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15년차, 테크를 다시 배우는 이유
어느 날, 링크드인에서 아래와 같은 글을 보게 되었다.
엔지니어링 백그라운드가 아닌 프로덕트 매니저들이 AI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왜 코딩에 대해서 아는 것이 중요한지에 대한 내용으로, 개발자들과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지, AI 코딩 툴을 어떻게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지, 혹은 PM으로서 또 하나의 관점을 추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코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을 말하고 있었다.
당시 바이브 코딩을 통해 이런저런 실험도 해보고, 회사에서도 다양한 측면에서 AI를 포함한 솔루션 기획 및 도입을 진행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이 글은 바로 내 시선을 끌었고, 바로 Harvard의 CS50 강의를 등록했다. (단순 수강은 무료, Certificate을 받기 위해선 -적어도 내 기준에선 - 상당한 수준의 과제 제출 및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며 219달러라는 비용이 발생한다. 난 Certificate을 받기 위해 유료 코스로 시작했으나, 매주 1개씩 총 10주간의 수업을 마친 후 계속해서 과제를 제출할 자신이 없어서 중간에 무료 코스로 변경했다.)
보통 내가 듣는 이러닝은 출퇴근 버스 안에서, 혹은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딸이 숙제하는 동안 수강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문득 오래전 주니어 시절이 생각이 났다. 항상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기에, 구멍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실수를 많이 했기에, 어떻게든 그 부분들을 보완하기 위해 더 물어보고, 더 배우려 했던 바로 그 시절.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고 3년쯤 지났을 무렵의 코닥에서는, CPIM이라는 미국 SCM 자격증을 따기 위해 거의 2년이라는 시간과 함께 당시 내게는 큰돈이었던 과목별 응시료 325달러, 총 5과목 1,625달러를 지불했다.
동시에 인하대 야간 물류 MBA를 다니면서 역시나 상당한 수준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었다.
그때 이후로는 더 이상 추가적으로 자격증을 취득한다거나 몇 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교육을 수강한 적은 없었다. 지금까지는.
커리어 15년 차, 다시 '내가 부족하다'라고 느끼는 순간들
쿠팡을 퇴사하고 더파운더즈에 입사가 확정되어 준비하는 동안, 그리고 입사한 후에도 나는 Linkedin Learning, Udemy를 통해 아래와 같은 강의를 (Certificate을 좋아하는 나는, Certificate을 제공하지 않는 강의는 잘 안 듣게 된다. 아래 강의들도 모두 Certificate 제공 강의들) 순차적으로 수강해 나갔다. 한 강의당 짧게는 1시간 내외, 길게는 14시간의 시간이 필요한 강의들이었다.
- Career Essential in Project Management by Microsoft and LinkedIn
- Technical Product Management
- Introduction to Web APIs
- Data Management Essential Training
- AI in Product Management
- Generative AI for Business Leaders
- Agentic AI Fundamentals: Achitectures, Frameworks, and Applications
- 그리고 지금 듣고 있는 Computer Science에 대한 강의까지.
이 강의들은 2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하나는, AI라는 거대하면서도 급격한 변화에 대한 교육이었고,
다른 하나는, 모든 강의가 테크 기반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이라는 점이다. (제일 위에 있는 프로젝트 관련 교육 제외 - 이 14시간짜리 교육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의 전 과정을 훑는 내용으로, 이번 기회에 프로젝트 관리 프레임워크를 충분한 수준으로 이해도를 높이자는 생각에 들었던 교육이다.)
쿠팡에서 PM/PO 팀과 함께 매일 같이 깊은 수준으로 데이터를 보고, 문제를 풀기 위한 솔루션을 논의했지만, 당시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What)'에 집중했다. 하지만 지금 이곳, 더파운더즈에서의 COO Staff으로서 내 역할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야만 했다.
'어떻게 만들지(How)' 와, '어떤 기술적 로직으로 확장할지'를 기획 단계부터 논의해야 하는 영역이었고, AI 솔루션 기획이나 시스템 아키텍처 논의는 단지 개념 이해를 넘어, 개발자들과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수준이 필요했다.
과거보다는 훨씬 깊은 수준의 개발 논의와 QA, 시스템 아키텍처, 그리고 AI까지.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영역이었기에, 가능한 모든 도움을 받아서 깊이 파고들어야만 가까스로 내 부족함을 딛고, 조금이라도 공을 움직일 수 있었다.
이를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위와 같은 강의를 듣고, 때로는 과거 같이 근무했던 - 특히 쿠팡에서 근무했던 친절한 분들 - 개발자 분들께 문의하고, 때로는 함께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전문가 분들께 원포인트 레슨을 받으며, 한 글자씩 배워가면서, 직접 써보고, 실패해 보고, 다 지워버리고, 다시 만들어보는 그러한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열등감에서 호기심으로
과거의 나를 정의하던. 혹은 내가 조금 더 노력하게 만들었던 원동력은 분명히 열등감이었다.
내 친구들보다 부족하다는. 혹은 내가 다다르길 원하는 기준보다 부족하다는. 바로 그 열등감이 나를 자극하는 요소였다.
현재의 나는, 어쩌면 부정적인 자극이라 할 수 있는 커리어 초반의 열등감은 모두 사라졌고, 대신 호기심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내가 모르는 저 영역은 어떤 로직으로 존재하는지.
저 안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어떤 뛰어남을 가지고 있는지.
바로 저곳에서 내가 배울 수 있는 새로운 지식, 경험은 무엇이 있는지.
아마도 이러한 호기심이, 과거처럼 이를 악물고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던 내가 아닌.
웃으면서 많은 것들을 시도해 보고, 실패해 보고, 또 그 안에서 배우며 다시 시작하는.
조금은 여유가 생긴 모습으로 조금씩 바꾸어주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