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육지탄(髀肉之嘆)....
살림을 하고 애를 키우다보니, 몸이 힘든 건 둘째치고 정신이 항시 아이에게 쏟아져 닳아 없어지는 기분이다. 그러므로 집을 나서지 아니하면 예전처럼 손쉽게 훈련할 마음을 먹지 못하게 되었다. 어깨와 발바닥이 아프니 쉽게 몸을 못 쓰게 되고, 몸을 못 쓰다보니 체중이 늘어 아픈 부위의 고통은 더욱 심해진다. 젊었을 때는 근육을 붙여서 그럭저럭 버텼는데, 어제 그제 비오는 날은 정말 왼쪽 어깨와 발목이 떨어져나갈 것 같아서 제대로 들지도 못했다. 오죽하면 아내 허락받아 술을 한 병 마셨을까. 13도짜리 뽕주가 달달하긴 하였으나 이제 제법 조그마한 의자에 앉아 목을 가누며 벙긋벙긋 하는 딸을 보자니 걱정이 앞섰다. 나도 어서 운동해야 하는데! 심지어 오늘은 면도하다가 조금 늦어서 지하철역에서 회사까지 달려오는데, 느긋이 걸어서 십분 조금 넘는 거리를 3년 전에는 훨훨 날듯이 뛰어도 갔으나, 오늘 막상 뛰어보니 어찌나 몸이 무겁고 숨이 턱에 닿는지 금새 퍼져버렸다. 지각은 면했지만, 와, 진짜 몸이 엉망이 되었구나 싶어 슬펐다.
삼국지연의의 주인공이라면 누구나 인망 있는 유비를 떠올린다. 귀가 크고 눈이 밝았으며, 팔이 길어 무릎까지 내려올 정도라 누가 봐도 영웅의 풍모였다고 한다. 일찍이 북방의 영웅으로 이름난 공손찬과 함께 후한 말의 정치인이자 장군이었던 노식을 사사하였고, 역량이 아주 뛰어나지는 못했어도 문무를 겸했으며, 돗자리를 짜며 세월을 보낼 때에도 황제만 탈 수 있는 지붕 덮는 가마를 타겠다며 별러 황손의 신분을 숨기던 어머니가 늘 걱정하였다. 일찍이 한고조 유방 역시 지금으로 치면 동장 정도 되는 낮은 직급의 벼슬아치로 봉직하던 젊은 시절에 진시황의 행차를 보며 사내가 한 번 태어나 저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감탄했다고 하니, 유씨들의 배포는 대대손손 웅장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관우장비 조운자룡 등 만인지적의 용장들을 곁에 두고도 연이은 패배 끝에 좀처럼 웅지를 펴지 못하고, 겨우 종씨라는 명분 하나로 형주를 다스리던 유표에게 몸을 의탁하게 된다. 유표는 젊엇을 적에는 너른 형주 땅을 다스리고, 강동의 호랑이 손견과 손책 부자를 연이어 압도하며, 중원의 환란에도 가문을 보전한 군벌이었으나, 유비를 만났을 때는 이미 후처 채부인과 후계자 싸움에 지쳐 노쇠한 때였다. 왕년의 두 영웅은 하릴없이 술잔이나 기울이며 세월을 보내게 된다.
이 때 유비가 화장실을 다녀오다 문득 눈물을 떨구니, 유표가 그 연유를 묻자 다음과 같이 답한다. 젊었을 적에는 말을 달려 적을 치느라 허벅지에 살이 붙을 새가 없었습니다, 헌데 오늘 보니 허벅지에 한심하게 살만 쪄 참으로 세월이 한스럽습니다. 삼국지 한두번씩은 읽어보는 소년소녀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비육지탄의 고사다. 훗날 유비는 형주에서 제갈량을 얻고, 적벽대전에서 동오와 함께 조조를 쳐 크게 이긴 뒤, 형주를 발판으로 촉 땅으로 뻗어나가 명실상부 삼국지의 한 축을 담당하는 세 개의 솥발 중 하나가 된다. 아니, 저는 그 것까지 바라지는 않으니까, 하루 2시간씩 훈련만 하게 해달라구요 따님...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