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순간 - "한국의 아마존 쿠팡 퇴사 후 회고"
쿠팡에서 PM으로 2년을 근무하고, 새로운 회사로의 이직 과정에서.
한국의 아마존인 쿠팡에서의 경험을 보다 구조적으로 인식하기 위해 읽었던 책.
(참고로 쿠팡이 한국의 아마존이라는 말은, 아마존 출신 - 혹은 인도의 아마존이라고 할 수 있는 플립카트 출신 - 의 미국/인도인들이 대부분의 리더십 포지션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책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Colin Bryar 이 아마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Colin 은 아마존의 창업자인 Jeff Bezos의 Shadow - Jeff's Shadow로 불렸으며, 다른 말로는 Chief of Staff 역할을 했다. 최초의 Jeff's Shadow는 현재 아마존의 CEO 인 Andy Jassy였으며, 이후 이 책의 저자인 Colin 이 그 역할을 이어받았다. Chief of Staff으로서, 제프 베조스의 모든 미팅, 출장, 매일의 운영 회의에 참석하며, 관찰하고, 배우고, 때로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제프 베조스의 의사 결정 과정을 다양한 측면에서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했기에,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아마존의 문화, 의사 결정 방식, 회의 방법 등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리고 왜 그러한 결정들을 내려왔는지를 누구보다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을 수 있었다.
이 책은 크게 2개의 파트로 나뉜다.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 Bar Raiser 프로세스, 조직 구조, 커뮤니케이션, 고객으로부터 시작하는 문제 정의/해결 방식, Input 매트릭스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파트 1.
그리고 파트 1의 설명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case study 로서의 아마존 킨들, 아마존 프라임, 프라임 비디오, AWS 등이 탄생한 배경을 설명하는 파트 2.
그렇기에 빠르게 적용 가능한 Key Insights 만을 얻고자 한다면 파트 1으로도 충분하지만, 이 원칙들이 아마존 안에서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그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파트 2도 반드시 읽어보아야만 한다.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과 더불어,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을 매우 적극적으로 적용한 쿠팡의 리더십 원칙을 비교하면, 그리고 쿠팡에서의 경험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아래 내용에서 빠져있는 쿠팡에만 있는 2가지 원칙 - Influence without Authority 그리고 Ruthless Prioritization 은 아마존의 Decentralized Leadership과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아마존의 전반적인 구조/문화를 쿠팡에 적용하여 명시한 것에 가깝다.)
Customer Obsession : 쿠팡에서는 Wow the Customer로 사용되며, 모든 것을 고객 중심으로, 그리고 고객으로부터 역설계하라는 원칙을 담고 있다. 극단적인 실제 경험을 들자면, 특정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 풀필먼트 센터 운영팀에서 '3개월이 걸린다'라고 보고가 나온다면, '당신이 고객이라면 얼마나 기다리겠는가?'라는 질문을 받게 되고, 그 대답이 '한 달입니다' 라면, 운영의 난이도와 현실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한 달 만에 개선을 끝내야만 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완료하게 된다.
Dive Deep : 쿠팡에서도 동일하게 Dive Deep으로 사용하며, '차원이 다른, 전혀 다른 수준의' 운영 및 데이터의 디테일을 보려 하는 원칙을 담고 있다. 또한 상위 리더들도 큰 틀의 전략적인 관점뿐만 아니라, 현업의 매우 디테일한 수준까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쿠팡에서의 근무가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표면적인 데이터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그 아래, 그 아래의 아래, 문제가 있던 단 하나의 주문의 단 하나의 프로세스의 단 한 명의 작업자, 단 하나의 택배 박스, 그 안에 담겨있던 아이템 수준까지 내려가서 데이터를 보게 된다.
Disagree and Commit : 쿠팡에서도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결정이 되기 전까지는 강하게 챌린지하고 논의할 수 있지만, 결정이 된 후에는 100% 서포트하며 실행에 옮기라는 원칙을 담고 있다. 사람마다, 그리고 리더마다 다르겠으나,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임원들의 결정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 ~~ 한 방법은 어떤지 충분히 제시하고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이 쿠팡에 존재했다. 물론 결정이 내려진 후에는 내가 그전에 반대했던 것과는 전혀 관계없이 100%를 결정된 사항에 쏟아부어야만 한다.
Bias for Action : 쿠팡에서는 Move with Urgency 원칙이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빠른 실행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하며, 사실상 쿠팡에서의 근무를 힘들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미친듯한 - 정말 정신이 나갈듯한' 속도로 모든 것을 진행하기 때문.
Insist on Highest Standard : 쿠팡에서는 Aim High and Find a Way로 사용되며, 높은 기준을 바탕으로 퍼포먼스를 내야만 하는 것을 강조한다. 쿠팡에서는 TP (Top Percentail) 99라는 수치를 기준으로 많은 부분 운영의 효율성을 측정한다. 쉽게 말해, 쿠팡에서 100개의 주문을 고객에게 배송하고 있다면, 이 100개의 주문을, 주문 도착시간별로 1위부터 100위까지 나래비를 새운 뒤, 99번째로 도착한 주문을 퍼포먼스 측정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 99번째의 주문은, 모든 예외/비효율/실수로 인해 발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까운 상황이며, 평균값이 아닌 이러한 최악의 상황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그만큼 높은 기준으로 일해야 한다는 반증이다.
Learn and Be Curious : Learn Voraciously로 쿠팡에서 사용하며, 지속적인 배움을 일컫는다.
Hire and Develop the Best : 쿠팡에서 동일하게 사용하며, 최고를 뽑고 승진시킨다는 의미이다. 채용에 있어서 매우 까다롭게 다가가는 것을 의미하는데, 개인적으로도 쿠팡의 근무 환경, 강도, 문화가 매우 강하고 독특하고 힘들기에, 이를 견딜 수 있는 친구들을 뽑으려 애쓰긴 했다. 물론 Hiring Manager였던 내 인터뷰를 통과하더라도, 이후에 이어지는 최소 3명의 유관부서 혹은 상위 리더십 면접, 그리고 면접이 모두 끝난 후 면접관들이 모여서 이 사람의 최종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논의를 통과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여정임에 분명하다.
Ownership / Frugality : 쿠팡에서는 Company-wide Perspective와 Hate Waste로 사용되며, 전사적인 관점 및 효율성을 중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리더십 원칙 이후에 Bar Raiser, Two-Pizza Team 등에 대한 소개를 한 이후, 이 책은 Writing과 Working Backwards 챕터로 나아간다.
Writing 챕터에서는 왜 아마존은 PPT를 없애버렸는지에 대한 이유 그리고 PPT 없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요점만 적는 PPT는, 내용을 이해하는데 발표자의 스킬에 크게 좌우되거나 (때때로 발표자는 의도적으로 좋은 프레젠테이션 스킬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 혹은 본인의 부족함을 가리기도 함을 이해해야 한다), 혹은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등의 단점이 있다. 반면 6페이지 메모는, 문서 작성자가 정말 깊은 고민과 다양한 가정과 옵션과 데이터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문서를 작성하게 되고, 발표 스킬이 좋지 못하더라도 충분한 논리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이해시킬 수 있으며, 미팅 시작 전, 다들 조용히 6페이지 문서를 정독하는 것으로 시작하기에 구성원 모두가 높은 수준의 문제 이해도를 가지고 시작하게 된다. 쿠팡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회사에서 같은 방식으로 문서를 준비한 후 문서를 정독하는 것으로 미팅을 진행하고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받아본 결과, 굉장한 효율성을 보여준다는 피드백과 함께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다만, 같은 방식으로 진행했던 또 하나의 미팅은 문제의 복잡성이 훨씬 높았고, 그러한 복잡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문서를 공유했던 내 미숙함으로 인해 이전만큼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지는 못했다.)
이어지는 Working Backwards 챕터는, 어떠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프로젝트 시작에 앞서 FAQ 혹은 PR 문서를 먼저 작성하는 것을 통해 고객이 어떠한 부분에서 가치를 느낄지, 그리고 어떠한 질문을 하고 우리는 그에 대한 어떠한 답변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며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문제를 들여다보는 구조를 만든 것을 설명한다. 어떠한 고객을 대상으로 하며, 어떠한 문제를 풀려고 하며, 왜 그 고객들이 이 문제에 신경을 쓰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떠한 방법으로 성공을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프로젝트의 시작 전에 고민한다. 여기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면, 프로젝트는 시작조차 불가능하며, 아마존의 경우 이렇게 정리된 문서들을 바탕으로 프로젝트의 투자 여부가 가려지고, 상당히 많은 경우 프로젝트는 진행되지 못하고 묻히게 된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챕터 2의 Prime 챕터에서는, 제프 베조스가 리더십팀에서 보낸 메모가 담겨있다.
"We should not be satisfied with the growth of our retail business. This is a house-on-fire issue and we need to dramatically improve the customer experience around shipping. We need a shipping membership program. Let’s build and launch it by the end of the year."
이 메모는 모든 유통업체가 연말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미친 듯이 바쁜 10월 중순에 전달되었으며, 베조스는 연말까지 Shipping membership program 을 론칭해야 한다는 긴급 메시지를 전달 한다. 채용공고에 '대부분의 능력자들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리드타임의 1/3 수준으로 완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을 정도로 압도적인 리드타임을 기대하는 회사인 아마존은, 동시에 중요한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른 우선순위를 가차 없이 쳐내는 회사기도 하다. 그 예로, 연말 프로모션 기획을 리드타임 안에 가까스로 마무리하고 휴가를 즐기기 위해 시애틀을 떠나 포틀랜드로 향하고 있던 Product Manager에게 아마존의 Senior Vice President 가 전화를 해서, 늦지 않게 연결이 되어 다행이라는 말과 함께 다음의 내용을 전달한다. 당신이 지금 막 마무리 한 연말 캠페인 프로모션 계획은 지금 즉시 폐기될 것이며, 대신 Free Shipping 프로그램을 론칭할 예정이고, 이걸 시작하기 위해 지금 바로 차를 돌려 시애틀로 돌아올 수 있냐고.
이 챕터를 보면서 쿠팡에서 완벽하게 똑같은 경험을 한 점을 떠올리며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쿠팡에서 진행했던 정말 많은 프로젝트들 - 수없이 많은 미팅과 고민과 시간을 쏟아서 진행하고 있던 - 이 '보다 중요한' 다른 프로젝트들로 인해 대체된 일들 생각나는 것과 동시에, 쿠팡의 미친 속도전에 있어서 강한 팀원이 필요했던 내가 팀원 채용 시 단골로 했던 질문 또한 생각이 났다.
"지금까지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약 1년 정도 걸렸던 가장 힘들었던 프로젝트가 뭐였나요?"
"~~ 였습니다. ~~ 래서 힘들었고요."
"그렇다면 그 프로젝트를 추가 리소스 투입 없이, 절반의 시간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면, 무엇을 다르게 하겠습니까?"
.. 이 책은 다양한 아마존 문화/프로세스/리더십 원칙 등을 자세하게 다루며, 책의 말미에는 실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팁과 함께 마무리하고 있다.
쿠팡에서 경험했던 문서 작성 역량과 그 중요성, 고객에 미치도록 집중한 후 거기서부터 문제를 정의해 나가는 프로세스, 그리고 절대 타협하지 않는 높은 기준과 디테일에 대한 강조. 쿠팡을 떠났지 벌써 몇 달이 지났지만, 쿠팡 이전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영향을 주었던 쿠팡의 문화. 그리고 그 origin이라 할 수 있는 아마존에 대한 이 책은, 아마존과 같이 압도적인 회사가 되고자 하는, 혹은 쿠팡과 같이 한 분야에서 경쟁자를 찾을 수 없는 회사를 만들거나 혹은 함께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필독서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에서, 나는 이러한 문화가 지금 내가 근무하는 회사에 깊숙이 스며들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회가 될 때마다 이 사례들을 공유하고, 적용하며,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