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내가 왜 결혼을 했는지 알았다.

by Aner병문

어제는 월요일 아니랄까봐 유독 힘든 날이었는데, 아내가 주말에 먹다 남은 회와 복분자주(여보, 그게 무슨 말이야...?)를 챙겨다 밤늦게 술상을 봐주시었다. 3일 연속의 술상인데다 아내 스스로 술상을 봐주시는 일이 잘 없기 때문에 나는 놀랐고, 한편으로는 내가 그렇게도 여유가 없었구나 싶었다. TV 소리조차 수선스러워 모짜르트를 틀어놓고 아내의 술잔을 받던 밤에, 나는 내가 왜 결혼을 했는지 깨달았다. 아무리 늙고 지쳐도, 내가 볼품없어져도, 하루의 끝을 아내와 함께 하듯이, 내 삶의 끝을 함께 할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작가의 이전글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사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