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영화감평)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스, 주연 대니 트레호 외, 마셰티, 미국, 2010

by Aner병문

나는 요령없이 몸을 쓰다가 한동안 병원 신세를 오래 진 적이 있었는데, 매일 책 읽고 사람들과 보드게임하고, 밤에 몰래 나가(!) 술 마시(!!) 는 것도 지쳐서, 한동안 누워서 영화나 미드를 참 장렬히 오래도 보고 그랬었다. 그렇다고 해서 시즌 몇을 거듭해서 끊임없이 이른바 "떡밥" 을 추적해야 하는 긴 호흡의 드라마보다, 주로 한 화에 기승전결이 끝나는 옴니버스 식의 수사극을 즐겨보곤 했었는데, 또 그 와중에도 셜록 홈즈마냥 나도 모르는 새에 저들끼리만 얘기 주고받다가 끝나는 내용은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시청자가 납득할 겨를도 없이 기계만 주구장창 돌려서 지문이고 증거고 찾아내는 CSI 류의 드라마는 애초부터 보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주로 보게 된 드라마가 멘탈리스트(심리 탐정), 넘버스(수학 탐정), 캐슬(추리소설 탐정), NCIS(이건 탐정이라기보다는 그냥 주고받는게 좋아서..ㅋ), 그리고 무엇보다 왜 우리 나라 버전으로 재제작이 안되는지 참 궁금한 번 노티스Burn Notice...! 늘 어머니께 잔소리를 듣는 전직 첩보요원 아들의 좌충우돌 해결사 이야기를 참 밤새서 재미있게 봤었고, 제프리 도노번이라는 걸출한 배우도 눈여겨봤었는데, 그 드라마의 일화 중, 진짜 험상궂게도 생긴 러시아 마피아 역의 배우가 있었는데, 진짜 뭐랄까, 영화판 출신의 소설가 천명관 선생이 말씀하시듯, 윤제문 배우나 김준배 배우가 연기를 하자, 충무로의 연출들이 '진짜 건달을 데려오시면 어떡하냐' 할 정도였다는데, 아닌게 아니라 그 배우도 부리부리한 눈망울에, 큼지막한 주먹코, 거친 피부를 가로지르는 흉터와 문신들, 누가봐도 범상치 않은 삶을 살아온 이가, 마셰티의 주연이자 온갖 영화, 드라마의 악역을 도맡는 남자대니 트레호Danny Trejo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황혼에서 새벽까지, 로 이미 "B급 이상의 B급" 영화를 찍는다고 알려진 거장 로버트 로드리게스의 명성에 힘입어 마셰티는 무려 우주에까지 진출하는 3편의 연작에 이르기까지, 미셸 로드리게즈(아바타), 제시카 알바(판타스틱 4), 로버트 드 니로(성난 황소, 인턴), 멜 깁슨(패트리어트, 브레이브 하트), 찰리 쉰(못말리는 조종사), 소피아 베르가라(이병헌하고 친함[?]), 앰버 허드(조니 뎁 전 부인[??]), 스티븐 시걸(클레멘..읍읍) 등 굵직한 명배우들이 출연하는 이 작품에서 대니 트레호는 난생 처음 주연을 맡았다고는 믿을 수 없게, 거친 존재감과 무게를 뿜어낸다. 그 스스로도 어렷을때부터 오랫동안 교도소에서 생활했고, 어렵게 마약과 가난에서 벗어났으며, 수감 생활 동안 권투를 배우고 또 가르치며 갱생한만큼, 마약에 찌든 청소년들을 돕고, 항상 방송에서는 악역의 비참한 말로를 보여줌으로써, 현실의 악역은 괴롭고 힘든 죽음을 맞이할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늘 알려주고 싶다는, 대니 트레호. 사실 황홀해서 새벽까지...가 아니라 황혼에서 새벽까지 에서 보여준 로드리게즈 감독 특유의 감성은 안타깝지만 이 영화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할리우드의 마동석- 대니 트레호가 말 그래도 마체테 한 자루 비껴차고 악당들을 찌르고 베고 부러뜨리며 이 잔인한 영화를 끌고 나갈 뿐이다. 그냥, 마음 비우듯이 별 생각없이 봤다. 이런 영화 또한, 즐겁게도 내 취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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