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ITF 번외편 ㅡ 삶 자체가 훈련인가보다.

by Aner병문

곧 나이가 마흔이 가까운데도 그 날 하루 친구들이 찾아와 술 약속이 예정되어 있다거나 도장을 가게 된다면 언제부터인가 설레어 자꾸만 일찍 깨게 되었다. 그냥 새벽잠이 없어지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결혼 전에는 마치 아내의 수영장처럼 일상이던 음주(?) 나 도장이 특별한 행사가 된 탓이 클 터이다. 하여 빨리 가방을 챙겨 (총각 시절부터 책 한 권, 속옷과 수건, 도복은 항시 상비 중. 빠진건 손바닥만한 술병밖에 없다, 아내에게 들켜 매우 혼남..) 자리를 나서려는데 아내의 표정이 어둡고 피곤하였다. 어제 그렇게 오래 돌아다녔으니 금방 잘 줄 알았는데 어제의 일상이 또 어린 마음에 인상깊었던지 아이가 밤새도록 자주 깨어 칭얼거리고 어미를 찾는 바람에 아내가 잘 못 잤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잠귀가 예민한 내가 깰까 싶어 아내가 내 출근을 배려하여 따로 재울 때가 많은데, 출근이 늦는답시고 밤잠 설친 아내를 두고 나 혼자 룰루랄라 도장 갈 수는 없었다. 마음을 접고 아내가 식사하고 쉬는 동안 찌르기 한 번 하고 애 안고, 발차기 한 번 하고 애 어르고, 딸아, 이 것이 무슨 훈련이 되겠느냐.... 덕분에 오늘의 훈련은 다 끝나기까지 무척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도 아내가 쉬셨으니 만족. 삶이 다 훈련이 아니겠는가 흑흑.



작가의 이전글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