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ITF 번외편 ㅡ 아이가 자라듯이

by Aner병문

아무리 머리를 자주 감아도 건조한 날씨 탓에 두피가 가려울 뿐 아니라 비염까지 도져 재채기 하느라 정신이 없는 요즘, 모처럼 주말에 쉬며 평일 공무원마냥 2주간 승진 교육을 받게 되었다. 승진이래봐야 여느 민간회사가 대부분 그렇듯, 급여는 쥐꼬리만하고 업무와 책임은 태산 같지만, 그래도 모처럼 작은 여유라도 나서 이른 시간에 퇴근하고, 쉬는 시간 짬짬이 계단 참에서 팔굽혀펴기며 클로즈 스쿼트를 할 수 있는 것은 참 좋다. 가정의 달을 맞아 연일 술 마시느라 체중 유지만 되어도 다행인 요즘, 몸에 힘이 조금 길러져, 정자세 팔굽혀펴기를 서른 넘게 십여 세트 나눠가면서도 할 수 있고, 특히 예전에는 뒤뚱거리며 중심잡기 어려웠던 클로즈 스쿼트를 상급자 수준으로 이십여개 1세트를 몇 번씩 반복할수 있는건 큰 성과다. 근무 중에 팔다리가 당기도록 죄수운동법의 맨몸운동 연습을 하니, 집에서는 아이 보고 남는 시간에 기술 수련만 해도 되어 훨씬 효율적이다. 오늘은 아내가 회의가 있는 날이라, 아이를 혼자 어르다 보름달 걸린 창가 아래서 아이를 아기띠에 안고 말을 가르쳐주었다. 어느 틈에 혀가 더욱 여무는지, 제법 말을 잘 따라하였다. 아버이, 어머이, 하아어이, 하어이, 궈머. 하나의 글을 익히고, 하나의 기술에 익숙해져가듯이, 사람으로 나고 익는 것도 과연 이와 비슷한가 싶어, 부족한 아비에게 기대어 말을 오물오물 따라하는 딸에게 고맙고 미안했다. 이 아비도 아직 삶이 익숙치 않건만 내가 무엇을 알아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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