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순간 - "링크드인에서 수없이 언급되는 바로 그 책"
회사의 흥망성쇠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은 대부분 - 아니 정확하게는 100% 다른 나라 회사 이야기였다. 우리나라 회사의 실패담 따위는 아무도 책으로 쓰고 싶어 하지 않았거나 못했고, 결국 소중한 실패 사례는 모두 다른 나라 회사의 이야기만 가득했다.
그런 나의 주의를 끈 건, 최근 약 한 달 사이, 링크드인에서 상당히 자주 언급되는 바로 그 책.
'실패를 통과하는 일'이었다.
퍼블리 - 아쉽게도 이용해 본 적은 없었다 - 를 창업하고 10년을 운영한 후, 다른 회사에 매각하기까지의 여정을 솔직하게 풀어쓴 책. 추석 연휴 동안 천천히 읽으려 했지만, 첫 문장을 읽은 후부터, 다 읽기까지 3일이 채 걸리지 않을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했다.
이 책의 시작은 독특하다.
대표 이사가 사직서를 쓰는 순간으로부터 책이 시작된다.
"나는 소위 '유니콘 스타트업'을 만든 것도 아니고, 상장이나 매각을 통해 성공적인 '엑시트'를 달성한 것도 아니다. 매해 이익을 내고 법인세도 내면서 차곡차곡 성장하는 알짜배기 회사를 만들지도 못했다. 내 손으로 시작한 회사를 내 손으로 끝을 낸 것이 전부다. 그러므로 이 책은 성공담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질문과 함께, 10년 전의 본인에게 건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적어냈다.
- 창업자가 그만둘 때
- 창업자가 시작할 때
- 펀드레이징
- 공동창업 - 시작을 함께하는 사람 vs. 끝을 함께하는 사람
- 전시 CEO로 산다는 것
- 자원배분의 문제 - 100억 원 이상의 돈이 생겼을 때
- 레이오프
- 주주 관계의 본질
- 끝을 향한 여정 Part 1
- 끝을 향한 여정 Part 2
이 10가지 이야기를 통해, 각각의 순간에 어떠한 생각들과 고민을 했고, 심사숙고해서 결정을 내리고,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돌아보면, 더 나은 결정이 분명히 존재했고, 다시 돌아간다면 어떻게 했을지에 대한 내용이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이 너무나도 솔직하게 그려져 있어서, 내가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바로 옆에서 듣는 것처럼 현장감이 느껴진다.
"시작에는 설렘과 충동성, 도파민이 있음. 반면 끝은 책임감, 희생전신, 전우애가 필요함. 그렇기에 끝에 다다르고 나서 배운 것은 i) 끝을 함께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견한 공통분모는 무엇인가? ii) 이런 공통분모의 특징을 가진 사람을,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시작하는 시점부터 데려올 수 있는가?"
"평시 CEO의 특성은 소위 '좋은 사람이자 좋은 리더'의 전형적 모습이다. 반대로 전시 CEO의 특성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인물 유형이고, 특히 한국 사회의 기준에서는 비판받기 쉬운 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렇기에 전시 CEO로 일하려면 어릴 때부터 학습된 '좋은 사회인'에서 벗어날 뻔뻔함이 필요한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눈치를 봤다. 나 혼자 일하는 게 아니라 팀과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선천적 기질은 가능한 한 억누르고, 후천적으로 학습된 사회인 자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전시 CEO는 어디까지나 긴급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유효하다고 생각했고, 내가 읽었던 많은 책에 나오는 것처럼 평시 CEO로 일하는 것이 더 우월한 방법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나는 그저 전시 CEO 로서 '미움받을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블리츠스케일링은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뿐인데도, 이때의 나는 '블리츠스케일링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실리콘밸리가 다들 이렇게 한다니까, 링크드인이 이 방법으로 성공했다고 하니까, 나도 그렇게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블리츠스케일링을 해서 실패한 경우는 없는지? 블리츠스케일링이 아닌 방법으로 성공한 네트워크 서비스는 없는지? 이 방법이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지?' 같은 중요한 질문들은 저 멀리 치워버리고 바로 돌진부터 해버렸다."
박소령 대표는,
마지막 사직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까지도 마음 졸이고, 좌절하고, 분노하며 예정된 날 아침에서야 겨우 모든 걸 마무리하고 실제로 회사에서 떠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 책의 메시지를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깨닫게 된 10년의 여정'이라고 말한다. 더 큰 시장이라는 이유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유로, 더 높은 기업가치를 노릴 수 있다는 이유로 일하는 것은 본인에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해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좀만 더 하다 보면 결과가 나올 거야'라고 생각하며 버티는 일은 한계가 있고, 내 영혼을 담아서 일할 수 있는 것, 24시간 365일 내내 생각해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것, 호기심과 아이디어가 샘물처럼 솟아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박소령 대표의 10년의 경험에 대한 나눔은.
많은 사람들의 커리어에 분명히 의미 있는 울림을 주었을 것이고,
앞으로의 10년 - 아마도 커리어의 후반부가 될 - 을 계획해야 하는 나에게 있어서도,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어떠한 목표를 보고 달려가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