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나의 북흐라운 영어에 대하여

by Aner병문

언뜻 들으면 영어를 잘히는듯 보일수도 있으나 금방 바닥이 드러나고 만다. 그래도 고등교육 받아 십이년 넘게 공교육과 사교육을 넘나들며 영어를 배웠고, 타고나기를 부끄러움을 몰라 누구에겐들 악착같이 외국어로 말을 걸곤 했다. 남들 다한다는 어학연수는커녕 영어권 나라에서 여행해본적도 없다. 다녀온 곳도 중국과 대만뿐이다. 어서 딸이 커야 아내 눈치 봐서 대회 핑계 대고 러시아며 중국, 일본, 아르헨띠나, 우즈벡, 각종 나라 돌아다닐 생각뿐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늘 영어를 자주 쓰는 환경에 있었다. 부천, 홍대, 이태원, 인사동, 누비는 곳곳마다 욕망으로 들끓는 곳에 늘 영어를 써야했었다. 내 영어는 늘 근본이 없었고, 어순과 시제는 엉망이었으며, 듣는 귀는 반나마 막혀 있었다. 그나마 인사동 시절 쓰던 영어조차 막혀 나는 여전히 자막없이 영화나 드라마를 보지 못한다. 그러므로 언뜻 유창해뵈는 내 영어는 실은 역시 얄팍한 무공과 학문에 맞닿아 있는데, 꾸준히 훈련한 무공 역시 시합은 고사하고 겨우 길거리에서 망신이나 면하는 수준이며, 학문은 늘 체계없이 제자리걸음에 지나지 않는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어학원을 등록했다 코로나 된바람에 그조차도 어려워 강사 미스터 강으로부터 필리핀의 젊은 선생님 Ms. CJ를 소개받았고, 짬짬이 유튜브와 EBS 채널 보아가며 수업을 듣고 있다. 인사동 시절 몇 년 외국인들과 부딪혀보니 어쨌든 외국어도 독서나 무공처럼 꾸준히 쓰고 말하고 듣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라 주로 배운 문장들을 꼭 CJ에게 쓰려고 한다. 일본어도 중국어도 스뻬인어도 그 나라의 무공을 주워배우다 곁다리로 들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착하고 선한 열국의 젊은 여선생님은, 한국을 좋아하여 집 앞 한국 식자재 가게에서 김치를 자주 사다먹고, 떡볶이를 좋아하며, 엑소 이야기를 하면 그렇게 좋아한다. 내가 장난삼아 My young philliphines daughter 라 했더니 화상 영어로 내 딸이 보이면, Oh, My little Korean sister 라며 웃는다. 그녀는 내게 파퀴아오 나 호세 리잘에 관한 얘기를 해주기도 하고, 필리핀의 토착 음식에 관한 얘기를 해주기도 한다. 내 영어는 아직도 영어스럽지 못하고 한국어에서 떠듬떠듬 껍질을 벗는 정도라 부끄럽다.



작가의 이전글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