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백장선사께서는 아무리 다른 승려들이 말려도 고령에도 손수 밭을 갈고 나무를 하여 양식을 마련하셨으니 보다못한 젊은 불제자들이 선사의 농기구를 모두 숨겨버렸다. 그러자 선사께서는 그날로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아니하시고, 일일부작 이면 일일불식ㅡ 즉, 하루 일하지 아니하면 하루 먹지 않겠다는 명구를 남기시었다. 심신 강건한 구도자들이라면 보시, 탁발 등에 의존하여 속인에게 생계를 의탁치 않고 스스로 울력하여 자립한다는 선종의 계율은 백장선사에 이르러 더욱 견고해졌다.
곧 있을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모처럼 본가 식구들과 다같이 모여 일잔했는데, 요즘 갈수록 약한 술을 오래 즐기시는 아버지께서는, 오십도짜리 고량주를 마시는 나를 보고, 자고로 담배는 비싼 걸 태우고, 술은 싼 걸 마시라 했어, 한 마디 점잖게 질러주시고는 더 말씀을 안하시었다. 속내가 짐작되어 어제는 고량주 1병으로 더는 마시지 아니했다. 아침에 훈련을 하려니 고량주가 뒤끝이 없다 한들 제법 몸끝을 눌러놓아 무거워, 겨우 퇴근하고 이제나마 두어 시간 집에서나마 훈련을 마치었다. 아내도 잠시 친구를 보러나가고 딸은 일찍 잠든 밤, 생각해보면 이렇게 집에서라도 땀을 흘릴수 있어 감사하다. 아이를 돌보며 쉬던 여덟달 동안 내 몸은 한없이 무너져내려 허리 위로는 회전근개가 찢어지고, 허리 아래로는 족저근막염에 시달려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때도 있었다. 늘 사지를 의지대로 놀릴 수 있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