과는 달리 전후좌우로 아주 공간을 넓게 쓰시며 거리를 벌리시는데, 그러다 갑자기 발을 쾅 굴러서 앞손이나 뒷손을 쭉 뻗어 오실때가 있었다. 그 박자나 순간이 도저히 태권도와는 다르고 이질적이라, 나와 열혈 부사범님은 뻔히 알면서도 멀리서 맞는 경우가 있었다. 몇 번 당하다보니 옛 기억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맙소사, 발을 구르는 동작은 진각震脚이고 , 빠르게 치고 들어오시는 저 걸음은 전질보箭疾歩 고, 앞손 혹은 뒷손으로 길게 뚫듯 찌르는 건 방장격원 放長擊遠 잖아?! 몇 대 계속 맞다보니 예전에 배운 기억이 소록소록 났다. 선생님, 중국 무술 하셨구나! 동작이 크긴 했는데, 내 실력으로는 갑작스럽게 찔러 들어오는 공격들을 막거나 피할 방법이 없어서 일단 막거나 맞거나 하여간 거리가 좁혀질때 칠수밖에 없었다. 덧붙여서 선생님은 내가 태권도에서 배운 것처럼 막은 다음 치시는게 아니라 막으면서 치시거나, 혹은 쳐서 막은 다음 뻗어오셔서 여간 성가신게 아니었다. 태권도에도 물론 같은 맥락의 기술이 있지만, 내 수준으로는 선생님과 그렇게 순간 다툼을 하기 어려웠다.



예전에 비해 나나 열혈 부사범님의 움직임이 많이 늘긴 했지만, 하지만 선생님과 수싸움을 하기가 어려웠다. 전체적으로 공간을 넓게 쓰시면서 종횡무진으로 치고 빠지시니 머리로는 알겠어도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선생님의 움직임에 반응할 수 있을 정도로 더 연습해야 했다. 또 한 번 말하지만, 태권도는 원래 그렇게 멀고 아득하여 늘 어렵다. 하지만 그래서 또한 재미있기도 하다.






ㅡ 오늘의 훈련

유연성

봉소년 유단자와.함께, 천지 틀부터 초단.마지막 계백 틀까지

열혈 부사범님, 장 선생님과 맞서기 반복 연습

턱걸이 2종류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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