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훈련일지)

ITF 번외편 - 딸과 함께 하는 훈련의 나날들!

by Aner병문

어제 아내는 딸아이의 머리칼을 밤톨마냥 동그랗게 깎아주었는데, 얼마나 귀여운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이는 배드민턴 채를 마치 검객처럼 짊어지고 다니며 어디서든 뽑아달라 애를 썼고, 아토피가 걱정되어 행여나 땀띠라도 날라 에어컨을 자주 틀어주었더니 오히려 콧물기침에 맥을 못 추기에 병원에 데려가자 의사 선생님 왈, 아이고 힘센 아기 또 왔네, 아이고 힘센 아기 더 힘세졌네, 하며 웃고 마시었다. 아닌게 아니라 소은이는 여느 아기처럼 병원 가기를 참 싫어했는데, 복도에서부터 안 가겠다고 울고불고 난리치는 것은 물론이고, 주사라도 놓을라치면 온 몸을 버둥대며 안 맞겟다고 몸을 틀어대어서 늘 내가 아내와 함께 팔다리를 붙들고 있어주어야 했다. 오늘도 아내가 등 뒤에서 꼭 끌어안은 채로 두 팔을 잠그듯이 감싸고, 무릎으로 허벅지를 묻어서 붙들어두었는데도, 웬걸, 무릎부터 쑥 뽑아올리더니 의사 선생님 배를 앞차부수기로 걷어찼다...(....) 중앙도장 지도 부사범의 눈으로 보자면 제 아비와 달리 거의 완벽에 가까운 발차기였다. 이 동네에서 명의로 이름난 소아과의 선생님답게 선생님은 사탕 하나 주시며 그냥 웃고 마셨다. 그러고보니 요즘 딸은 발로 미는, 이른바 킥보드(kickboard는 원래 수영장에서 초보들이 매달려다니는 사각형 판을 이르는 말, 영어로는 scooter라고 한다. 나도 학원에서 배웠었다.ㅋㅋ) 를 탈때마다 꼭 한쪽 발씩을 들고 속도를 만끽하곤 하는데, 무릎을 들어올리고 균형을 잡는 기색이 꼭 지 아비가 도장을 갈 수 없을때 집에서 저를 돌보며 연습하는 돌려차기 모양을 만드는 법과 매우 흡사해서, 정말 아이 앞에서는 찬물도 못 마신다더니, 웃고 말았다.


이번주부터 다음주까지, 날씨는 여전히 천변만화하다. 해가 있건 없건, 습기는 축축한 쇠사슬처럼 팔다리 곳곳에 감겨 축 늘어져 무겁다. 비가 오기 전에 벌써 내 어깨와 무릎은 깊숙이 쑤시고 무거워서 움직일때마다 땅 아래로 푹푹 꺼지는 듯한 기분이다. 그러므로 도장을 가지 못할 때, 나는 늘 날씨를 먼저 살피고, 우레탄 재질의 바닥을 깔아둔 옥상도장에서 먼저 훈련을 빠르게 마치고, 비로소 집안일에 돌입한다. 어제는 처자식과 함께 공원에 나갔다가 갑자기 또 소나기가 쏟아져 서둘러 돌아왔고, 집안에서 허공치기만 좀 하다가 샤워만 하고 깊게 잠들었다. 제대로 몸을 풀고 잠들지 않았기 때문에, 아침에 몹시 몸이 무거웠지만, 날이 천연덕스럽게 맑길래 아침에 서둘러 빨래를 돌리고, 또 두어 시간 훈련을 했다. 1보 맞서기까지 다 외워서 계속해서 반복 중이다. 처자식과 함께 공원에 나가서 배드민턴을 치고 돌아오니 온 몸이 천근만근이다. 하루의 반이 벌써 또 훅 지나갔다. 시간이 녹듯이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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