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 것은 없지만,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인터넷에서 말하기를, 모처럼 받은 재난지원금으로 이것저것 조금씩 사먹었을 뿐인데, 모아놓으니 1억을 쓴것마냥 재난지원금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말했듯, 안식구나 나나 크게 잔재미도 없고, 오로지 아이와 살림에 쓰는 것 이외에는, 가끔 술이나 한잔씩 마시는게 전부인데, 돈이 빨려들듯 녹고 사라지니 참 신기한 일이다. 오로지 코로나의 기세만 물가마냥 오르고, 급여며 사람 인심은 천천히 깎이고 내려가는 듯한 세상에서도, 계절은 가고, 낡은 건물은 헐리며, 딸은 크고, 사람들은 또 결혼을 한다. 어찌어찌 받은 복된 청첩에, 그래도 사람들은 서로 만나고, 사랑하고, 결실을 맺는구나 싶어 마음이 에였다.
추석 연휴 전까지는, 그럭저럭 책을 읽고 훈련도 열심히 했던 듯한데, 추석 연휴는 역시 나도 어른 흉내를 낸답시고, 사이사이 출근하며 여기저기 인사 다니고 하다보니 하루도 훈련은커녕, 책 한 줄 제대로 읽지 못했고, 그 이후로는 비염이 눈까지 번져, 코를 훌쩍이고 눈을 비벼대느라 여념이 없었다. 일은 줄어들줄 몰랐고, 나는 늘 회사로 도장으로 자주 불려다니며, 바쁨 사이로 몸이 닳고 마음이 말랐다. 그래도 태권도는 늘 즐거웠다. 한 줄씩 읽는 책도 늘 무겁고 의미 있었다. 하물며 술잔이겠나.
뭔가 쓸 말이 많았던 것도 같은데 쓸 이야기가 없다. 원래 눈꺼풀마냥 커서만 깜빡이는 화면 속 공백을 보다보면, 무엇으로 채워야할지 알 수 없어서 막막하다. 위기철 선생 소설의 소심한 주인공 사내도 그러했던가. 무엇이든 항상 번잡스럽게 하려고는 하는데, 하고 나면 늘 남는게 없다. 심지어 상처받아 떠나는 이도 있다. 내게 남은 이는 그래도 처자식이 있고, 벗들이 있어 다행이다. 필요할때 찾아와 술과 음식과 마음을 주고, 늘 함께 늙을 사람들. 결국 남는 건 이러한 관계뿐인가 보다. 많을 필요도 없고, 구태여 깊어지려 할 필요도 없다. 자연스럽게, 단풍이 물들고 바람에 삭아 떨어지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