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회사에서 부서 이동 겸 승진 관련 교육을 받는데, 흥미로운 주제도 있으나 익숙해지기는 쉽지 않다. 평생을 문돌이(?!)로 살았으며, 운전은커녕 못질 낫질도 서툰데다가 집에서도 솔직히 아이 장난감 갈아주는 일이며 주방 울타리, 모기장 치는 일도 아내가 도맡아한다. 나는 정말로 밥하고 소소한 반찬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일들의 반복이 차라리 익숙하고 정겹다. 그러므로 나는 일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고전을 읽듯이 설명서를 읽었고, 언뜻 엄밀해보이지만 0과 1의 반복적 규칙과 논리가 약간이라도 벗어나면 융통성을 부리지 못하고 오류가 나버리는 기계의 원리에 대해 배웠고, 설명서와 지식 바깥의 설명되지 않는 오류들을 어떤 맥락에서 이해하려 하고, 어떤 끄트머리를 잡아 이국의 언어로 서술하여 보고해야하는지 익숙해져야만 했다. 결국 사람의 삶이, 부딪쳐오는 낯선 모든 영역들을 익숙하게 만드는 과정의 연속이라면, 솜씨 없는 나조차도 수만 번의 실패를 겪어 몇 번의 작은 성공을 거둔 적이 있다. 남편이자 아비로서의 삶을 사는 것이 그렇고, 살아온 무늬와 전혀 다른 영역의 직종에서 호구하는 것이 그렇고, 내 평생 인연도 없을듯하던 무공을 벌써 이십여년 가까이 하는 것이 그렇다. 언뜻 듣기엔 대단해보여도 원체 요령이 없는데다 부상과 수술을 반복했고, 제대로 연마하기 시작한 것은 이제 겨우 칠 년째의 태권도인데, 혼자 연습한 세월을 이래저래 빼고나면, 사범님께 정식으로 사사한 날짜는 겨우 이제 구백여일을 바라볼 따름이다.
그러므로 모든 낯선 것을, 낯설게 두지 않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할 뿐이다. 둔하게 타고나 망가져가는 몸이라도, 늘 연습함이 연습하지 않음보다 낫다. 사범님은 국제심판 세미나와 부사범 지도자 연수에 참석하여 자격증을 따라셨다. 아내의 카드로 2단 자격증을 새롭게 갱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