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아집에서 출발하는 대화의 단절
애플 기기를 쓰다보면 스크린타임 이라는 것이 있다. 내가 내 기기를 오랫동안 쓰지 못하도록 규제하거나, 혹은 내 기기로 자녀의 기기를 규제하는 기능이다. 관리 라는 단어를 쓰면 편하고 어울리겠지만, 나는 사실 젊은 시절부터 사람에게 ’관리‘ 라는 표현쓰기를 꺼려해왔다. 관리는, 피동적인 단어다. 스스로의 의지 없이 관리를 ’받고 당해야하는‘ 존재에게 쓸수 있다. 사람이 과연 그런가? 자동차나 나무, 혹은 내 씀씀이 자체는 관리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나 사람을 관리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잘 모른다. 어떤 소설가 께서는 ’것‘ 이라는 대명사를 하나도 쓰지 않고 소설을 완성시켰음을 스스로 자랑하셨다고 했다. 그만큼 많은 단어를 어울리게 쓰셨다는 뜻이니 자랑할만하다. 나도 한떄는 그를 본받고자 햇으나 내 태권도만큼이나 얕은 문장으로는 아직 어렵다.
나 역시 한 아이의 아비이자 한 여인의 남편으로서, ‘관리와 규제를 하고픈 마음‘ 을 모르지는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누구보다도 관리받고 규제당해온 사람이다. 어린시절 철없을 적에는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원망과 오해도 쌓였지만, 나도 내 딸 키워보니, 내 딸 손바닥에 올려놓고 ’꼼짝말어! 하란대로 혀! 이 애비도 다 걸어갔던 길이랑게?‘ 하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하고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모르진 않는다. 또 실제로도, 나도 그렇게 컸기 때문에 자연스레 아이에게 어렷을적부터 ‘어허, 전소은, 어허, 하지 마라잉?’ 불문곡직 부정적인 금지 언어부터 먼저 나오기도 한다. 그때마다 아내는 ‘아니, 아가(아이가) 안 다치모 좋기야 좋겠지만은, 그라모 우리 아는 언제 지 스스로 큽니까? 그리고 우쩄든동 부모가 아모리(아무리) 그래 한다 캐도, 나중에 지 친구들 생기모 다 지들끼리 뭉치가 할 짓 다 할기라!’ 하곤 했다. 그 말도 물론 맞는 말이다.
내가 오늘 두드리고픈 말은, 다름아닌 ‘내가 옳으니 규제한다‘ 는 그 태도다. 먼저 앞서 인생을 살아온 부모로서, 자녀에게 ’실패의 시도‘ 를 안겨주고 싶지 않은 마음은 누구보다 잘 안다. 가뜩이나 계급 이동도, 출세도, 더군다나 실패 후 재도전조차도 함부로 입에 올리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이런 떄일수록 오로지 정답만인 꽃길을 걷게끔 해주고픈 마음 누구보다 잘 안다. 문제는 그 때문에 아이와 직접 이야기를 나눠가며, 자녀에게 필요한 앱인지, 자녀가 왜 전화기를 써야 하는지, 자녀가 왜 이렇게 외출해야 하는지, 이야기 나누는 시간보다도, 그냥 애초에 멀리서 리모콘처럼 설정을 눌러 잠겨버린 기기를 던져주고 이렇게만 쓰라며 명령하는 일이 더 익숙해져버린다. 안타깝지만, 나는 이런식으로 ’원격으로 관리하는‘ 부모님에 대한 선입견이 강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분들은 일할 때도 똑같기 때문이다. 자신이 옳기 떄문에 자녀와의 대화 대신 자신의 기준에 맞춘 전화기를 자녀에게 넘겨주고 쓰기를 강요하듯, 같이 일할때마다 자신의 기준만을 강요한다. 반박을 할라치면 ’그건 전혀 맞지 않는데, 그건 병문 씨 생각이지. 그건 아닐걸?‘ 다 이런 식이다. 사람 돌아버린다. 오로지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고, 무엇보다 원격 관리에 오류가 나면 참지 못하고 어디론가 전화해서 빨리 기계를 봐달라고 성화하듯이, 무엇인가 잘못되면, 자신이 스스로 할 생각보다는 다른 누군가를 불러 ’젊은 당신이 좀 봐줘, 이거 왜 이래? 왜 그런거야?‘ 답만 채근하기 성화다. 또 한번 이야기하지만 사람 돌아버린다.
대화와 소통이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시대지만, 대부분 그렇게 하려 하지 않기 떄문에 오히려 회자된다고 여긴다. 실제로 다들, 자신만의 벽을 쌓아두고, 자기 기준대로만 살고 싶어한다. 하기사 첩첩산중 심산유곡에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자기 혼자 자연인처럼 살면 속이나 편할 터이다. 문제는 자신도 외로울 떄가 있고, 먹고도 살아야 하니 필요할때만 자기 기준에 맞춰 남을 재단하려 한다. 그게 참 얄밉고 싫은 것이다. 어떤 날은 정말 나조차도 잠깐 이성을 잃어 남녀노소 막론하고 진짜 도장으로 잠깐 부를까, 생각한 날조차 있음을 고백한다. 제발, 말 좀 하고 삽시다. 제발, 상대가 뭘 원하는지, 내가 이렇게 하는게 맞는지 한번이라도 좀 물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