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III - "미친 속도에 발맞추고, 데이터를 이해하는 능력자"
쿠팡은 팀장이 아닌 팀원으로 입사했으나, 4달 만에 팀이 개편되면서, 같은 동료로 일하던 친구들을 팀원으로 받게 되었다. 이후 내가 담당하는 팀의 스콥이 점차 확장되고,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1명을 더 채용하게 되었다.
당시 내가 담당하던 업무 도메인은 크게 2가지였는데, 나는 상대적으로 둘 중 한 가지에 70%의 리소스를, 나머지에 30%의 리소스를 쓰고 있었다.
문제는, 나의 카운터파트였던 PO 팀.
내가 70%의 리소스를 쏟고 있던 팀에서는 나와의 협업을 무척이나 만족스러워했으나 (이 팀은 이후에도 종종 내게 PO 팀으로 넘어오는 것을 제안한다.), 30%를 쓰고 있던 팀에서는 불만이 상당했다.
보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런 상황이었다.
- 업무 1
> 나의 70%. 시니어 팀원의 100%. 주니어 팀원의 100%
> PO 팀 디렉터 100%. 나와 같은 레벨 100%, 또 다른 나와 같은 레벨 100%
- 업무 2
> 나의 30%. 시니어 팀원의 100%
> PO 팀 디렉터 100%. 나와 같은 레벨 100%, 또 다른 나와 같은 레벨 100%
업무 2에 해당하는 PO 팀에서 협업 요청을 할 때마다, 나의 답변은 리소스가 없어서 어렵다는 답변을 해야만 했고, 여러 번 내 위의 디렉터들에게 에스컬레이션 되었으나, 당시 우리 팀의 최우선 순위의 업무는 아니었던 까닭에 그렇게 몇 달이 지난 후에야, 조금 더 리소스를 쏟자는 결론과 함께 헤드카운트 1개 - 나와 같은 레벨로 채용하자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 사람의 채용과 함께, 이 업무를 나에게서 분리하느냐에 대한 깊은 논의가 있었고,
적어도 입사 후 몇 달은 나의 팀에서 충분히 온보딩을 시킨 후에, 그 후에 다시 논의하자는 나의 의견이 받아들여져서 나의 팀원으로 결정이 되었다.
이번 글은, 이 어려운 상황에서 뽑으려 했던 팀원의 이야기다.
이때 채용에 대한 기준은 상당히 높았다.
일단 쿠팡의 채용 프로세스.
4명의 각각의 면접을 보고, 다시 4명이 모여서 피플실 채용 담당자와 함께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좋지 않았는지를 한 명씩 이야기를 한다. 이때 우리가 뽑고자 하는 레벨에 맞는 사람인지, 아니라면 현재 레벨로는 뽑지 않고, 한 단계 내려야만 뽑을 수 있다는 식의 논의도 같이 진행된다. 4명 중 1명이라도 강한 반대가 있으면 진행이 쉽지 않고, 대부분 논쟁의 여지가 없이 만장일치로 결정이 되거나, 혹은 논의 끝에 생각을 바꾸는 경우가 간혹 있기도 했다.
내 기준에선, 크게 3가지를 보고 있었다.
1. 프로그램 매니지먼트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리더십
정말 많은 프로그램을 동시에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서, 쿠팡의 엄청나게 복잡한 각 부서 담당자들을 찾아내고, 이들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함께 가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리더십이 필수였다. 대부분의 경우 나보다 최소 2단계는 더 높은 디렉터들 - 특히 외국인 - 로부터 협조를 받아내야 하기에, 이러한 능력 없이는 업무 진행이 불가능했다. 특히 멍청한 소리에는 아예 대답조차 하지 않거나 혹은 면전에서 강하게 받아치는 쿠팡의 많은 디렉터들과의 논의에서 일을 되게 하려면, 이 부분을 정말 잘 해내야 했고, 여기에서 나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지금과 동일하게 내가 모든 미팅에 들어가야만 했다.
2. 데이터에 대한 깊은 이해
쿠팡의 논의에서 데이터는 필수였다. 무엇인가를 상대방으로부터 도움을 얻고자 맥락을 설명하면 처음 듣는 질문은 "네가 판단한 근거를 서포트하는 데이터를 보여줘. 특히 데이터를 어떤 기준으로 뽑았고, 어떠한 기준과 방법으로 분석했는지 알려줘. 네가 사용했던 SQL 쿼리를 보내주면, 내 쪽에서도 분석해 보고 정말 네가 말한 만큼의 임팩트가 있는지 팀 내 논의해 보고 알려줄게."가 된다. 직접 수없이 많은 테이블을 찾아내서 SQL을 통해 인사이트를 뽑아내거나, 주변의 SQL 잘하는 동료들로부터 필요한 도움을 얻거나,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해야만 했고, 이를 위해선 데이터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였다.
3. 속도. 그것도 미친 속도
내가 쿠팡에서 채용을 하며 반드시 하는 질문이 있다.
"지금까지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에 일정 상 가장 타이트했던 프로젝트가 뭐였어요?"
그리고 상대방을 대답을 듣고 나면, 정해진 팔로우업 질문을 한다.
"모든 가용 리소스가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그 일정을 반으로 줄여야 한다면, 어떻게 진행하시겠어요?"
이게 쿠팡의 속도다. 말도 안 되는 속도. 이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면 낙오되고 만다. 입사한 지 한 달 만에 이 사람이 on-track 인지 아닌지를 물어보는 곳이 쿠팡이다. 현장에서의 현실성을 바탕으로 리드타입을 설정하는 것이 아닌, 고객의 기준에서 리드타임을 설정하고 그걸 맞춘다. 모든 리드타임은 챌린지 받고,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오래 걸리냐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면 Due date 은 절반 이하로 단축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인터뷰에서 공유하며, 그 사람의 반응을 듣는다. 입사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쿠팡의 속도이기에. 이걸 따라올 자신이 없다면, 함께하지 않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다.
그 외에 내가 인터뷰에서 떨어뜨려야 했던 사람들은, 모든 업무를 팀원에게 위임하고 본인은 핸즈온 한 것이 전혀 없던 어느 대기업 팀장님 (쿠팡에선 디렉터들도 핸즈온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물류의 시선으로만 문제를 풀려고 했던 또 다른 국내 최고 대기업 센터장님 (PM 은 자기 도메인에 대한 전문지식도 있어야 하지만, 보다 열려있고 유연한 관점에서 문제를 봐야 한다고 믿는다). 이력서는 너무나도 훌륭했으나 면접에선 아무것도 알맹이가 없던 탑티어 패션커머스 PM 분.
오랜 인터뷰 프로세스를 거쳐, 최종적으로 뽑은 분은 나와 예전에 서로의 카운터파트로 일한 적이 있던 분이었다. 나와 비슷한 연차와 함께 넘치는 능력이 있는 분이었지만, 아쉽게도 두 달 만에 퇴사를 결정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 분의 퇴사와 함께 나와 내 위의 디렉터는 회고 미팅을 가졌고, 디렉터는 "We failed her..."라고 하며 우리가 온보딩에 충분한 도움을 주지 못함을 자책했다. 너무나 바쁘다는 핑계로, 경력과 능력이 있는 분이니 충분히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쿠팡의 현실과 동떨어진 기대로, 충분한 도움을 주지 못했고 그렇게 그분은 퇴사를 하고 말았다.
다시 시작한 인터뷰 프로세스에서 다시 한번, 난 다른 지인을 컨택했고, 인터뷰에 앞서 커피챗을 진행했다. 이미 한 번 아픔을 겪었기에, 이번엔 보다 더 적나라하게 쿠팡에서 일한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설명했다. 정말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을 하게 되고, 엄청나게 똑똑한 사람과 일하게 되며, 이력서가 이뻐지고, 멋진 보상을 받는다. 반면, 워라밸은 분명히 안 좋아질 거고, 미친듯한 속도에 정신이 나갈 거고, 데이터의 깊이는 상상도 못 한 수준으로 봐야 할 거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지인은, 그 정도는 할 수 있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인터뷰를 받아들였고, 여러 번의 인터뷰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팀에 들어왔다.
그러나, 이 시기에 쿠팡의 로켓그로스 사업부는 큰 변화를 겪게 되고, 나와 함께 일하던 2명의 아마존 출신 미국인 디렉터는 쿠팡 대만으로 떠나고, 새롭게 인도 디렉터 분이 팀을 리딩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분과의 1:1에서 오고 간 다음의 대화를 통해 내 지인은 새로운 길을 걷게 된다.
"Why are you in every meeting I join?"
"Well, because I'm responsible for all of it in your team."
"Do you think this structure helps you succeed? I think it makes you fail. You can't handle all of it."
"If you want me to put equal effort into both domains, you're right. I can't handle both of them with the same energy. But if you still want me to focus on Domain A, I can handle it. And this is what my former boss asked me."
"Let's set up a separate team for Domain B. And let your friend be on that team without you."
나를 믿고, 나를 보고 들어온 내 지인은 이렇게 별도의 팀으로 배정받고, 험난한 쿠팡 근무를 시작하게 된다.
지금 그 친구는 어떻냐고?
정말 험난한 시간을 보냈지만, 어쨌꺼나 1년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여전히 쿠팡에서 해당 도메인을 담당하며 근무하고 있다. 종종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나 쿠팡 가기 전 커피챗 하던 그때 더 적나라하게 이야기했어야죠! 약했어!!"라고 툴툴대지만, 여전히 쿠팡에서 잘 다니고 있는 것을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 이야기는,
더파운더즈에서 CEO Staff 으로 입사 후, 새롭게 만들어진 COO Staff 으로 이동 후, 나와 같이 일할 팀원을 뽑으려 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2025년 10월 31일 기준 - 여전히 채용되지 않았고, 채용 인터뷰를 다양하게 진행 중이다.)