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ITF 번외편 ㅡ 각자의 처한 곳에서

by Aner병문

요란한 겨울비 이후 추워진 늦은밤 퇴근길, 밥 잘하는 유진이가 갑자기 전화하였다. 어우씨, 또 까먹었, 고당 틀 비껴차고, 옆차찌르고, 그 다음이 뭐지? …앉는서손칼옆으로때리기. 그 다음은? 왼걷는서오른팔굽앞때리기. 아아! 그제서야 속이 시원하다는듯 밥 잘하는 유진이는 전화 건너편에서 탄성을 질렀다. 늘 업장에서 쇠와 불을 쓰며 식자재를 다루고 하루가 저물어야 돌아오는 밥 잘하는 유진이는 연말 예약이 밀려 일을 서둘다 기어이 제 손등을 또 찢고 네 바늘이나 꿰매었다. 부모님 보시면 또 걱정하신다며 어차피 늦게 들어가야한다는 밥 잘하는 유진이는, 총각 시절 새벽 얼어붙을듯한 도장에서 혼자 양말 두 겹 신고 훈련하던 나처럼 늦은 밤에 홀로 매진하고 간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각자 처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나 역시 문설주를 타격대삼고, 케틀벨과 클럽벨로 부족한 훈련량을 채운다. 검은 띠의 훈련은 다 언제 어디서든 하기 나름이다. 어제 못한만큼 더 열심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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