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dom at Work - Chip Conley

그때 그 순간 - "스타트업에 입사하기 전에 읽었던 책"

by 이상민

쿠팡을 퇴사하고, 더파운더즈라는 스타트업 - 스타트업이라고 하기엔 이미 200명이 넘는 임직원과 함께 상당한 사이즈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지만 - 에 입사하기 전, 내가 선택한 책은 Chip Conley의 Wisdom at Work (국문번역본 : 일터의 현자)였다.




이 책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부티크 호텔 체인의 창업자이자 CEO 인 Chip Conley 가 본인의 회사를 매각하고 다음 챕터를 고민하던 중, 당시 스타트업이었던 Airbnb에 입사하여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문제는, 그가 Airbnb에 입사했을 때 이미 50대였고, Airbnb는 20~30대가 주축인 매우 젊은 회사였다는 것.


Airbnb의 CEO는, 칩 콘리에게 Head of Global Hospitality and Strategy 역할을 제안한다. 당시 Airbnb 는 창업한지 5년차였으나, 이미 190개국에서 수 만개의 숙소가 등록되어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던 유니콘 기업이었다. 창업자들은 기술과 디자인 출신이었고 숙박업 운영 경험 혹은 '호텔' 관점의 노하우가 전무하던 상황이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조직이었으나 내부 운영 시스템 및 중간 관리 체계가 정비되지 않은 상태로, 젋고 빠르지만 동시에 매우 혼란스러운 스타트업이었다.


Airbnb 의 제안이 흥분되었을까? 물론.

하지만, 단 한 번도 테크 회사에서 일한 적이 없던 칩 콘리에게 이러한 역할은 어찌 보면 너무나도 무모한 (non-tech 회사에서 tech 회사로 이직한 적이 있던 사람은 이 차이를 예상할 수 있다. 회사의 속도, 문화, 문제를 푸는 방식, 사용하는 단어까지 너무나도 다르다. 거기에 스타트업이라면 더더욱.) 도전일 수 있었다. 게다가 아무리 촉망받는 유니콘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전통적인 호텔 체인에서 바라보는 Airbnb 는 언젠가는 멈출, 결코 기존의 호텔을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이라는 인식도 많았다.


고민 끝에 Airbnb에 입사하게 된 칩 콘리.

그는 스스로를 Mentern으로 정의한다. Mentern 은 Mentor + Intern을 합친 말로, 수십 년의 성공적인 경험을 가진 그가 멘토로서 젊고 뛰어난 동료들 및 창업자와 멘토로서 소통하지만, 동시에 테크에 너무나도 무지한, 인턴 수준의 이해를 가지고 있기에 겸손함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소통하는 것을 말하는 단어다. Airbnb의 한 직원은 칩 콘리에게 "how can you be so wise and so clueless at the same time?"라고 물으며 이러한 부분을 짚어내기도 했다.


이렇게 서로 상반되는 모습으로 Airbnb에서 근무했던 5년여의 시간 동안, 그는 창업자들의 멘토로서 회사의 문화와 성장에 큰 역할을 했고, Airbnb의 호스팅 기준을 세웠으며, 또한 많은 직원들의 신뢰받는 멘토로서 존경을 얻어낼 수 있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칩 콘리는 Modern Elder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여기서 말하는 Modern Elder는,

- 경험에서 나오는 인사이트가 있고,

- 상대방을 이해하고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EQ (감성지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호기심이 있고,

- 마지막으로 자신의 삶커리어에 새로운 이해를 부여하는 사람으로,

회사에는 큰 자산이 되고, 개인에게는 새로운 목적을 가진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러한 Moden Elder의 개념을 바탕으로 그는 동료들의 존중을 얻어내고, 회사를 성장시키고, 또한 새로운 역할로서 또 하나의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나는 왜 이 책을 선택했을까?


어느덧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를 보며, 내 인생 2막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그 단서를 얻기 위해 선택한 책이었다. 지금 당장의 업무 역량, 리더십 역량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 더 멀리 바라보았을 때 내게 필요한 역량. 바로 Modern Elder 로서의 역량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찾기 위한 고민이었다.


그렇기에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매우 훌륭한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중요한 부분 하나.

Airbnb 가 칩 콘리에게 높은 자리를 제시했던 것처럼,

경험과 연차가 쌓였다고 스타트업에서 두 손 들고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큰 착각이다.

(일단 우리는 칩 콘리가 아니다.)


내가 커피챗을 통해 만났거나, 혹은 지금 더파운더즈안에서 경험했던 스타트업의 리더들,

그리고 쿠팡의 신사업인 로켓그로스 Instock PM 팀장으로 팀원을 뽑을때의 고민을 되돌아보면,

멋진 경험을 쌓아놓아야 한 것은 당연하고,

다양한 자원이 있던 안정적인 회사가 아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음을 증명 해야 하고,

시니어로서 중요한 결정만 하며 실행은 팀원 혹은 다른 팀/파트너사 에게 맡기는 것이 아닌, 직접 핸즈온해서 업무를 처리해 나갈 수 있다는 것 또한 증명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에서의 문제 정의 및 해결 방법을 이해해야 한다.

여기에 본인보다 어린 리더/동료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존중을 얻어낼 줄 아는 능력도.


이러한 경험들은,

안정적인 커리어만을 따라왔다면 쉽게 얻을 수 없는 부분들이다.

직접 창업을 해보았거나, 신사업 부서에서 Zero to One을 해보는 것처럼,

커리어의 어느 순간, 위험을 짊어지고 모험을 택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Modern Elder 로서 더 다양한 옵션을 내 후반 커리어에서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모험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던 열정, 집중, 그리고 젊음의 에너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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