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피곤해도 목표는 있어야 한다.
잘생긴 신랑감과 잘 살고 있는 너가, 그래도 하루하루 밥하고 일하고 자고, 책은 쳐다보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고 하여 조금 놀랐다. 늘 바윗틈 사이에서 조용히 핀 풀꽃 한 송이처럼, 있는 줄도 모르게 밀려왔다 나간 물결 한 자락처럼 조용히 제 할 일 하며 사는 사람이리라 생각했는데, 너조차도 때때로 닳고 힘든 경우가 있어, 속으로 웃고 말았다. 젊었을 적 나는 항시 좌충우돌 경박하였는데, 요즘의 너는 삶이 지루하고 재미없는지 오히려 젊은 시절 나의 왁자한 경박함이 차라리 그리운가 싶을 때가 있다. 밥 잘하는 유진이는 하루 종일 불과 쇠를 다루며 요리를 하고, 다시 늦게 돌아와 내가 없으면 도장에서 홀로 틀 연습을 하고, 내가 있는 날이면 보 맞서기나 맞서기 연습을 하느라 물러질 틈조차 없는데, 오늘은 카카오톡으로 '아, 진심 반대 돌려차기 없어졌으면 좋겠다.' 하여 웃고 말았다. 사범님은 연말에 3단 승단을 보라며 나와 밥 잘하는 유진이에게 명을 내리셨는데, 사실 안 그래도 주방 일로 힘든 그녀가 심사를 좀 미뤄주시면 안되겠냐 하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보라며, 사람이 목표가 있어야 힘을 내고 일을 한다, 는 말씀에 그녀도 풀이 죽고, 전해 듣는 나 역시, 아 그 말씀은 맞지 싶어 시무룩해지고 말았다.
내 일상 역시 힘들지만 단조롭기 짝이 없다. 하루 8시간 이상 서류 작업하고 고객님들을 달래고 어르고 때로는 악쓰는 일을 끝내고 나면, 아이와 아내가 잠든 집으로 돌아와 도복 띠를 졸라매고 한시간에서 두시간 정도 달밤 체조를 하고, 씻고, 집안을 치우고, 태권도 관련 논문을 보다 늘 새벽 두세시에 잠든다. 실력이 없고, 일천하기 떄문에, 남들 잘 때 다 자면, 그나마 부족한 실력이나마 유지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나의 여가 시간은 요즘 읽던 책조차 접어두고, 오로지 태권도를 훈련하고, 태권도를 읽는 일로 가득하다. 그러므로 사실은, 너가 우리 부부를 초대한, 술 마시는 짧은 날이 몹시 기대된다. 봄기운 가득하여 풀어진 야밤에, 땀흘려 훈련을 하다 보면 내 몸 속 거북살스러운 모서리들이 많이 닳아없어진 듯하여, 실력이 좋아진 것인지, 아니면 그나마 몸을 버텨주고 있는 것들조차 나의 없어지고 찢어지고 연골과 힘줄처럼 그예 없어지고 만 것인지 알 수 없다. 나는 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뿐이다. 하다 죽을 뿐이다. 사범님 말씀처럼, 피곤하다고 가만히 있다가는 한도 끝도 없다. 몸은 닳아져도, 뿌듯한 마음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