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다시 한 번, 빙글빙글 우주군 감평

by Aner병문

배명훈, 빙글빙글 우주군, 자이언트북스, 2020.




옥 玉은 임금만이 차고 다닐 수 있던 귀한 보석이다. 완벽 이라는 말도 옥의 또다른 이름에서 나왔다. 옥은 잘 다듬어져 임금만이 쓰는 귀한 도장으로 쓰이기도 했는데, 이를 옥새라 하며 그 권위가 워낙에 대표적인 탓에 금으로 깎은 도장조차 옥새라고 불렸다. 듣기로 옥은, 결이 있어 반드시 그 결대로 깎아야 가공하기 쉬웠다는데 여기서 나온 글자가 순 順 이다. 철없던 젊은 시절, 연습이 부족한 몸을 메우고자 아주 잠시 병기를 잡았던 적이 있는데, 종류를 막론하고 그 길대로 휘두르지 않으면 제대로 소리가 나지 않았는데 검은 병장기 중 으뜸이라, 그래서 창도 槍道, 봉도 棒道 는 없어도 검도 劍道 는 있다고 배웠다. 결대로 순리대로 흐르는 이치는, 한낱 무기에서부터 삶까지 모두 아우르게 되지만, 그 전에 글 또한 그러하니 쓰고 읽는 것 또한 결의 흐름을 따라야했다. 그러므로 오랜만에 다시 읽는 배명훈 또한 결을 따라 읽었다.



배명훈 선생, 저자 스스로도 독자와의 거리를 얼마나 조절해야할지 알 수 없다 고백하듯, 한때 그의 작품 몇몇은 지독히 어려워 사서 보기는커녕 빌려읽기도 엄두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빙글빙글 우주군 은 한 명의 독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이 오태식이, 돌아왔구나? 처럼 은근히 반가운 동네 똑똑한 형님의 귀환이다. 갑자기 두 개의 태양이 뜨게 된 세계에서 하나의 인공 태양을 격추시켜야하는 큰 줄거리 속에서, 육해공 어데에도 속해있지 않으나 지구의 가장 바깥에서부터 인류를 지켜야하는, 연합우주군 소속 한국우주군의 이야기를 그렸다. 우주군 유일의 조종사 한섬민 을 중심으로 몇몇 주요한 인물이 나오고, 각 소소한 단락마다 성 姓을 빼고 지칭되는 이들이 있긴 하지만, ( 또 끝내 소설 말미까지 성과 이름 모두로 지칭되는 이들도 있으나) 결국 이 소설은 영웅이 되고자했던 개인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우주군의 이야기다. 결따라 읽다보면 늘 전보다는 더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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