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묵자는 이웃을 사랑하라 하셨다.

by Aner병문

내가 주변의 타인을 사랑하면, 주변의 타인도 나를 포함한 그들의 타인들을 사랑하게 될 것이기에 이 긍정적 파급력에 대한 강렬한 믿음이 바로 그 유명한 겸상애 兼相愛 줄여서 겸애다. 피로써 피를 씻는 내전의 시대를 어찌 끝낼까 고민하던 석학들 중 하나였던 묵자에게 누구를 사랑할까ㅡ하는 고민은 그리 크지 않았던 듯하다. 전란에 휩쓸리는 약자라면 누구든 돕고 사랑한다. 그것이 협이고 의이며 또한 애 愛 가 아닌가. 그러나 만화 대사 각하의 요리사, 에서 나오듯 이제 사랑은 사랑받는 이의 조건을 따져야 하는 미묘하고 섬세한 것으로 변하고 말았다. 극중에서 자국민의 보호를 위해 외국인의 문화를 탄압하고 축출하며 국수주의를 표방하며 국내 20퍼센트 이상의 지지를 얻는 극우정당 애국전선의 총수 블랑의 모습은, 코로나를 감안하더라도 트럼프 정권의 모습이고 호주, 캐나다, 네덜란드 정권의 모습이며, 또한 조선족과 무슬림과 동남아 인들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한 인간의 삶에서 사랑을 고민할 뿐 아니라, 정치의 문제에서도 이제 우리는 누구를 사랑해야할지, 어찌 사랑해야 할지, 나아가 누구를 사람으로 규정할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끔찍한 범죄도 판치어 더더욱 어렵다. 좁아지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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