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부의 삶이 사는 이가 다 그렇겠으나 부부는 아침부터 지쳐 있었다. 늘 낮밤을 아이에게만 매여 사는 아내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나는 곧 다가올 명절이며 회사일, 덧붙여 곧 변경될 도장 일정까지 겹쳐 밤늦도록 아내와 이야기나누다 멍하였다. 아내는 그래도 아이 따라 먼저 일어나 처가에서 보내주신 문어 남은 것을 썰어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볶다가 정말 피곤했는지 잠깐만 자겠다며 들어가고는 두 시간이나 곯아떨어졌다. 차라리 남의 돈은 맡아줘도 애는 안 맡아준다는 말이 있듯이 늘 티나지 않는 집안일을 유지해주는 아내가 고마...운 건 고마운거고, 나도 피곤해서 그나마 있던 체력이 완전히 바닥나버렸다. 와, 진짜 이제 돌 앞둔 쪼끄맹이가 뭐가 이렇게 힘도 세고 활기찬지 진짴ㅋㅋㅋㅋㅋ 왜 예수님이 총각이시고 부처님이 이혼하셨는지 이해가 간다...(?)
다행히도 두 시간 자고 나온 아내는 덕분에 푹 잤다며 고맙고 미안해했다. 아내는 옛날의 왕회장ㅡ고 정주영 재벌마냥 뒷통수만 닿으면 언제 어데서든 달게 잔다. 베개만 바뀌어도 잠 못 이루는 나로서는 부럽기 짝이 없다. 딸을 다시 아내 품에 맡기고 스트렛칭을 하는데 온몸이 뻐근한 것이 시작도 하기 전에 뚜드려 맞은듯하다. 최근에 훈련량을 늘리면서 다시 부담이 갔기 때문일게다. 걷는서찌르기 자세를 잡는데 몸이 무겁고 정신이 멍하였다. 그래서 그냥 뉴스 보면서 계속 자세를 반복했다. 좌우찌르기, 추켜막기, 안막기, 바깥팔목막기, 바로막기, 손칼때리기, 걸쳐막기, 팔굽치기 정신없이 하다보니 몸에 땀이 나면서 비로소 졸음이 가셨고 발차기로 넘어갈 수 있었다. 역시 몸이 피로에 절어 무릎과 골반이 붙은듯 올라오지 않았으나 그냥 계속 할 수 있는 높이만 했다. 한 시간 이상을 그렇게 무아지경이었다.
오늘에서야 비로소 다시 한 번, 나를 붙잡는 가장 큰 적은, 피곤하고 게으른 내 스스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실체가 있는 외부의 적보다도 가끔은 다스려지지 않는 내 스스로가 가장 무섭고 어렵다. 그래서 아라한장풍대작전에서 막 무공을 익혀 자신을 때렸던 깡패들에게 복수하는 신참 순경 상환은, 너 스스로도 못 이기면서 누굴 이기냐 는 꾸지람을 듣고, 한국의 젊은 권투 챔피언 이규원 관장님은 스스로를 비우고 이겨내기 위해 늘 어두운 골목에서 로드웍을 하며 자신의 기술을 상상 속에서 연습한다고 했다. 역시 다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