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 분류로 나뉘는듯하다. 어쩔 수 없다 자포자기하여 잊는 이가 대부분이요, 상처를 복수하거나 되갚아주려고 스스로 더 강해지거나, 혹은 혼자만 상처받을 수 없어 더 약자에게 잔인해지기도 한다. 니체, 쇼펜하우어, 마키아벨리 같은 이들의 삶의 굴곡을 개인적인 삶의 상처와 동일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좌우지간 내가 겪어본 과히 예민하거나 잔인한 이들은 대부분 오히려 약하고 여린 이들이었다.
마키아벨리 또한 조국 이딸리아의 분열과 지배를 직접 겪은 인물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비록 가난하였으나 아들에게 방대한 로마사를 다 읽게 해주는데 열심이었다고 하니 학식이 있는 이로 보인다. 사르데냐 왕국의 용장 가리발디가 이딸리아를 통일하기 이전, 고대에는 로마의 영광이 꽃피고, 근대에는 르네상스의 인문학이 눈부시던 시절이 무색하게 이딸리아 반도는 교황과 여러 제후들이 서로 각축을 벌이던 분쟁의 장이었다. 군주론은 이처럼 숱한 영웅들의 흥망성쇠를 눈으로 직접 지켜본 마키아벨리의 재기를 위한 저작이자 자기 이력서이기도 했다. 김훈 선생의 고어체를 흉내낸 어느 블로거가 패러디한 고려 재상 최승로의 시무28조처럼 마키아벨리는 국가 및 군주의 갈래를 상세히 분류하고 분석했다.
인문학 전도사가 아닌 목사님이시라는 연세대 신학 교수님 김상근 선생의 말씀처럼 마키아벨리 개인의 인생사 부침 浮沈이 과연 그가 비정하고 교활한 군주를 통해 끝내 평화를 이루고 싶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동양의 군주관이 천인ㅡ즉 하늘의 덕에 부합하는 심성을 갈고 닦는데 주력한다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오로지 철저한 계산하의 대인 관계 및 지배기술을 논하고 있다는 점 이다. 똑같이 전란의 세월을 살았다 해도 서로 사랑하고 돕고 공경할 것을 부르짖었던 묵자와는 아주 다른 출발점이다.
도장 가기 전 군주론을 후딱 읽어치우려는 내게 아내는, 내도 그거 읽어봤는데! 여보야는 지금도 정치하는 사람들한테 이 책이 필독서인 이유가 뭐라 생각합니까? 나는 잠시 뒤에 말해주었다. 사람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방법보다 다루고 지배하는 방법이 더 궁금한가 보지요, 그게 더 쉬우니까. 또렷한 서울 말에 아내는 잠깐 말문이 막히더니 눈치챈듯 외쳤다. 이이이이이 서울말 쓰면서 진지한 척 하는거 보이까네 도장 끝나고 또 술약속 있는거 아입니까? ....들킴?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 사자고 여우고 간에 난 술고래가 제일 좋음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