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씽 & 크래프톤웨이

그때 그 순간 - "창업자들은 어떤 생각일까?"

by 이상민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국문번역본 : 하드씽)과 크래프톤웨이.

이 2가지 책은, 스타트업에서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들 중 널리 알려진 책이었으나, 이상하게 손이 안 가고 있던 책이었다. 배틀그라운드를 단 한 번도 플레이 한 적 없었기에 크래프톤웨이에 손이 가지 않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의 창업자의 이야기였던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 역시 이상하리만큼 오래도록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 스케일업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회사의 업무에 인사이트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손에 들었고, 쉴 틈 없이 읽었던 책이 되었다.




두 책은 모두 스타트업과 창업자의 생각을 자세하게 그리고 있고, 특히 매일 같이 반복되는 생존의 위협 속에서 죽을 것처럼 힘든 여정을 헤쳐나간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


먼저 The Hard Things about Hard Things의 저자인 벤 호로위츠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넷스케이프의 부사장을 거쳐 Opsware의 공동창업자이자 CEO로 활약한 후, 회사를 매각하고 벤처캐피털인 '안드레센 호로위츠'를 공동창업하며 투자가로 변신했다. 책에서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화려함은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해고, 경쟁사와의 싸움, 리더십의 고독 등 얼마나 처절하게 스타트업이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룬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직접 겪었던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풀어가며, 비슷한 경험을 가진 창업가들은 어떠한 결정을 해야 할 지에 대한 조언을 챕터별로 제공한다. 다시 말해, 외부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생존전략을 알려주는 지침서에 가까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크래프톤웨이는 크래프톤의 과거 10년을 조명하기 위해, 회사의 이메일에 무제한에 가까운 접근 방법을 제공받고, 구성원들과도 가릴 것 없는 인터뷰를 할 수 있도록 허용받은 이기문 기자의 집필이다. 회사 내의 이메일을 거의 수정 없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분노/좌절/희망/환희 등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배틀그라운드라는 전 세계적인 흥행작을 만들기까지 반복되는 실패, 그 안에서 만들어가는 회사의 문화와 철학, 일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 혹은 유지되어 왔으며, 창업 때 만들었던 회사의 비전이 어떠한 이유로 어떻게 수정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다큐멘터리와 같은 느낌의 책이다.


The Hard Things about Hard Things에서 가장 긴장감이 높은 에피소드 중 하나는, 바로 전시상황의 CEO와 평화상황의 CEO의 비교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대부분의 경영 서적은 평화 시에 필요한 리더십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반면, 정말 조언이 필요한 전시 상황에서의 조언은 거의 없었다고 말하며, 이 챕터를 집필했다.

평화시의 CEO는, 조직의 문화를 점검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반면, 전시의 CEO는 모든 결정을 회의로 미루는 대신, 자신이 직접 책임지고 결정하는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평화시의 CEO는, 회사의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반면, 전시의 CEO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팀을 과감하게 해체하고, 적합하지 않은 리더를 가차 없이 교체한다. 감성적인 판단을 배제하고 오로지 회사의 생존만을 생가한다. 평화시의 CEO는 회사 내의 정치와 갈등을 조율하고, 팀 간의 협업을 독려하지만, 전시의 CEO는 이상적인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메시지로 팀을 결집시키며, 비전보다는 현실에 집중한다. 평화시의 CEO는 모든 의사결정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위험을 최소화하지만, 전시의 CEO는 경쟁사나 시장의 위협에 대해 숨지 않고, 전면에 나서서 정면 돌파를 시도한다.

벤 호로위츠는 평화시의 리더십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다가 더 큰 난관에 부딪혔음을 이야기하며, 전시 CEO 모드로 전환해서 가까스로 회사를 살려냈음을 고백하며 상황에 맞는 리더십의 중요성을 어필한다.


크래프톤웨이에서는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을 하기까지 17년간 계속되는 실패를 경험하며 회사의 생존을 위해 싸워야 했던 과정을 통해, 우연이나 운이 아닌 오랜 기간의 실패와 학습이 어떻게 위대한 성공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창업하자마자 기술 유출 혐의로 NC소프트와 법적 다툼을 수년간 벌여야 했으며, 3년간 300억 원을 투자해서 최고의 게임을 만들겠다는 비전 (이렇게 만들어진 게임이 '테라'라는 MMO RPG) 은, 4년간 400억 원이 실제로 투입되며, 시간/예산 그리고 흥행까지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며 내부적으로는 원래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실패한 프로젝트로 남게 되었고, Large Scale Production On Time On Budget이라는 표어로 게임 제작과 경영을 분리했던 초기의 비전 또한 폐기된다. 이 과정에서 초기의 공동창업자들이 퇴사하고, 번아웃에 따른 핵심 직원들이 이탈하기도 한다. 배틀그라운드 제작을 총괄했던 김창한 현 크래프톤 대표이사는, 초기 회사의 개발 본부장으로 합류하여 다수의 게임 제작을 총괄했지만, 배틀그라운드 이전까지 큰 성공을 만들어내진 못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 17년이나 이어진 - 실패 경험을 통해 '관행적인 게임 제작 방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이해했고 (관행적으로 '완벽한 게임'을 유저에게 제공하는 폐쇄적 환경 vs 얼리액세스 게임을 유저에게 제공하며 피드백을 통해 개선해 나가는 오픈 환경), 거대한 프로젝트 대신 소규모 인원으로 빠르게 게임의 핵심 재미를 구현하는데 집중했고 - 다만, 이 방법은 원해서 했다라기보다는 회사 사정상 불가피했던 측면이 더 커 보인다 -. 복잡한 시스템이나 스토리를 배제하고 오히려 '생존'이라는 장르의 핵심 재미에만 집중하며 대성공을 만들어낸다.


The Hard Things about Hard Thing, 그리고 크래프톤웨이 모두, 창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혹은 이미 창업한 스타트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지금 성공한 모습만 보며, 과거에 어떠한 어려움을 헤쳐 나왔는지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나도 왠지 아이템만 좋으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에 창업에 뛰어들면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단계들의 1/10도 가보지 못한 상태로 회사를 접어야 하지 않을까. 이 모든 과정을 이겨내고, 뛰어난 사람들과 강한 문화를 바탕으로 실패를 통해 배우고 한 단계 더 성장하는 회사를 조금씩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창업자가 겪어야만 하는 이 모든 정신적/재정적/육체적 고통이 의미 있다고 할 만큼 큰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Yes' 이어야만 창업을 시작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많은 고민을 안겨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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