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영화감평)

박찬욱, 일장춘몽

by Aner병문

감독 박찬욱, 주연 박정민, 김옥빈, 유해진. 일장춘몽. 한국, 2022.



일장춘몽이란, 그 한자 풀이가 그렇듯이, 한바탕의 봄꿈을 뜻하는 말이며, 동파육으로도 유명한 대시인 동파 소식이 스스로의 벼슬살이를 그에 빗대었다는 고사가 익히 알려져 있다. 한단지몽, 남가지몽 등의 고사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하겠다. 그러므로 애플 홈페이지, 혹은 유튜브에서 무료로 시청 가능한 박찬욱 감독의 이 신작 단편은, 아이폰 13 으로 찍었다고는 믿을 수 없는 화질과 색감, 음질로 동양적 미쟝센을 가득 표현했다. 사실 명감독을 꿈꾸는 십대 소년, 도장의 이 감독은 '삼촌,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좀 실망도 하고 너무 난잡했어요.' 라며 실망했다고 했지만, 나는 제목부터 드러나는 단편의 간결한 주제 의식이 좋았다. 삶과 죽음도 어차피 아닌게 아니라 한바탕 봄꿈처럼 짧고 덧없는 것 아니겠는가. 전달코자 하는 주제가 그러므로, 서사가 얕거나, 몽타주가 난삽하거나, 쟝르가 온통 뒤섞여 있다거나 하는 감평은 모두 오히려 이 주제를 더욱 부각시킬 뿐이다. 사실 나는, 오랜만에 영상미에 잔뜩 공을 들인 영상물을 보아서 몹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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