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 돌밥을 못 챙겨준게 영 마음에 걸려서 아내가 없는 주말에 밥이나 먹으러 오라고 곽군과 너를 부른 날이었다. 몇 달전부터 한 판 좀 붙어보자며 노래를 불러대던 곽군 청원도 있고 해서 그럼 어차피 내려오는 김에 좀 더 일찍 내려오라 했더니 옳다구나 얼마나 신이 났던지, 의정부에 사는 녀석이 아침 댓바람부터 장비를 다 챙겨왔다. 하기사 이십대 때부터 공부든 뭐든 투닥투닥 하던 사이긴 했었다. 그나마 비벼볼만했던 때는 내가 종합격투 배울 때 녀석은 WT태권도 했을 그 때였나, 그 때 곽군은 내 태클을 맨바닥에 내팽개쳤고, 펀치를 맨얼굴로 받아내었으며, 이후로도 주짓수의 관절기도 맨손으로 풀어내고 막 그랬다. 이후 권투로 옮겨 착실하게 단련한다더니, 처음 복부를 한 방 퍽 맞았을때 그제서야 떠올렸다. 이 녀석, 프로 지명 받았었지... 그리고 연습생들 늑골 세 대씩 두 번이나 해먹었던 바로 그 앞손 레프트 훅...!! 한 삼십분 장절하게 치고 받았으나 사실 앞의 한 십오분이나 좀 치고받았을까, 지옥같기로 유명한 근대 권투의 바디를 단련도 안 한 맨몸에 계속 맞았더니 아랫배가 당기면서 발이 땅에 딱 붙는 건 둘째치고 체력이 퍽퍽 깎여나가 뭘 할 수가 없었다. 흰 띠 사제님들 다 보시는 앞에서 권투 규칙으로도, 태권도 발차기까지 넣었어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퍽퍽 두드려 맞았다. 사실 한 9킬로 빠지긴 했으나 현역 시절에 비하면 아직 몸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아 격차가 있으리라 생각은 했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기술을 떠나서 바디를 계속 맞아 체력이 떨어지니 뭘 할 수가 없었다. 곽군은 나중에 말하기를, 형이 몇 방 맞아도 버티고 안 쓰러지길래 차마 얼굴 때리긴 그렇고 바디를 주로 쳐서 꺾어놔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단다. 어느 틈에 ITF 7년차에 익숙해진 내 펀치는 곽군의 기술에 비하면 자세가 크고 흐트러져 있었고, 발은 애초에 들어올리지도 못했다. 그래도 맞아도 일어나고 또 일어난다고 투지는 대단하다는 다른 사제 형님들 말씀만 듣고 뻗어버렸다. 온 몸이 쑤시고 열이 올라서 너를 볼때 말도 제대로 안 나와 어버버거렸다. 너는 맨날 술 마시고, 운동 험하게 하고, 심하게 맞으니 오래 살긴 글렀다고, 언니랑 소은이 생각해서라도 몸 좀 사리라고 혀를 찼다. 그건 그렇지만, 5월 아시아 대회를 떠나서 곽군과 격차가 이 정도인 걸 알았으니, 이제는 목표를 확실히 잡아 절치부심, 와신상담....!! 두고보자 젊은 놈...!! (그래봐야 한 살 차이..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