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오늘은 어머니 생신이었다.

by Aner병문

사실 어머니의 생신은 음력으로 이번 수요일이다. 아버지와 함께 어느 호젓한 섬으로 가시어 바지락이나 캐러 가신다기에 붙잡아 앉혀두고 겨우 오늘 생신상을 치렀다. 서울이건 어데건 가는곳마다 산비탈에 호미 찍어둔 채로 나물 캐고 논밭 일구느라 정신없는 어머니는, 오늘도 아들 딸 며느리가 합작한 생신상은 젖혀두고 손녀를 어르시느라 정신없었다. 모처럼 아이는 호가호위마냥, 할머니 할아버지를 곁에 두고 상을 휘젓느라 즐거웠다. 소주 한 병으로 몇 시간을 지새워도 시간가는 줄 몰랐다. 어머니는 어른들 상에 껴서 젓가락도 써보고 싶고, 분탕질도 쳐보고 싶은 아이를 달래시느라, 벌렁 드러누우시더니, 둥기야 둥기야 어이어이 둥기야 하시며 비행기 올려태우려는 시도를 하셨다. 다리 새를 삼각형처럼 만들어 아이를 태우고, 두 손으로 아이 손을 맞잡은 다음, 오르락내리락 비행기마냥 어르는 일이었는데, 그때 나는 왈칵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겨우 참았다. 늘 쌔처 수상마냥 날카롭고 무섭고 엄하시기만 하던 어머니였다. 내 기억 속에서 엄격하고 올바르실지언정, 부드럽고 따스하지는 않으셨던 어머니였다. 그런데 어머니가 할머니가 되어 손녀 앞에서 몸소 드러누우시어 비행기를 태우시려는 그 모습에서, 나는 삼십년 넘게 잊고 있었던 젊은 어머니의, 아니, 엄마의 모습을 떠올렸다. 내가 어머니를 엄마 라고 부르던 어린 시절, 어머니는 여전히 나를 혼내키고 숙제를 몸소 많이 내주시고, 엄격하셨으나, 내게 손수 비행기를 태워주시고, 업어주시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괜시리 나 혼자 면구스러워, 아따, 아들은 해주지도 안한 노무 꺼 손녀는 지성으로 챙겨쌌네잉, 하며 소주잔을 홀짝이자 어머니는 정색하시며, 웜메? 야 좀 봐라이? 누가 들으믄 진짠줄 알겄다, 야, 내가 어찌 너를 둥기둥기를 안해주었냐? 하시며 도끼눈을 부릅뜨시기에, 부족한 아들은 겨우 이제서야 눈물 감추며 손사래나 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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