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진, 도박중독자의 가족, 카카오웹툰, 한국.
아내는 가끔 나더러 뭘 그런걸 보냐며 타박하지만, 사실 나조차도 맨정신에는 지나치게 타인의 사생활을 밀착하여 들여다보는 연예 프로그램을 질색하기도 하지만, 가정사에 관한 TV 프로그램은 채널을 돌리다 그냥 넘어가지 않고 보는 편이다. 이를테면 안녕하세요 나 무엇이든 물어보살, 혹은 실화탐사대 따위에 나오는 이른바 '못된 남편' '못된 아내' 등에 관한 이야기 등이다. 아내는 굳이 그런걸 보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질색하지만, 사실 내 입장에서는 '음, 나는 그렇게 저렇게 나쁜 남편이 아니지..' '우리 아내는 늘 무던해서 고마워.' 하고 일상의 행복을 늘 되새기는 일이라고 위안해본다. 이래서 버나드 쇼가 인간의 행복은 늘 누군가 비교하는데서 온다고 꼬집었는가보다.
이른바 못된 반려의 습관 중에는 외도, 술버릇, 폭력, 사기 등 다양한 일이 있어 슬프지만 도박도 그 중 큰 몫을 차지한다. 나는 가뜩이나 보드게임을 좋아하고, 특히 한때 4명이 둘러앉아 대각선으로 마주 보는 두 사람씩 짝을 지어 패를 맞추고 상대편을 이겨야 하는 티쮸라는 게임에 꽤 오래 빠진 적이 있다. 맥락 자체는 포커와 비슷해서, 나는 지금까지도 화투, 포커, 마작 따위의 게임은 일부러 배우지 않았다. 늘 농담삼아 하는 말이지만 내 성향상 분명히 푹 빠져서 손가락 예닐곱개 되기 전까지 끊지 못할까 혹시나 두려웠기 때문이다. 유혹이란 늘 나의 헤아림을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아예 접하지 않는 편이, 차라리 소심할지언정 현명하게 사는 법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다. 성경에도 이방의 여자가 함께 술을 마시자(꽁술!), 함께 밤을 보내자 꾄다고 해도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서둘러 돌아가는 것이 올바른 미덕이라고 가르치지 않는가. 게다가 2년간 전투경찰 업무를 보면서 적지 않은 실종자들이 결국 도박장 앞 허름한 여관방의 변사체로 발견되는 일을, 서류로나마 자주 접한지라 도박은 늘 내게 무섭고 두렵고 낯선 것이었다. 유튜브에서도 잊을만하면 회색빛 황량한 도시에서 제 속옷까지 잡혀가며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들에 대해서 자주 나왔다.
그렇다면 그 가족들은?
우연하게 아이를 재우면서 나도 까막까막 졸다가 웹툰 한 편을 보게 되었다. 스무 편 정도로 아주 짧고, 기승전결 중 기승전에 거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결은 마지막 한 편으로 딱 끝나버려서 다소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작가 본인의 결혼 생활을 거의 그대로 드러낸 셈이니 많이 힘들고 부담스러우셨을 터이다. 이 만화는, 작가의 셋째 시동생이 주식 투자에 푹 빠지는 바람에 당사자는 물론이요, 그 주변 사람들까지 어떤 신산한 고생을 겪는지, 둥글둥글한 만화체로 여과없이 보여준다. 작가의 시댁은, 남편이 어렸을떄부터 홀어머니가 혼자 고생하며 네 형제를 키웠기 때문에 형제들은 늘 모일 때마다 우리가 돈을 무조건 많이 벌어서 어머니를 호강시켜 드려야 한다,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작가는 그 중 장남과 결혼하셨는데, 장남은 집안에 있던 빚을 모두 갚았고, 다른 형제들도 넉넉하게 잘 살기 때문에 어머니께 늘 풍족한 용돈을 드렸고, 주식 투자에 일가견이 있던 셋째 시동생은 어머니를 모시며 늘 가족들의 돈을 투자하고 불려서 되돌려주는 역할을 해왔다고 했다.
나는 주식이, 수익도 높지만 위험도 높은 하나의 경제활동이라고 생각했지 그 자체가 도박중독으로 연결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마 작가도 그러셨던 듯하다. 작가는 집안일을 해결하기 위해 상담소를 매번 찾는데, 상담소에서는 주식중독은 도박중독 중에서도 가장 학력이 높고, 성실근면한 이들이 걸리는 병이라고 못을 박는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에게 돈을 쥐어줘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한 셋째 시동생은, 가족들의 돈을 모두 주식투자로 날리자 함께 사는 어머니에게 돈을 더 달라고 조르고, 주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코인 투자를 하면서, 점점 수렁으로 깊이 빠져들어간다. 가족들은 어떻게든 셋째를 금전적으로 돕고자 애쓰지만, 이중에서 상담소의 말을 듣고 '객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는 이는 하필 '들어온 식구' 인 며느리, 즉 이 만화를 그리는 작가 뿐이다. 당연히 충돌이 일어나고, 작가는 결국 도박중독자의 가족들이 걸리는 병이라는 공동의존 을 진단받는다.
만화 자체가 길지 않고, 전부 무료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보시길 권해드리고 싶다. 그러므로 증세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비교적 말을 삼가고자 한다. 나는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어서 '가족' 이라는 울타리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가족은, 많은 학자들이 정의하듯, 또 우리들이 직접 겪기도 하듯, 최초의 공동체이자 끊을 수 없는 천륜으로 인식된다. 그러므로 자신과 가족의 자산을 모두 탕진하고, 사채를 빌리려 하고, 다른 형제의 집 문서를 훔쳐 내다팔거나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사채를 끌어다 쓰는 것도 모자라 연로한 어머니에게 돈을 더 내놓으라고 폭언을 행사하는 등, 심지어 장기 밀매를 시도하려는 상식 바깥에 놓여진 셋째 아들에게 어머니와 다른 형제들은 '가족이기 때문에' 빚을 갚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래도 뭉쳐서 이 일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가족 공동체 안에서 이 문제를 풀어내려고 애쓴다. 그러므로 안그래도 '들어온 식구' 인 며느리가 상담소의 진단에 따라 '돈도 주지 마라, 알아서 해결하게끔 해라. 도와주면 또 일을 벌이게 된다' 라는 말은 몹시 매정하고 차갑게 들릴 수밖에 없으며, '이래서 집에 사람이 잘 들어와야 한다.' 라는 자탄이 나오게도 될만한 상황이다. 특히 작가가 이 상황을 반복케 하지 않기 위해 '삼촌(셋째 시동생)이 남에게 더 돈을 빌리거나 문제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그가 주식중독자라는 사실을 주변에 알려야 한다' 라는 의견에서 시어머니는 '아직 장가도 안 간 아를, 돈 좀 갚아주모 그만이지, 혼삿길 막을라카나! 그게 큰형수가 할 소리가!' 라며 강력히 반발한다. 이후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유일하게 집에서 육아하는 주부라는 핑계로 오전마다 전화를 하며 며느리의 속을 떠보는데, 말이야 앞으로 어떻게 할지 똑똑한 며느리에게 물어본다 하시지만, 실상은 제 뜻에 따라주지 않고, 가족에 분란을 일으키는 듯한 며느리에 대한 비난이자 압박일 것이다.
그러나 누굴 비난하고 비판할 수 있겠는가? 댓글에는 대부분 작가에 대한 연민, 옹호뿐 아니라 주로 경상도 남자로 구성된 작가의 시댁을 비난하는 내용이 가득하여 보는 나조차 힘들었다. 작가는 어쨌든 계속해서 가족을 꾸리고 잘 살고 계신다. 시어머니도, 남편도, 다른 시동생들도, 심지어 당사자인 셋째 시동생조차 늘 상황을 낫게 하려고 하는 이들이지, 스스로 상황을 망치고 꼬으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므로 상대를 배려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배려와 애정이 오히려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다. 나는 이 만화에서, 오히려 도박은 둘째 문제처럼 느껴졌다. 사람이 살면서 도박중독처럼 큰 문제는 아닐지라도, 가족이 모두가 나서서 해결해야할 문제가 어디 크고작은 한두개일까. 그럴때 가족의 이름으로 뭉칠 수도 있지만, 가족의 이름으로 어떤 이를 너무 쉽게 매도하거나 내치기도 한다. 과연, 가족은 다시 한번 사회의 첫 단계를 느끼므로, 그래서 공부자께서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라고 하셨는가. 유학의 본질은 정치. 그 정치가 최초로 통용되는 공동체는 역시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