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글을 쓰려 할수 있을까.
다시 글을 쓰려할 수 있을까? 늦은 밤 너가 사진 찍어 보내온 문서철을 나는 오래지 않아 알아보았다. 젊은 시절, 분명히 의식을 갖고 쓴 습작 원고였다. 그때의 나는 분명 하얀 여백을 대할때 분명 어느 정도 침착했어서, 내 문장의 끝을 충동에 맡기지 않고 부렸으며, 한동안 서사 속에 놓아둔 인물들이 제 스스로 이야기를 짜내어 나가는 모습에 신기해했던 기억이 아직 선연하다. 흥과 열로 밀어붙이는 내 기초없는 습작들 중 드물게 안정적이며, 비교적 좋은 평을 받았다.
이제 나는 처자식을 벌어먹이기 위해, 수많은 낯선 이들과면식없이 조우하며, 형편없이 깎이고 휘어진채로 도장에서 낡아가는 몸을 쓰거나 가족을 돌보기 위해 또다른 삶으로 향한다. 속세는, 모자란 사내 하나가 버텨내기엔 버거워서 나는 기껏해야 태권도를 하듯이 하루 몇 줄의 글을 읽거나 혹은 일기 몇 편을 대충 끄적이는 것으로 만족해버린다. 실은, 아직도 문장 몇 개를 내려놓은 습작의 첫머리나 원고의 시금석 같은 열쇠단어들이, 인터넷 문서 프로그램 파일 어딘가에 뿌려둔 씨앗처럼 남아 있으나 이제 나의 부족함과 아연함을 알아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너가 오랜만에 보여준 내 원고는, 내겐 쓰디쓴 향수를 일으켰을 뿐이다. 너는 가끔 내게 산에 들어가 공부하시라고 놀리곤 하는데, 속세의 행복에 갈 곳 없이 막혀버린 나를 꼬집는듯하여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