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보통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엄청난 경험을 가진 것도 아니고, 천재형도 아닌 나

by 이상민

예전 어학연수 시절, 크게 성공한 프랑스 친구 아버님을 만났을 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어느 상황에서든지, 여행 중이라도 손에서 책을 놓아서는 안된다. 항상 무엇인가 배우고, 읽고, 생각해야 한다. 일에서도 배운다. 어느 순간에라도 공부를 그만두지 마라. 네가 Top에 올랐다고 행복할까? 단순히 위치로 높은 곳에 오를 것이 아니라, 너의 분야에서 모르는 것이 없는 Top 이 되도록 하자. 그때서야 비로소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때의 기억이 너무 강렬했던 때문일까.


커리어 중반까진 항상 더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찾아서 스터디/네트워크 모임을 만들고, 나보다 똑똑한 사람을 만나고, 자격증을 따고, 야간 MBA 가면서 '나는 많이 뒤처져 있는 사람이다'라는 감정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커리어 중반부터는 일에서 배우고, 실무에서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구조화하기 위해 관련된 책을 엄청나게 읽어나갔다. 혹은 회사에서 내가 해본 적 없는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을 때, 조금이나마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분야에 대한 책을 또다시 미친 듯이 파고들기도 했다.


그 결과가 좋았을까? 혹은 기대한 만큼 혹은 시간을 투자한 만큼 많이 배울 수 있었을까?

이 대답을 알기 위해선, 이런 시간 없이 - 다시 말해 전혀 별도의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업무 자체에서만 배우는 방법으로 진행했을 때의 결과와 비교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까지의 내 경험은 이런 비교군이 없는 상태다. 다만, 적어도 새로운 기회를 잡고 뛰어난 동료들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 자신감은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주변 지인들 - 이 중에서도 일을 잘한다거나 혹은 똑똑하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은 어땠을까?

누구는 풀어야 하는 문제에 모든 것을 걸고 밤새워 홀로 고민하며 문제를 풀어냈었다. 집중, 집념, 헌신 등의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이러한 방법으로도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내는 지인들을 볼 수 있었다.

또 누구는 흔히 말하는 천재형 타입으로 툭툭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가 out of box의 접근법으로 문제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쉽게 풀어내곤 했다.

또 다른 누구는 엄청나게 다양한 경험과 그 안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별다른 공부가 필요 없이도 그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정말 지독한 사람들은, 위에서 말한 것을 모두 한 몸에 가지고 있기도 했고...


나는 어땠을까?

밤새워 문제를 풀만한 체력도 (공부든 노는 일이든, 단 한 번도 밤을 새운 적이 없다. 잠은 무조건 정해진 시간에 잔다) 없고, 천재형 타입은 더더욱 아니며, 남들이 다 하는 수준의 경험만 한 것 같은 나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똑똑한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그걸 적절하게 적용할 뿐.


2025년 2월에 쿠팡을 퇴사하고, 두 달 후 지금 회사에 입사가 확정되었을 때,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당시 내게 기대되었던 역할은 PM 역할이었다. 쿠팡에서도 Program Management 업무를 했고, 그 이전의 경력에서도 프로젝트는 항상 업무 스콥이었기 때문에 부담은 전혀 없었지만, 입사 전까지 시간이 2주 정도 남았기에, 항상 그랬던 것처럼, 지금까지의 경험을 보다 체계화하고 싶었다.


또한 쿠팡에서 PO로 넘어갈 수 있던 제안을 포기하고 퇴사했고, 이후 몇몇 회사들과의 커피챗 혹은 인터뷰 때도 PO로 진행했을 만큼, PO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기에 Product Management 관련 수업 및 API, Data Management에 대한 내용의 기초 강의도 같이 듣기 시작했다.


이러한 교육은 자연스럽게 최근 몇 년간 가장 뜨거운 주제인 AI에 대한 교육으로 이어졌고, 이때부터 회사 업무에 본격적으로 AI를 사용해서 프로젝트 진행을 시작했다. 회사 내에 솔루션을 도입하기 위해 Mock-up 사이트를 Lovable 혹은 Cursor를 통해 만들어서 외주 개발사에 전달하여 콘셉트를 설명하기도 하고, 내부 유관부서와의 얼라인 미팅에 사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또다시 코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함을 느끼게 했고, 결국 HarvardX CS50x라는 Computer Science 과목 수강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해야만 보통사람인 나는.

다양한 상황에서 만나게 되는 나보다 훨씬 뛰어난 동료들과 가까스로 발맞추어 나갈 수 있다고 느꼈다. (잘 생각하자. 비교 대상은 '친한 동료'가 아니라 '뛰어난 동료'다.)


때로는 부럽고.

때로는 질투도 나고.

때로는 감탄만 나오는 뛰어난 후배/동료/선배들을 보면서.


'저 사람은 나와는 다른 사람이야'이라는 생각으로 애써 무시하거나.

'이 정도면 충분하지 뭘'이라는 생각으로 간신히 만족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나아지려고.

이렇게라도 해서 조금이나마 부족한 부분을 메꿔가려고.

그 과정에서 작은 지적 만족감을 느끼기도 하고.

또한 항상 책을 읽고, 공부하는 아빠 그리고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그렇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싶다.




화면 캡처 2025-09-27 222459.png 쿠팡 퇴사 후 수강했던 많은 링크드인 강의 중, Certificate을 제공하는 강의들만 추렸다. 총 22시간의 시간.


화면 캡처 2025-09-27 233822.png 최근에 듣고 있는 HarvardX CS50x - Computer Science 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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